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어가는 방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잘 늙어가는 방법

0 개 667 명사칼럼

최근에 “엡스틴 파일” 속에서 대표적인 ‘자본주의 비판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와 대표적인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의 친근감을 나타내는 서신 왕래나, 엡스틴 범죄 행위의 여성 피해자들의 항의를 희화화하는 촘스키의 편지 등을 봤을 때에는, 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꼭 촘스키만이 뿐만 아니라 이 정도의 “명망가”의 위치에 오른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정도의 추함을 나타났을 것이라고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간이 그 자리를 바꾼다기보다는 자리는 인간을 바꾸는 법이죠. 이건 만고의 철칙이고, 그렇지 않은 군자들은 정말 드물어도 아주 드물죠. 촘스키가 그런 예외적인 사례가 되지 않은 것은 개인적 유감일 수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이 정도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 주위를 모방하는, 그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입니다. 일부 한국문화 본질주의자들이 ‘눈치’란 오로지 한국문화만의 특징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그렇지 않습니다. 서구, 미국, 러시아 등 여러 사회들을 안에서부터 관찰해서 제가 내린 결론은, 동서 만인들이 대체로 ‘눈치’를 보고 ‘공기’를 읽습니다. 그들이 속한 사회의 ‘공기’ 말씀입니다. 명문대 교수이자 유명 작가로서 고소득자인 촘스키는, 주로 백인 남성인 고소득 전문가 사회에 속해 있었고 그 사회는 일면으로 엡스틴이 대변했던 금융가의 부호, 즉 지배층과도 닿아 있습니다. 


그 사회에 속하게 되면 그 사회의 각종 불문율에 알게 모르게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 불문율이란 사실 고학력, 고소득 중년 남성 위주의 강남의 “고급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연”들에게 나름 충성을 보여 잘 챙길 줄 알아야 하고, 특히 본인에게 도움되는 “인연”에게 잘해줄 줄 알아야 하고, 특권층 “안쪽” 사람과 “바깥쪽”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경우 당연히 (?) 전자를 사석에서라도 두둔해야 합니다. 촘스키와 엡스틴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보면 이 불문율들이 다 지켜진 것입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고 (촘스키는 이름을 빌려주고 추천해주고, 엡스틴은 조언과 금전 등으로 돕고), 서로에게 나름 충성하고, “바깥쪽” 사람 (여성 피해자)에 대해 특권층 남성 특유의 “연대 정신” (?)을 발휘한 것입니다. 그리고 촘스키의 사상은...한국에서도 강남 좌파와 강남 우파가 필요할 때에 서로 연대 (?)하는 것을 못보셨습니까? “사상”이 아니라 “계급”과 “자리”의 문제고, 특정 개인만의 문제도 절대 아닙니다. 


슬픈 아이러니지만, 계급 타파를 그 구호로 내건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 스스로의 계급이 바뀌는 그 순간 인간적으로도 완전하게 바뀌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스탈린이나 모택동을 생각해보시죠. 둘 다 낭만적인 시까지 써가면서 혁명에 흠뿍 빠진, 참 매력적인 투사들이었습니다. 1895년의 이 시를 한 번 음미해보시죠:


“끊임없이, 예전과 다름없이 항해하라,

구름에 가려진 대지 위로,

그리고 은빛으로 빛나는 너의 광채로

지금 가득한 안개를 몰아내라.

[…]

카즈베크 산에게 자장가를 불러다오,

그 빙하들이 높은 곳에서 너를 향해 뻗어 있으니.”


