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으로 칼럼을 쓰는 것이 일부 독자들에게는 다소 거부감이나 반대적 시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면서 말머리를 시작하려 한다.
우리들은 일반적인 교육체계 아래에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가치라고 배워 왔으며,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생활의 태도라 여겨왔다.
“어려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나이 들어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열심히 일을 하라”
이 문구는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줄기차게 듣게 되는 또는 하게 되는 상용구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아무리 반복해서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이 “열심히”라는 단어는 과연 그 사용의 빈도만큼 우리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우리들은 “열심히 무엇 무엇 하자”, 혹은 “무엇 무엇을 열심히 하자” 했을 때 그 말의 중요함의 방점을 “무엇 무엇”에 두기보다는 “열심히”에 찍기 쉽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말에서 “공부하자”라는 말 보다는 “열심히”라는 단어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결과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며 결국에는 비정한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속의 존재에 불과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도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다양하며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셀 수 없는 많은 사건들 중에 인간들의 멈출 줄 모르는 탐욕과 무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희생당하고 고통 받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건물을 짓고 부지런히 길을 닦고 쉼 없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과연 얼마만큼 행복해졌는가? 물론 육체의 노고는 상당히 줄어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황폐해진 우리들의 정서에는 온갖 이름의 정신병 태그가 붙여지게 되고 말았다.
게다가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자연의 자정능력에까지 그 영향을 미쳐 45억년에 이르는 지구의 역사를 위협하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에는 인간들의 몽매한 “열심히”라는 단어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수 년 전 모 대통령이 4대강 개발 사업을 한다고 한국의 온갖 강줄기를 헤집어 놓았을 때 일부의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한 말 이 기억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대통령은 게으르고 무식한 대통령이 아닌 부지런하면서 무지한 대통령이란 말이다. 이 말은 차라리 무식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잘 모르면서 이것 저것 열심히(?) 하는 것보다 다른 이에게 덜 위해가 간다는 뜻 일 것이다.
불가(佛家)에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나 처한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는 말인데 이 말 앞 뒤에 꼭 따라다니는 한자가 있다. 바로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는 말이다. 열심히 하되 반드시 그 결과가 또는 그 환경이 올바른 상황이어야만 된다는 뜻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고 해서 만약 도둑놈이나 사기꾼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부지런히 자기 일(?)을 한다고 하면 과연 이런 경우에 그들에게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박수의 갈채를 보내야 하는가 말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작금 우리들의 주변에서는 이런 경우가 너무나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너도나도 “열심히”라는 말에만 집중하여 남이야 망하든 말든,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또는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 이라는 전도된 생각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고려시대의 나옹화상이라는 큰 스님이 지으신 발원문에는 “꿈틀거리는 미물까지도 피안에 오르게 하시고…”라는 귀절이 있다. 지금도 절집에서는 새벽, 오전, 저녁 세 차례에 걸쳐 부처님께 올리는 예배에 반드시 이 발원문을 독송 하는데 이 구절을 염송 할 때 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슴 벅차 오름을 느낀다. 눈 에 보이지 않는 미미한 생명에 까지도 마음을 나누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서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는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보다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하는 화두를 모두가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많고 많은 존재 중에 생명을 가진 존재로 그것도 생각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로 태어났을 때 단순히 동물처럼 열심히 만 살지 말고 인간답게 앞 뒤를 살펴가며 때로는 하늘의 별도 올려다 볼 줄도 알고, 자신의 양심의 무게도 가늠해 보는 그런 삶을 살기를 내 스스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