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거미집(Ⅰ)

0 개 2,622 박지원
약 혹은 총기류를 쓰지 않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을 매는 자살인 교사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투신의 방법. 노인은 그 두 가지 중 교사를 택하고 싶었다. 중력의 힘으로써 격렬하게 충돌되기보다는 중력을 거스르는 듯하지만- 땅이 자신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으로 죽길 바랬다. 

부우욱. 그리고 노인은, 12월 20일 이후의 모든 일력(日曆)을 손을 들어 찢어냈다.

------------------------- 절취선 ------------------------           
   
올해는 눈이 많이 왔다. 노인의 부인이 묻힌 무덤 위에도, 노인과 부인, 가족이 함께 걸었던 거리 위에도, 노인이 홀로 사는 60년 된 낡은 연립주택에도 허연 눈이 노인의 텅 빈 시간처럼 수북하게 쌓였다. 4층의 오래된 연립주택은 창문이 없는 복도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노인은 하늘에서 재처럼 흩날리는 눈발을 지나 3층 복도 끝의 8호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복도의 낮은 벽에는 규칙적으로 조그만 구멍들이 뚫려있었는데, 전쟁이 났을 때를 대비하여 만든 총 구멍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구멍에 서늘한 총열을 들이밀어 붉은 총알을 난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멍인 것이다. 그러나 지어진 지 60년 째, 전쟁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고, 그 총구멍은 그냥 창문도 없는 복도의 바람 구멍이 되어 세월을 통과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낡은 복도 벽처럼, 노인의 가슴에도 광음(光陰)을 통과하는 구멍들이 생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노인의 자식들은 해외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고, 아내는 3년 전에 지병으로 죽었다. 노인은 8호 문을 등지고, 자신 앞에 쏟아져내리는 눈들을 멀거니 보고 있었다. 이내 한숨과 함께, 입고 있던 쥐색 파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열쇠를 찾아냈다. 열쇠구멍. 언제인가부터 문을 열 때마다 열쇠구멍이 뻑뻑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열쇠가 들어가긴 하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간다고 해도 한 번 더 아귀에 힘을 넣어 돌려주어야만 문이 크게 심호흡을 하듯 덜컥, 열리곤 했다. 갑작스레 열린 8호의 문을 통해 노인은 늘 그렇듯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과 방에 높이 차를 두는 것이 유행이었던 것인지, 신발을 벗은 노인은 항상 자신의 무릎을 크게 들어 방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방으로 들어가면, 늘 그렇듯 퀴퀴한 노인의 냄새와 라면냄새, 김치 익는 냄새가 TV소리와 함께 자신을 덮쳐오고는 했다. 외롭지 않기 위해 늘 TV를 켜놓는데, 그것이 요즘 들어 노인을 조금씩 더 외롭게 만들곤 했다. 색이 바랜 장판을 터벅터벅 걸어들어가, 머리와 천장이 닿을 듯 말 듯한 방에서 노인은 파카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그 옷걸이를 다시 못에 걸어두었다. 노인은 방에 앉아 왁자지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TV를 보다가, TV 앞의 개다리소반 위의 먹다만 라면을 보았다. 면발이 외롭도록 쪼그라들은 라면은, 노인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요리였다. 노인은, 부인이 자신이 먼저 가면 어떡하냐며 요리를 가르치려 들 때,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한사코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부인의 손길을 잃은 냉장고의 음식들은 하나둘 부패하는 가운데 소주들이 길 잃은 유령처럼 들어찼고, 갖은 양념과 식기들로 가득했던 조그만 찬장은 라면이 그득히 쌓여갔다. 

노인은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냉장고를 열어 소주를 꺼냈다. 손에 힘을 주어 소주뚜껑을 딴 노인은, 채널을 돌려 낚시채널에 맞추어 놓았다. 한 리포터가 흥분된 목소리로 어탁을 뜨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내 삶으로 저렇게 어탁을 뜰 수 있다면… 노인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젓고는 이내 소주를 마셨다. 18. 햇빛이 들지 않는 불투명한 창문 옆 벽에 걸린 일력이 오늘의 날짜를 커다랗게 표시하고 있었다. 카아아아. 노인은 소주의 열기를 홀로 가래소리로 삭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음호에 계속>       

2016 한국대학 합격 후기 (하)

댓글 0 | 조회 5,824 | 2015.12.28
지난 칼럼에 이어서 12월 23일까지 추가합격자 발표가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반전이 생기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추가합격 연락이 오는 수험생들을 꽤 보았다. 예측… 더보기

Wilder and Hunt

댓글 0 | 조회 2,097 | 2015.12.24
Wilder and Hunt 는 오클랜드, 폰손비에 위치한 건강식 자연 요리 전문점이다. 뉴질랜드의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로 매력적인 유럽 서양 요리와 함께 다양한… 더보기

한 해를 돌아보며 낮잠 자던 토끼를 생각한다

댓글 0 | 조회 2,971 | 2015.12.23
또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바세계에 내 마음과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많은 감동을 주었는지 한해를 돌아봅니다. … 더보기

여름 방학의 생사를 결정하는 성적표

댓글 0 | 조회 1,798 | 2015.12.23
이제 학기를 모두 마치고 긴 여름방학에 모두 들어갔고 2016년을 기대하는 순간이 되었다. 어린 학생들 조차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할 정도로 요즘은 한 해… 더보기

내 안의 무지개

댓글 0 | 조회 2,114 | 2015.12.23
요즘 나는 낱말풀이 놀이에 푹 빠져있습니다. 난센스 적으로 낱말을 풀이하는 것인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 번 시작하면 몇 개의 낱말을 줄지어서 풀어보게 됩니다.… 더보기

