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철의 여인

2 4,036 왕하지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하여 성당에 일찍 갔는데 아내는 성혈 분배자들을 정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보통 때는 아내가 성혈을 분배하지만 리더인 날은 신부님과 함께 성체를 분배 해 준다.

아내는 성체를 분배할 때마다 ‘더 바디 오브 크라이스트’라고 말을 하는데 미사가 끝난 후에도 교유들과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하였다.
 
“여보 한국 아가씨는 안 왔어?”
 
“못 봤는데...”

왕가레이로 취직을 한 한인아가씨가 지난일요일 성당에 처음 나왔었다. 아내가 밑반찬이라도 주려고 가져갔는데 성당에 안 온 것이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한인아가씨에게 전화를 하였다. 점심때인데 밥줄 생각은 안하고 아내는 전화통 앞에서 계속 깔깔거렸다. 아마 1시간은 넘게 통화한 것 같다. 그것 참 이상하다. 딱 한번 성당에서 만났을 뿐인데 저렇게 할 말이 많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오후에는 중국아줌마 취가 채소를 준다고 전화를 했는데 한 시간 반 이상이나 통화를 하고 있었다. 순전 영어로, 아니, 영어로도 그렇게 할 말이 많단 말인가, 나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렇게 떠들어 대면서도 물 한모금 안 마시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원래 대화란 50대 50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내는 80% 이상 말하고 듣는 것은 20% 이하 밖에 안 된다. 게다가 듣는 사람이 얼마나 곤혹스러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 그것 또한 대단할 따름이다.

저녁을 먹을 때 아내가 아이들과 떠들어 대는데 아이들이 한마디 하면 아내는 몇 마디씩 하였다. 나는 밥이 언칠 것만 같아 좀 주위를 주었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

“대화란 말이야, 상대편이 말하면 ‘아~ 그래,’ 하고 그냥 넘어갈 때도 있어야 되는데 말 끝마다 꼭 토를 달고 비유법을 쓰고 이것저것 들춰내고... 그러다보면 한도 끝도 없이 시장바닥이 되는 거야, 그러니 제발 누가 말하면 ‘그래~’라고 말하고 그만 입을 다물라고,”
 
아내가 시장바닥이면 어떠냐고 계속 떠들어 대었다. 나는 혈압이 더 오르기 전에 밥숟갈을 빨리 놓는 수 밖에 없었다.
 
밖에서 담배 한대 피우고 들어와 보니 아내가 또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막내처남이 또 주식을 해 수 천만 원 빚져서 장인어른에게 이번에는 절대 돈 해 주지 말라고 아내가 강력히 말했건만 기어이 장인어른이 돈을 해줬다는 것이다. 처형, 처제들과 통화를 하고 나니 족히 두 시간은 넘게 떠들은 것 같다. 아내의 입이 너무 불쌍해 물 한 컵을 떠다 주었더니 안 마신다고 손사래를 친다. 야, 입이 완전 철판이야, 나이가 들면 기운이 다 입으로 모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제발 입 좀 쉬면서 말해,”

“말하는데 어떻게 입을 쉬어~”

오늘 아내의 총 대화 양을 따져보니 얼핏 계산해도 내가 1년 치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원래 말이 적은데다가 왕가레이 시골에 살고 있으니 별로 할 말도 없고 말할 기운도 없다. 나는 대학에서 이론 강의 시간이 제일 곤혹스러웠다. 말도 어눌한 대다가 금방 입이 타오르고 침이 사방으로 튀기고 물을 계속 마셔야 하고 손은 자꾸 담배 쪽으로 가고... 쉬는 시간이면 복도 끝에서 담배를 두 가피씩이나 피워댔다. 대화를 할 때는 줄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노상대화를 좋아했었다.
 
“당신 말이야 간호사 공부하고 싶다했는데 선생님 되는 공부하는 게 어때? 그래서 온종일 떠들어 대는 거야, 과목도 말 많이 하는 과목을 맡아서 아주 야간수업도 하고 주말수업도 하고, 진저리나도록 떠들어 대는 거야.”