낭만적이기 끝이 없는 이런 시를 쓴 사람은, 42년 후에 대숙청을 일으키고 고려민족 전체를 원동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옮겼다는 사실은 믿어지십니까?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지만, 정확히 같은 사람이며 단지 그 “계급”은 “지배층의 정점”으로 승급된 것일 뿐입니다. 일단 계급이 확연히 바뀌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젊은 날의 반전 투사이었던 촘스키 역시, 늙어서 미국 최승류층의 “마당발 포주”와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데 계급의 사다리를 오르는 그 사이에는, 젊었을 때의 초심을 견지한다는 것은...대다수에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다리를 밟아가고 “위”로 올라가면서 늙어가는 사람은 이런 유의 추함을 피할 길이라고는 있을까요? 절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같은 진보계라 해도 실질적 투쟁의 현장에 있는 사람, “윗쪽”을 향하지 않고 응시하지 않는 사람, “성공의 사다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은 노년을 부유한 범죄자들과 같이 보낼 일도 없을 것입니다. 


또 타락이 얼마나 쉬운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 아마도 이런 일을 의식적으로 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절대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끝까지 인간답게 산다는 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죠.


* 출처: 네이버 블로그 | Vladimir Tikhonov (박노자)님의 블로그


9101b1678ce388d4467906d86554f9ee_1771894912_4178.png
 

■ 박 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  

네스 호의 괴물, 네시(Nessie)

댓글 0 | 조회 190 | 2026.02.25
인간은 왜 아직도 그 그림자를 놓지 못하는가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이름스코틀랜드 북부의 길고 어두운 호수, 로크 네스(Loch Ness). 비가 잦고 바람이 세찬 … 더보기

술친구 남자 세사람

댓글 0 | 조회 625 | 2026.02.25
놋주발에 퍼담아 아름목자리 요밑에 묻어둔 밥이 식을 때 쯤. 어머니는 슬며시 밥그릇을 빼낸다. 이미 효용가치가 없는 밥이란걸 알고있기 때문이다.사업하시는 아버지는…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치대, ‘어릴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이 유리할까요?

댓글 0 | 조회 527 | 2026.02.25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뉴질랜드와 … 더보기

4편 – 〈실크로드의 유령〉 (Ghost of Silk Road)

댓글 0 | 조회 179 | 2026.02.25
“실크로드는 죽지 않았다. 그저, 더 깊은 어둠으로 내려갔을 뿐.”프롤로그 - 2030년 1월 4일, 키프로스 해변바람에 휘날리는 커튼 뒤로 지중해의 햇빛이 번진… 더보기

튤립과 비트코인

댓글 0 | 조회 248 | 2026.02.25
은퇴를 하고는 시간 여유가 생기자 약간의 돈으로 주식을 해 보기로 했다. 주식 프로그램을 깔고 증권 계좌로 입금을 했다. 잃건 벌건 간에 이 돈 이상으로는 안 한… 더보기

이민심사 관점의 SMC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783 | 2026.02.24
Skilled Migrant Category(SMC)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 중 하나는 SR3.20에 따른 ‘Skilled employment’ 충족 여부입니… 더보기
Now

현재 잘 늙어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668 | 2026.02.24
최근에 “엡스틴 파일” 속에서 대표적인 ‘자본주의 비판자’인 노암 촘스키 교수와 대표적인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의 친근감을 나타내는 서신 왕래나, 엡스틴 범죄 행… 더보기

코스 매니지먼트와 인생 계획 – 전략 없이 무작정 치면 낭패

댓글 0 | 조회 292 | 2026.02.24
골프에서 ‘코스 매니지먼트’는 단순한 스윙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도 전략 없이 경기에 임하면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게 되고, 반대… 더보기

바위 속 부처님을 모시다 - 마애불

댓글 0 | 조회 238 | 2026.02.24
멀고 긴 여로서기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3만 군사를 몰고 백제의 수도 한성을 습격했다. 한성이 초토화되자 백제는 서둘러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했고 어느… 더보기

정년 이후의 고용관계

댓글 0 | 조회 421 | 2026.02.24
예전 칼럼에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달리 특별히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이 없으며 만약 고용주가 60세가 된 피고용인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한다면 이는 나이를 이유로한… 더보기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댓글 0 | 조회 216 | 2026.02.24
시인 최 승자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무엇을 채울 것인가,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하다 … 더보기

