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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은 정적 속에서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소리 없이 걷고, 조용히 기다리고, 말 한 마디도 신중해야 하는 이 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격의 거울이다. 특히 라운드를 함께 하다 보면, 상대방이 매너 좋은 골퍼인지, 아니면 이기적인 골퍼인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너 좋은 골퍼는 자신의 샷보다 동반자의 흐름을 먼저 생각한다. 상대가 퍼팅할 때 소리를 죽이고 한 걸음 물러서며, 실수를 하더라도 격려의 눈빛을 보낸다. 벙커를 정리하고, 그린 위 발자국을 지우는 행동은 말없이도 많은 걸 말해준다. 그 사람의 배려심과 성숙함, 그리고 함께함의 가치를 아는 이의 자세다.
반면 이기적인 골퍼는 오직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한다. 남이 준비하는데도 조급하게 클럽을 휘두르고, 실수에 신경질을 부리며 주변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린을 망가뜨리거나 벙커 정리를 하지 않고 그냥 떠나는 모습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기본적인 예의를 찾기 어렵다. 그 순간만 보면 잘 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반자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골프를 넘어 인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사회에서도 매너 있는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은 구분된다. 회의 중에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주장만 반복하며 타인의 말을 끊는 사람도 있다. 협업이 필요한 순간에 혼자 결정하려 하거나, 작은 이득 앞에서 양보를 모르는 사람은 결국 신뢰를 잃는다.
골프든 인생이든, 우리는 결코 혼자 치지 않는다. 늘 누군가와 함께 걷고, 함께 기다리며, 함께 실수하고, 함께 웃는다. 그런 면에서 매너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예절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세다.
이기적인 골퍼는 그 날의 스코어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동반자들은 다음번 라운드에 그를 다시 초대하고 싶지 않아 한다. 반면, 매너 좋은 골퍼는 스코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평판은 골프를 넘어 삶의 모든 장면에서 큰 자산이 된다.
내가 골프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자신만 생각하면 결국 잃는다.”
순간의 이득은 얻을 수 있지만, 관계는 잃고, 신뢰는 무너진다. 반대로 조금 손해 보는 듯해도 함께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결국 더 큰 것을 얻게 한다. 그것이 신뢰고, 인연이며, 진짜 실력이다.
삶이란 골프 라운드처럼 긴 여정이다. 언젠가는 누구든 러프에 빠지고, 벙커에 갇히며, 실수를 반복한다. 그때 나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내가 과거에 배려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어려운 순간에 작은 배려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골프는 오늘도 말한다.
“공보다 마음이 먼저다.”
그리고 삶도 말한다.
“당신의 태도가 당신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