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 키위새의 운명(運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58] 키위새의 운명(運命)

1 3,001 KoreaTimes
  키위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제1회 You Tube Video Awards 에서 ‘가장 귀여운 영상’으로 뽑혔다. 키위새 한 마리가 날기 위해 천신만고 노력하다가 절벽의 가파른 면에 나무를 박는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비상한다. 작가는 날고 싶은 키위새의 소망을 위해 절벽의 수직 각도를 수평으로 눕혀 준다. 키위새는 마치 들판을 날고 있는 듯 행복하다. 키위새의 눈가에는 눈물이 번지고, 마침내 눈을 감고 다가올 땅바닥과의 해후를 기다린다. 화면은 끝나고 ‘쿠궁’ 하는 효과음만이 키위새의 최후를 말해준다. 귀엽기는커녕 참 처절했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키위새를 단 두 번인가 보았다. 관광지의 전시실에서였다. 야행성인 키위새는 어두운 유리 진열장 안에 있었다. 날개는 흔적도 없고, 엉덩이는 뭉뚝했다. 몸은 만삭의 임산부처럼 둥글고 무거워 보였다. 긴 부리로 뭔가 잡아먹을 심사인지 바닥에 깔아 놓은 풀섶을 헤칠 때 ‘그 게으른 움직임’ 이 반갑기만 했다. 아, 그래도 저 긴 부리는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구나, 그나마 다행이었다. 키위새는 보통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자기 몸무게의 3,40퍼센트나 되는 큰 알이다. 그 알이 부화가 안 되거나 다른 동물에게 먹히면 말짱 헛수고다. 작은 알 스무 개쯤 낳았으면 지금 참새처럼 떼지어 다닐 텐데---키위새에 대한 첫 인상은 가엾고 충격적이었다.

  과거에 키위새는 천적도 없고 모든 것이 너무 편안했다. 날개는 퇴화됐고, 많은 알을 낳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민자들과 포섬 등 포유류들이 들어왔고 키위새는 멸종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키위새의 멸종이 단지 외부 환경 탓일까?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명쾌하게 밝혀 낸다. 진화의 길고 긴 과정 속에서 어떤 생물이 살아 남고 어떤 생물이 사라졌던가? 힘이 강한 생물이 살아 남았는가, 재능이 있는 생물이 살아 남았는가? 아니다. 유연한 적응력을 가진 생물이 살아 남았다.

  다윈은 생물의 생태 연구 업적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철학적 명제를 이끌어 내어 인류의 삶을 진화시켰다는데 더 큰 위대함이 있다.

  다윈의 논리는 기업과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포춘지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인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에서 50년이었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회사를 모태로 아직까지 번성하고 있는 GE사는 변화에 능동적이며 유연하게 적응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고, 그 변혁의 주체였던 젝 웰치는 CEO계의 전설적 인물로 남아있다.

  세계가 견제하고 두려워하는 중국의 힘은 무엇인가. 1978년 개혁 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 중국은 해외 인재나 자금, 기술 등을 크고도 유연한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 결과 뉴질랜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made in china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중국이 변화 무쌍한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했다면 다른 사회주의 국가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유연함, 적응력마저 갖추었다면 게임은 끝나지 않았는가, 앞으로 세계의 주도권이 어디로 갈 것인지. 이런 추세라면 우리는 중국을 보면서 계속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중국 기예단의 연체동물 같은 몸놀림에 놀라고 감탄했던 것처럼.

  나는 얼마 전 아들과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아톰(철완아톰)’ 과 ‘밀림의 왕자 레오(정글대제)’ 등으로 일본 만화의 천황으로 불린다. 어디 일본인 뿐이랴. 수많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톰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일본인들이 그의 만화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인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때 ‘무쇠팔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아톰’을 통해 재기의 힘을 불어 넣어준 이가 데즈카 오사무다. 데즈카 오사무는 초기에 디즈니 만화를 보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의 ‘아톰’ 이 어쩜 ‘미키마우스’ 와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일본의 저력은 기존에 있던 어떤 요소로부터 자기 자신에게 이로운 새롭고 유용한 조합물을 만들어 내 세계화시키는 것이다. 이 또한 받아들이고 변화시켜서 창조에 이르는 유연한 사고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키위새는 뉴질랜드의 심벌로 도처에 등장한다. 심지어 뉴질랜드 공군의 심벌과 라운델에도 키위새가 그려져 있다. 날지 못하는 새가 최고로 잘 날아야 하는 공군의 상징이라니^^^. 뉴질랜드의 키위 사랑은 오로지 뉴질랜드에만 있는 새라는 유일성과 독특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가. Unique하다는 것이 과거에는 달콤한 자위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래 사회의 덕목치고는 너무나도 ‘우물 안 개구리’ 적인 발상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석고 기부스와 같은 사고 방식으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처럼 위태위태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쌔엠
중국은 낚시줄 만큼이나 얼켜 있지만,

나름 아세안의 이름으로 보듬어야 하질

않을까요,..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342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

개와 늑대의 시간

댓글 4 | 조회 3,267 | 2011.11.22
하루에 두 번, 하늘에는 더블 캐스팅 된 배우처럼 해와 달이 떠오른다. 달이 퇴장하는 새벽과 해가 퇴장하는 일몰의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위험하고 불길하다. 어슴푸… 더보기

내 친구 Kitty와 Cyril

댓글 4 | 조회 3,234 | 2011.10.26
나는 가끔, 120살쯤 되는 Kitty와 Cyril을 만나러 간다. 티티랑기를 거쳐 후이아로 15분 정도 달리면 Karamatura Valley가 나온다. 그 곳… 더보기