23. 웰링턴(Wellington) – 타라(Tara)의 전설

댓글 0 | 조회 197 | 2026.02.24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바람이 거세고 드라마틱한 해안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마오리의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이 도시의 마오리 이름은 ‘테 위타랑이… 더보기

UCAT 매년 응시 후 알게 된 알짜배기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406 | 2026.02.23
UCAT ANZ은 University Clinical Aptitude Test Australia New Zealand 약자로 직역하면 의료계열 적성고사 (호주 뉴… 더보기

설날과 떡국

댓글 0 | 조회 286 | 2026.02.21
올해는 2월 17일(화)이 음력(陰曆) 정월(正月) 초하룻날인 ‘설’이다.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한다. ‘설’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며 지난… 더보기

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댓글 0 | 조회 942 | 2026.02.18
몇 년 전, 오클랜드 의대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 더보기

오클랜드&오타고 1학년 바이오메드/헬싸 A+ 공부법

댓글 0 | 조회 1,216 | 2026.02.18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바이오메드.헬쓰사이언스 (Auckland Biomed.Health Sci.) 그리고 오타고대 헬쓰사인언스 (Otago HSFY) 공부법… 더보기

내년 490명 의대 증원...한국 의대 증원의 현주소

댓글 0 | 조회 773 | 2026.02.14
최근 한국 의대 입시를 보면 호주 의대 입시를 따라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역 의사제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한국 같은 경우 여러분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 더보기

“사랑은 서류로 남는다” IPT 판결로 본 파트너십 비자의 핵심 가이드

댓글 0 | 조회 717 | 2026.02.13
실무에서 파트너십 비자 업무를 하다 보면, 증빙 서류를 요청드릴 때 “우리가 확실한 부부 사이인데, 같이 살고 있는 걸 모두가 다 아는데, 왜 이런 사소한 입출금… 더보기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클랜드 의대 vs 오타고 의치대

댓글 0 | 조회 1,109 | 2026.02.11
[출처]https://www.ama-assn.org/series/succeeding-medical-school뉴질랜드에는 현재 2개의 의과대학과 1개의 치과대학이… 더보기

떠나는 이들

댓글 0 | 조회 594 | 2026.02.11
주말 아침 타운하우스는 텅 빈 듯 조용하고 승용차들도 벌써 어딜 갔는지 주차장이 한가로운데, 가까운 곳 어느 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외로운 울음을 울고 있었다.… 더보기

돈으로 살 수 없어

댓글 0 | 조회 393 | 2026.02.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다정함이 많은 교회보다헌금 많이 걷히는 교회가성공한 교회라고 합니다달동네교회보다부자들이 많은 교회가성공한 목회라고 합니다섬김, 겸손, 변화라… 더보기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의 산에서

댓글 0 | 조회 317 | 2026.02.11
기독교신자 박미경·강희복 부부2016년 수덕사 템플스테이를 시작으로 박미경 씨는 최근까지 25개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했다. 템플스테이는 그가 어릴 적부터 좋… 더보기

8월 SMC와 황금 같은 6개월

댓글 0 | 조회 479 | 2026.02.11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뉴질랜드 영주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아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더보기

추억도 자산이다

댓글 0 | 조회 323 | 2026.02.11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든 많은 자산(資産)을 쌓아가기를 염원한다. 금전으로 평가되는 부(富)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명제일 것… 더보기

3편 – 〈라자루스 코드〉 (The Lazarus Code)

댓글 0 | 조회 186 | 2026.02.11
​“죽은 자는 돌아오지만, 코드도 다시 돌아온다.”프롤로그 - 2029년 7월 1일, 도쿄도쿄 중심부, 금융단지 빌딩군 위로 전광판 하나가 갑자기 깜빡거리기 시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