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글쓴이: 허 만하
1.
말이 한 마리 고원에 서 있다. 노을이 지고 난 뒤의 하늘에 솟는 누런 놋쇠가둥처럼 튼튼한 다리가 엉덩이 둘레 두툼한 야성미 한가운데 박혀 있다. 가을의 고원에 서 있는 말은 가시 철조망 안에 갇힌 긴 기다림과 야성적인 질주 틈새에 있다.
2.
풀밭을 달리는 말은 자기 발굽소리 한 치 위에 뜬다. 그때 말은 출렁이는 갈퀴에서 이는 싱싱한 바람 냄새가 된다. 몽골의 풀밭을 달리는 말은 자기가 열어제치는 아득한 지평선이 다시 멀리 펼쳐지는 새 지평선이 되는 변신을 사랑하는 말이다.
3.
이따금 심심한 쪽 발을 들어올려 대지의 탄력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고원에 서 있는 말은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는 말과 벌써 달리고 있는 말 언제나 그 틈새에 있다. 격렬한 현재는 가늘게 떨며 사라지는 화살의 운동과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자리잡은 운동 직전의 완벽한 정지 그 틈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