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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클랜드대학교에서는 ‘한국인들을 위한 자살방지 도움자료’ 발표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정신건강분야에 종사하는 아시안들과 와이테마타보건위원회와 보건부 정책입안자까지 참석해서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자살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했습니다.
뒤이어 아시안패밀리서비스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필자와 와이테마타지역보건위원회 심리상담사 전현옥 박사, 김아람 정신건강전문의, 그리고 와이카토지역보건위원회 박초혜 정신건강전문의가 함께 참여한‘당신은 소중합니다’비디오 홍보물도 상영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국은 2018년 기준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것도 최근 수년간 부동의 1위입니다. 뉴질랜드의 공식통계에는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자살율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시안은 중국, 인도, 그외 아시안 (Other Asians)이라고 분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인구가 많지 않으므로 통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뉴질랜드 통계청의 정책적 판단이 아쉽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는 되지 않지만 일선의 정신건강관련 종사자분들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사는 우리 한국인들의 자살율도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평균 아시안 자살율 10만명당 8.69명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치열한 경쟁이 없고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제도도 잘 갖추어져 있는 평화로운 나라인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들. 그렇지만 이민자이든 유학생이든, 단기체류를 하고 있든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은 정신적 건강문제를 안고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현옥 박사는 이민을 ‘자신의 뿌리를 옮겨 토양이 완전히 다른 곳에 옮겨 심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은 상당히 큰 정신적 혼란을 겪으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슬픔과 상실과 좌절 그리고 환희와 기대, 새로운 땅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이 모든 감정들을 잘 추스리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낙담하고 좌절해서 쓰러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조그마한 성취에 기뻐하며 희망의 미래를 꿈꾸며 힘차게 나아가기도 합니다.
결국, 정신건강문제는 옳고 그름의 단편적이며 윤리적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삶을 살아내며 겪는 지속적이며 실존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우리 공동체안에서 자살의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가족들이 받았을 슬픔과 좌절 그리고 상실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 겪는 충격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마음 한켠에도 큰 슬픔과 상실감이 남습니다. 우리는 도저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보듬켜 안고 함께 울고 있습니다. 혹여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그 엄청난 충격을 겪고 있는 가족분들에게 티끌만한 편견이나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 비난을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인 것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자살의 문제를 ‘애써 피하고 싶은 주제’로 숨겨 둘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합니다.
김아람 정신건강전문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3L 을 제시합니다.
Look (주변에서 찾아 보기)
Listen (들어주고 공감하기)
Liaise (전문가와 연계하기)
극심한 정신적 고통속에서 있는 우리의 이웃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중장기적인 도움을 연결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이 메세지의 핵심입니다. 또한, 박초혜 정신건강전문의는 자살의 충동은 상담과 약물치료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면 우리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남 모르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도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여전히 있고, 여러분의 자리가 분명 존재합니다.”
* 한국어 정신건강 상담 전화 - 아시안패밀리서비스 0800 862 342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