Ebony & Ivory 그리고 Yellow

댓글 1 | 조회 3,213 | 2010.07.27
공원을 반 바퀴쯤 돌아설 무렵, 가시처럼 눈을 찌르던 햇살이 짱짱함을 잃고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졌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브라운 색 필터로 한 번 … 더보기

강북스타일

댓글 3 | 조회 3,170 | 2012.09.11
이민 생활의 방향, 성패는 뉴질랜드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는지, 최초 며칠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법 신빙성이 크다. 내가 하버브리지 남쪽에서 13년째 … 더보기

Summer time

댓글 4 | 조회 3,157 | 2012.01.31
엊그제, 안개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공원에서 누가 부르는 듯 했다. 손을 허공에 내밀어보았다. 내리는 둥 마는 둥 간질간질하다. 나는 목에 스카프를 둘렀다.… 더보기

[342] 식물의 사생활(1)---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댓글 1 | 조회 3,106 | 2006.10.09
텃밭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나는 한동안 들떠 있었다. 상추, 깻잎, 고추는 기본이고 호박, 오이, 가지, 토마토, 완두콩에 배추, 무까지 다 키워보리라. 겨우내… 더보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선물

댓글 2 | 조회 3,073 | 2010.07.13
우연히 들른 것인지 영역을 넓히려 온 것인지,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진한 갈색의 야성적인 무늬가 매력적인 ‘삵’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첨 보는 녀석이… 더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댓글 1 | 조회 3,069 | 2010.02.23
인품 좋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일들은 악마의 짓이었다.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해 온갖 추악한 일을… 더보기

항아리 속 女子

댓글 4 | 조회 3,061 | 2012.05.22
#1. 한국의 전통 장(醬)들은 오래 묵으면 약이 된다. 위장병엔 묵은 간장이, 외상이나 화상에는 된장이, 감기나 어혈 푸는 데는 고추장이 특효라고 한다. 어느 … 더보기

Open Home ; 첫 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3,043 | 2009.09.22
9월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집을 내놓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 구조가 모두 똑같고 가격대도 고만고만한 아파트만 두 어 번 거래 해 … 더보기

별나라로 간 스님

댓글 2 | 조회 3,021 | 2010.03.23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 더보기

WETA를 아십니까?

댓글 0 | 조회 3,010 | 2008.09.23
만약, 만약에 말이다. 60억이 넘는 지구인이 한 사람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자. 지구가 떠돌이 행성과 박치기를 해 한 순간에 공중분해 되거나, 지진이… 더보기

현재 [358] 키위새의 운명(運命)

댓글 1 | 조회 3,002 | 2007.06.12
키위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제1회 You Tube Video Awards 에서 ‘가장 귀여운 영상’으로 뽑혔다. 키위새 한 마리가 날기 위해 천신만… 더보기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

댓글 2 | 조회 3,001 | 2009.04.16
예상대로 뉴질랜드 이민 문호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한다. 별 뾰족한 수가 없지 않은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실업률은 증가하고, 기댈 곳이라고는 돈 싸 짊어지고 들… 더보기

나의 지음(知音)은 어디에?

댓글 2 | 조회 2,947 | 2012.10.24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가만히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재주들이 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이심전심이 가능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 더보기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댓글 9 | 조회 2,941 | 2011.08.16
옛날 옛적에, 여우가 캥캥 울어대는 골짜기(여우난골)에 사람들(여우난골 族)이 모여 살았습니다. <얼굴에 별자국(곰보)이 솜솜났지만 재주가 좋아 하루에 베 … 더보기

무서운 돼지

댓글 0 | 조회 2,939 | 2009.06.23
<TV One 캡쳐 화면>영국의 동화 작가 Roald Dahl의 'The Pig (from Dirty Beast)' 중에 등장하는 돼지는 무지무지 똑똑… 더보기

아파트

댓글 5 | 조회 2,930 | 2012.02.29
뉴질랜드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이 부족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렌트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집… 더보기

[340] MASSAGE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댓글 1 | 조회 2,902 | 2006.09.11
동서남북도 제대로 분간 못하던 이민 초자 시절에 내 눈에 제일 많이 들어왔던 건 ‘massage’라는 간판이었다. `massage’라면 목욕탕에서 때미는 아줌마가… 더보기

댁의 마음은 어디 계십니까?

댓글 2 | 조회 2,901 | 2012.01.17
내 영역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정되어 있어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사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하고, 가끔 산을 찾고, 한글을 가르치러 이웃 동네로 넘어… 더보기

얼어죽을 놈의 낭만!? - 1. 겨울비

댓글 0 | 조회 2,900 | 2008.08.13
하늘에 해가 있기나 한 것인가. 이번 겨울은 참으로 수상하다. 비가 두어 달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린다. 주택가 곳곳이 침수되어 대피 소동을 벌이고 폭풍우에 쓰… 더보기

채식주의자는 행복해!

댓글 3 | 조회 2,876 | 2012.02.15
내 아들이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5년 전 일이다. 완전 채식은 아니고 치즈와 달걀은 섭취하는 Lacto-ovo-vegetarian인데 그나마 치즈와 달걀도 줄여가… 더보기

닥터 지바고의 발자국

댓글 1 | 조회 2,873 | 2009.04.28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입꼬리가 축 처져 내리는 것은 피부가 탄력을 잃어서일까, 뉴톤의 중력 법칙이 사뭇 입꼬리에만 작용해서일까? 어린 아이들은 '까꿍' 한 번에도 … 더보기

Open Home ; 두 번째 이야기

댓글 0 | 조회 2,858 | 2009.10.13
수선화에 이어 모란과 벚꽃이 피었다. 붉은 철쭉도 피었다. 뒤란의 수국은 새 잎이 푸른 구름 모양 둥실둥실 돋아났다.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지는 동안 우리도 다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