향수 - 조금은 아찔한 향기

댓글 0 | 조회 2,491 | 2015.12.23
자주 받는 선물 중에 향수가 있다. 좋긴 한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뭐지? 나한테서 냄새나나......? 같은. (물론 주는 사람들의 의도는 순수할 것이다.… 더보기

Advice on selling Rentel properties with Tena…

댓글 0 | 조회 2,179 | 2015.12.23
임대인과임차인이서로적극적으로상대편의입장을이해해주는입장에서협상을하게되면은서로원-원(Win-Win)할수있는좋은방법.. 최근에부동산 거래시 주택에 세입자 문제로 인하여… 더보기

A형 간염의 증상과 예방

댓글 0 | 조회 2,742 | 2015.12.23
해외 여행을 하거나 날씨가 더운 지역에서는 오염된 음식과 식수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간염 바이러스는 이러한 오염된 환경에서도 존재하고 특히 수혈이나 간염바이러… 더보기

우리 아이 성장과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상식

댓글 0 | 조회 2,233 | 2015.12.23
아무거나 잘 먹어라! 도움 되는 음식만 골라 먹어라! 편식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무거나 잘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갖는다. 하지만 ‘아무거나’ 잘 먹으… 더보기

한-뉴 FTA 발효와 관련 이민법 변경

댓글 0 | 조회 2,873 | 2015.12.23
한-뉴 양국 정상의 정식 서명, 그리고 이에 따른 나라별 비준을 거쳐 드디어 한-뉴 FTA가 2015년 12월 20일부로 정식발효 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후속조처… 더보기

바보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2,015 | 2015.12.23
바보 이야기 3 - 어린 바보 이바누슈카(러시아) 집으로 돌아온 형들은 몹시 화가 나서 이바누슈카를 잡아 큰 자루에 넣고 꿰매어 강으로 끌고 가 강가에 놓은 후 … 더보기

융합과학의 시대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2

댓글 0 | 조회 1,502 | 2015.12.23
그럼 융합과학 이라는 사회, 연구분야가 있다고 치고 과연 이런 과학계의 변화와 성장이 우리 아이들의 과학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일까? 이미 영국에선… 더보기

주례 없는 주례사

댓글 0 | 조회 6,455 | 2015.12.23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더보기

Bright-line Test (양도소득세) - 2

댓글 0 | 조회 1,878 | 2015.12.23
<지난호 이어서 계속>> Bright-line Test 는 주택/택지 (Residential Land)에만 적용된다. ● 주택이 있는 택지 (Se… 더보기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댓글 0 | 조회 1,864 | 2015.12.23
글쓴이 : 함 명 춘 도시의 저녁 길을 걷는다 지친 내 어깨를 안아 줄 한가닥 햇살마저 없는, 꺼질 듯 하다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추억 나는 원래 한나라의 왕자였… 더보기

2015년 NZ Inside 3대 뉴스

댓글 0 | 조회 2,907 | 2015.12.22
1. 국회, 이민자 차별 ‘신 노령연금 개정법안’ 60:61로 부결 NZ First당이 발의해 노동당, 녹색당 등 모든 야당이 찬성한, 이민자 차별법인 ‘신 노령… 더보기

반갑잖은 손님이 저기 또 오시네

댓글 0 | 조회 2,773 | 2015.12.22
집 앞 길가에 나가서 빨간 신호등을 마냥 켜 둘까? 현관문을 지킬까? 아니면 방 문이라도 잠가 버리면 그 손님은 오지 않을는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세월… 더보기

위기가 기회

댓글 0 | 조회 1,921 | 2015.12.22
한해를 보내며 healthy thinking에 관한 Dr Tom Mulholland의 주제 강연을 들었다. 유머를 섞어가며 아주 간략하게 전한 메세지가 계속 떠올… 더보기

뉴질랜드 금리와 부동산 전망

댓글 0 | 조회 5,593 | 2015.12.22
연말에 큰 사고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연중 가장 많은 소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그래서 교통 사고도 잦다. 지난 주 미국 연준이 금리를 0.25% 올려 0.25%… 더보기

현재 거미집(Ⅰ)

댓글 0 | 조회 2,623 | 2015.12.22
약 혹은 총기류를 쓰지 않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을 매는 자살인 교사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투신의 방법. 노인… 더보기

직업 윤리

댓글 0 | 조회 1,866 | 2015.12.22
지난 삼 주간 대학에서 정규 과목들 외에 신경 써서 습득해야 졸업 후 성공을 위해 유리한 기술로서 대화 기술과 피플스킬 그리고 글쓰기 기술에 대하여 말씀 드린 바… 더보기

가족 산책

댓글 0 | 조회 2,615 | 2015.12.22
우리 부부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 3남 2녀의 자녀가 있다. 첫째인 봄이(닉네임)는 봄에 태어난 왕자이고, 둘째와 셋째인 여름이와 가을이 두 공주에 이어 넷째… 더보기

일본 도쿄 골프 클럽

댓글 0 | 조회 3,184 | 2015.12.22
지난 2013년 100주년을 맞은 도쿄 골프클럽은 도쿄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사교 공간이다. 긴 역사만큼이나 숱한 사연을 지니고… 더보기

무용수의 자신감

댓글 0 | 조회 1,912 | 2015.12.22
엊그제 제가 TV에서 한 인간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 무용수인데, 스물여덟 살까지는 남자였습니다. 성전환 수술을 해서 여자… 더보기

휴가철 해변에서 주의해야 할 지침들

댓글 0 | 조회 3,082 | 2015.12.19
어제(18일) Watersafe (85 Westhaven Dr. Auckland)에서 뉴질랜드 경찰서와 함께 꽃게 잡이시 안전교육에 대한 세미나를 가졌다. 휴가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