그렇게 진저리나도록 떠들어대다 보면 지치고 입이 부르터 때론 조용해 질수도 있겠지,

강철처럼 단단하고 긴 입을 꾹 다물고 조용하게 살아가는 키위 새를 본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키위 새를 그렸는데 밤송이처럼 생겨서 멋들어지게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키위그림이 금방 팔렸다. 키위 새가 조용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지는 몰라도..
트루
어제가 어버이 날이라 오랜만에 성남사시는 친정엄마하고 몇시간을 통화했습니다.처음 30분은 이런저런 애들 크는 얘기로 즐겁다가 점점 동네 원두막에서 술친구들하고 몇시간째 얼큰하게 걸치시는 아버지의 뒷담화로 1시간을 넘게 얘기했습니다.아버지 술얘기가 도마위에 오를땐 무조건 엄마편을 들어줘야 합니다.그렇게 해드려야'오랜만에 속이 다풀린다'하며 끊으시기에 어버이날임도 잠깐잊고 마구마구 맞장구 쳐드렸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남편에게 조금 민구스러워 아버지에게도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엔 아빠가 최고라는 둥 역쉬 아빠만한 사람은 없다는 둥 썰을 풀고 나니 아빠가 한마디 쓱 하십니다. "우리끼리만 이러니까 엄마한테 미안 딸꾹~ 하잖냐~딸꾹~ 엄마랑은 통화했냐?"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햅죠."아빠! 뭘 엄마 눈치를 봐요? 엄마랑은 통화할 것도 없어! 그냥 아빠가 최고라구~"
난 정말 박쥐같은 지지배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남편도 왕하지님처럼 생각했을 것같습니다.
우리마누라 어찌그리 말이 많을까..쯧쯧
왕하지
이렇게 긴 댓글은 또 처음이로군요. ㅎㅎㅎ,
동네 원두막에서 친구들과 몇 시간째 술을 드시는 아버님의 모습이 너무 그립습니다. 나는 맨날 혼자서 조용히 잠깐동안 마시는데... ㅠㅠ,
그런데도 우리 아내는 술 마신다고 잔소리가 무척 많답니다.
어버이 날 어머니 속도 다 풀어드리고, 또 최고의 아버지로 모셨으니 정말 효도하셨습니다. 부모님껜 자주 전화 드려야지요. 따로따로, ㅎㅎㅎ,
예전에 용돈도 따로따로 많이 받으셨겠어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44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044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가 하루 일찍 돌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해댔다. 옆에서 아내가 “할미도… 더보기

파리....

댓글 4 | 조회 4,874 | 2011.02.08
런던에서는 집을 나설 때 우산을 들고 나서고 아마존에서는 커다란 칼을 들고 나선다고 한다. 오래전 비즈니스 관계로 동료들과 같이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나들이를 … 더보기

11일만의 귀환

댓글 1 | 조회 4,871 | 2011.01.25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동전을 꺼낸 손자가 여느 때와는 달리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였다. 5달러짜리까지 지폐로 바꾼 손자는 작은 지갑 속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기 시… 더보기

운동화

댓글 2 | 조회 4,834 | 2011.05.10
저녁에 산책을 가는데 나보다 걸음이 빠른 아내가 이야기를 하느라고 느리게 걷고 있었다. “아, 좀 빨리 걸어, 앞에 똥차가 못 가니까 뒤에 새 차도 못 가잖아. …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778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빠에게 말하자 옆에서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들아 당장 만나보아라~” “어휴~ 엄마, 지금 내 상황이 여자 만날 상… 더보기

오씨 가족의 참변

댓글 1 | 조회 4,716 | 2008.11.25
최근 들어 오씨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 옵니다. 겨우내 움 추리고 집에서만 있던 오씨들이 요즘같이 따뜻한 봄철이 되면 가족… 더보기

꽃밭에서...

댓글 2 | 조회 4,709 | 2011.07.1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은 닭장속에 모여살아요~” 암탉들이 꼬꼬거리며 평화스럽게 노래를 불러대도 닭장 속은 그저 심난하기 만 하였다. 수탉 2마리 때… 더보기

이웃집 여인

댓글 1 | 조회 4,286 | 2008.11.11
우리 집 뒤뜰언덕에 사과나무 열 그루가 있는데 그 뒤 울타리 너머의 높은 언덕엔 커다란 숲이 있습니다. 이웃집 여인은 개를 데리고 매일 그 숲속을 산책합니다. 내… 더보기

자동차 침대

댓글 0 | 조회 4,264 | 2010.03.09
손자가 어디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갑자기 자동차침대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 댔다. 내가 외출을 할 때마다 손자는 자동차침대 만들 나무 사러 가느냐고 물었다. 매일 …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157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너 번씩 비가 내리니 빨래를 벽난로 옆에다 널어두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빨리 개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날랑하시며 빨래를 … 더보기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100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바라보는 사이에 한해가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한국에서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더보기

정말 공짜야?

댓글 0 | 조회 4,098 | 2008.12.09
얼마 전부터 아침에 담이 많이 나오고 피도 섞여 나오더군요. 주택 리 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직접 목수 일을 하다 보니 먼지도 많이 마시고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55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빨간 우체통

댓글 2 | 조회 4,039 | 2009.10.26
아내가 오클랜드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주말에 올 때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부르스타 좀 사와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을 초대를 했는데 월남 쌈을 먹… 더보기
Now

현재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37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4,001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잔혹한 전원생활

댓글 1 | 조회 3,989 | 2008.10.30
요즘 사료 값이 올라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 오리를 2마리나 가져간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공짜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 간다는 것입니다.암, 그래야지… 더보기

한국 남자는 행운아

댓글 0 | 조회 3,935 | 2009.03.10
골프클럽 매니저인 스티브는 요즘 혼자 삽니다. 스티브는 부인과 딸 둘, 아들과 같이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선생인 부인이 원래 호주 사람인데 뉴질랜드보다 수입도 높…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921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유정천리

댓글 0 | 조회 3,850 | 2010.05.25
동식이네 가족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우리 집에서 닭을 잡아 같이 식사를 하는데 동식이 아빠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다. 그날 술이 얼큰해진 동식이 아빠가 감정이 복…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843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842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81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79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