일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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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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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직장을 전전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를 넘나들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면 아마 과외일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에게 돈만 받고 해주는 그런 것이 아닌, 학원에 교사로 등록되어 가르쳤던 일. 사실은 인턴십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돈이 필요했고, 오랫동안 동생의 숙제를 돌봐줬던 - 그러면서 싸웠던 - 것에 익숙했기에 막연히 비슷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자원했다.

 

가르쳤던 과목은 고전(Classical Studies)였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으로 다져진 상식과 고대 그리스 비극에 대한 나의 열정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학생은 6개월 동안 딱 한 명, 그리고 그 6개월 후 나는 졸업했다. 시험 성적을 무척 걱정했던 학생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나는 그에게 아주 애매한 응원을 던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 다음에 맡았던 일 또한 과외였는데 이것도 채 6개월을 가지 못했다. 인원 감축 때문이었다. 그다지 특별한 기억은 없다.

 

세 번째는 대학 방학 때 한국에서의 인턴십이었다. 3개월 동안 회사 ‘기숙사’에서 자취를 하며 이런저런 잡일을 도맡아 했다. 회식이라던지 OL이라던지 하는 것에 대한 것도 그 때 배웠다.

 

그때 배운 것들 중에 나는 회식이 싫었다. 술도 싫었고, 2차니 3차니 하며 밤 늦게까지 다 같이 어울려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겨울이었고, 추웠고, 돌아오면 항상 코트에서 아저씨들의 담배 냄새와 고기 연기 냄새가 났다. 참 배려가 없는 곳이네, 회사는, 하고 생각했다.

 

뉴질랜드로 돌아와서 찾아낸 아르바이트는 네일샵 접수원이었다. 손님들의 예약을 받으면서 동시에 다른 매니큐어리스트들을 보조하는 일이었는데, 아마도 내가 맡았던 일 중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 한 번의 설명을 들은 후 오로지 눈치와 재치로만 일들을 완벽하게 해결해야 했다. 거기에 하나라도 빼먹거나, 조금이라도 늦으면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아 핀잔을 잔뜩 들어야 했다. 결국 5개월 정도만 하고 그만 두고 말았다. 가게 자체는 참 좋았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그 외에도 이삿짐 센터라던지, 또 한 번 한국 회사에서 1년 반 정도를 근무했다던지, 이런 저런 일을 했다. 열 가지는 안 되지만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 이 나이에 그 정도면 꽤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오랫동안 일하진 못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어깨 너머로 배운 요령들이 이것저것 있어서, 느낀다.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가 조금씩 향상되는 것을.

 

사실 그 어느 것들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글이 내 생계를 책임져주고 있진 못하다 (당장, 지금 이렇게 내가 쓰고 있는 것을 보아도). 끈기와,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려면 아주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나의 글은 그 정도는 되지 못한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무척이나 커다란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 외에 사서나 바리스타처럼, 뭔가 자격증이 필요한 일을 해보면 어떨까 고민도 했지만, 또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기에 포기했다. 그 동안 교육에 바친 내 등록금과 시간만 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내 미래는 불투명하고, 막연하다. 그렇기에 막막하다. 그냥 달팽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종종 생각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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