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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광규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넓고 빠른 길로
몇 군데 정거장을 거쳐
대도시에서 신도시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
완행버스를 탔다
이 길 저 길 좁은 길을 거쳐
사람이 자주 타고 내리는 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추어탕 집도 지나고
파주옥 앞도 지나고
전주비빔밥 집도 지나고
스캔들양주 간판과
희망맥주 앞을 지났다
고등학교 앞에서는 탱글탱글한 학생들이
기분 좋게 담뿍 타는 걸 보고 잠깐 졸았다
어느새 버스는 뉴욕제과를 지나서
파리양장점 앞에서
천국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천국을 빼고는
이미 내가 다 여행 삼아 다녀본 곳인데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 파주, 전주, 파리, 뉴욕을
다시 한 번 다녀온 것만 같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녀오고
스캔들도 다시 일으켜보고
희망을 시원한 맥주처럼 마시고 온 것 같다
직행버스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을
느릿느릿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digda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