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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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2006. 00:12
박신영 ()
사는 이야기
11월초의 한국은 꽤나 추운 날씨일텐데, 이곳은 벌써 여름인가싶다. 낮에는 썬크림을 꼭 챙겨야 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점점 휴가 분위기도 느껴진다. 앞집의 Cherry는 남섬에 트래킹갈 계획이란다.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부치는 것이 가이폭스데이(11월 5일)같기도 하다. 가이폭스는 400여년전쯤에 영국에 살았던 사람인 모양인데 소위 쿠데타를 계획했다가 배신자땜에 실패하고 사형당했다고 한다. 그 이후 왕실을 지켜낸 이 사건을 기념해 불꽃놀이를 하기 시작했나보다.
어제, 그제는 집집마다 얼마나 폭죽을 터뜨리는지 길거리에 화약냄새가 매콤할 정도이고 열두시가 넘었는데도 갑자기 쿵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유난히 더욱 극성스럽게 불꽃놀이를 하는 듯 하다. 건조한 탓에 불도 많이 난 모양이다. 우리집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10불짜리 작은 family pack을 하나 사왔다. 아들녀석은 너무 신나서 강강수월래하듯이 불꽃 스틱을 들고 춤을 춘다. 나는 너무 가까이서 쳐다보자니 눈이 아프다. 나는 이제 늙었는지 이런 것도 재미가 없다. 오클랜드동물원의 동물들이 불꽃터지는 소리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사육사들이 걱정을 한다. 동네마다, 도시마다 폭죽터지는 소리에 뉴질랜드 전체가 들썩이는 것 같다. 이젠 이 난리법석도 내년부터는 없어지겠지. 올해까지만 허용한다니까 더욱 극성스럽게 마지막 발광을 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는 미국처럼 개인은 엄격히 금지되고 허가받은 공공장소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되니까 그날은 꼭 불꽃놀이를 구경가야만 하는 분위기였다. 불꽃놀이장소였던 유엔본부 뒤쪽의 공원에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돌아가는 길의 전철은 마치 한국의 지옥철처럼 엄청난 인파가 몰렸었다 평소에는 출퇴근시간이라 사람이 많을 때에도 절대로 서로간에 신체가 접촉하는 일은 없도록 어느정도 공간을 만들어주었었는데, 이날만은 한국인가 착각할 정도로 꽉꽉 들어찼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이 원래 예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만 인구밀도가 높아서 그렇게들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할로윈이 되니까 큰 호박을 사다가 속을 파내고 눈,코,입 구멍을 내야하는 분위기였고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꼭 장식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집집마다 꾸며놓은 전구장식을 구경이라도 가야하는 분위기였다. 이 사람들, 심심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쓰는구나...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TV만 틀면 때마다 설특집, 여름특집, 추석특집 등등 쇼를 준비해 놓으니까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먹기만 하면 되고, 그래서 편하기도 했었다.
뉴질랜드와 한국이 다른 점 중에, 기념일의 활용(?)정도가 눈에 띈다. 한국처럼 뉴질랜드도 뭔 날이 참 많다. 한국의 경찰의 날, 조세의 날, 국군의 날....어쩌고 뭐 그런 날에는 꼭 관계자만 참석하는 기념식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반드시 뉴스시간에 공식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곳 뉴질랜드는 직접 참여하는 무슨 day가 많다고 하겠다. 우선 어제의 가이폭스데이처럼 온 국민이 열렬히 불꽃놀이에 참여하느라 소방관들에게는 엄청 바쁜 시즌이 있었다. 폭죽을 단지 그날만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두달전부터 밤마다 여기저기서 펑펑 거리니 이 사람들, 참 준비성(?)이 대단하다.
지난주에는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뭔 종이를 받아와서 내미는데, JUMP OFF DAY라고 한다. 건강한 심장을 만들기 위해 줄넘기를 하자는 것인데, 여기까지는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또 sponsorship을 촉구한다.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집집마다 얼마씩 기부를 받아서 학교에 모아 내라는 것이다. 15불이상 낸 학생은 선물로 조그만 공이랑 휴대용 라디오를 준다고 한다. 아들은 저녁을 먹자마자 돈 걷으러 다니자고 하는데, 나는 싫다고 했다. 2불짜리 초코렛 팔러 다니는 것도 쉽지않은데 자그마치 5불씩 내라고 하면 돈 낼 사람이 몇이나 될지, 하여간 졸라대는 아들에게 냉정하게 못 간다고 했다. 엄마가 피곤하니까 네가 청소기나 한번 돌리라고 했더니, 그럼 얼마 줄꺼냐고 물어본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PUSH PLAY DAY라고 한다. 이건 또 뭐냐면, 건강을 위해 하루 30분씩 운동을 하자는 것인데, 집집마다 우체통에 홍보전단과 초록풍선 하나씩을 넣어놓았다. 이 풍선을 불어서 집앞에 매달아 놓고, 이 행사에 참여하는 근처 공원에 가면 5살까지의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들이 40분정도 걷기를 하는 것이다. YMCA에서는 이날 하루동안 무료로 지역주민들에게 운동시설을 공개했고, 아들의 가방에는 관련 스티커가 붙어있고 학교에서는 달리기를 했다고 한다.
오늘은 아들의 가방속에서 5+a DAY종이를 발견했다. 이건 또 뭐냐,.... 건강을 위해 하루에 최소 5개의 과일이나 야채를 먹으라는 것이었다. 과일과 야채에는 건강과 에너지를 유지하기위한 많은 영양소, 미네랄, 식물성 케미칼등이 들어있으니 꼭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도록 애쓰고, 등등......, 호오, 이건 괜찮네, 야채 안 먹으려는 아들에게 써 먹으면 좋겠다.
이젠 뭔 날이 또 남았을까
우선 이번주에는 Athletics Day, 다음주에는 우리아들의 Birthday(!), 2주후에는 FLY Day, 다음달에는 Christmas Day, 그 다음에는 Boxing Day,
그럼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