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과 B양은 자매간이다
언니는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은 3학년때 뉴질랜드로 왔다
2년동안 학교에 다녔고 집에서는 꼬박 2년간 개인영어과외도 받았다
언니는 원래 한국에서도 공부를 아주 잘하는 똑똑한 모범생이었고 동생은 공부에 관심도 없고 놀기만 좋아하는 까불이였다 아무도 동생에게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언니 공부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주워들었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2년후, 언니는 상당한 영어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였다
하지만 동생역시 놀랍게도(?) 영어로 말하면서 놀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쓰기, 읽기도 어느정도 되는 수준이 되었다
2005년 12월 한국으로 돌아간 이들 자매를 8개월후 한국에 다니러 간 이모가 만나보았다
언니는 한국에서 중학교에 입학해서 '영어선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해 나가고 있었지만
동생은 어느덧 영어로 말하기조차 어눌한 수준으로 '까 먹었다'고 한다
사례 2.
C군과 D군은 형제간이다
형은 한국나이로 7살, 동생은 5살, 12월달에 뉴질랜드에 왔다
형은 한국에서 막 학교에 입학할 나이였지만 뉴질랜드초등학교의 year2부터 시작했고 동생은 유치원부터 다녔다
2006년 12월 귀국을 앞둔 이들 형제를 보면 완전 키위아이들과 똑같이 논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100%영어로 이야기하면서 논다 한국아이를 만나도 영어로 이야기한다 한국어수준은 유치원생보다 못하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형은 초등3학년에 편입할 텐데 한국어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어휘력은 물론이고 쓰기, 읽기가 아주 기초급이다 형이 이 정도이니 동생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물론, 수년후 이 형제들은 다른 한국아이들과 다름없이 한국사람으로 말하고 쓰고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형제의 현재 영어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대단히 힘들것이다 지금은 영어로 말하고 노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재 이 형제의 영어어휘력, 작문능력은 뉴질랜드초등학교 저학년수준이므로 이정도야 한국중학생들도 문제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형제의 한국어 적응보다도 급격한 문화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있다
뉴질랜드학교에서는 1,2학년은 거의 '노는' 수준이다 음악틀어놓고 선생님이랑 동요부르고 춤추고 교실에서도 레고가지고 놀고 선생님이 책 한권 읽어주면 빙 둘어앉아 듣고 서로 이야기나누고 종이뜯고 붙이고.........하여간 하루 6시간동안 한국적인 시각에서의 '공부'는 별로 없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도 그 앞에서 팔짱끼고 듣는 아이, 반쯤 드러누운 아이, 옆친구랑 얘기하는 아이, 하여간 가지각색이다 무슨 질문이든 하고 싶으면 마음껏 발표한다 선생님은 참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준다 선생님 눈치를 아무도 안 본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랬던 아이들이
한국에서 40명 가까운 아이들과 섞여서 줄맞추어 놓은 작은 책상과 의자에 꼼짝없이 붙어앉아서 떠들어도 안되고 선생님 똑바로 쳐다보고 바르게 앉아서 시키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교실안과 교실밖에서는 온갖 규칙을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
미국이나 호주등 영어권 국가에 자녀들의 어학연수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6개월정도면 어느정도 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대개 본인 스스로가 영어공부를 별로 안 한 분들이 이런 소리를 한다
하긴 광활한 영어의 바다에 빠져서 헤엄쳐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것이다
단언하자면, 6개월은 너무 짧다
나이를 막론하고.
언어를 익히는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매일 말하고, 듣고, 쓰고, 읽기를 해도 그것이 어느때건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숙성, 내재화되는 익힘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외국에 나와서 갑자기 영어뿐인 환경에 노출되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그 과정을 거치는 것도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린다
기초과정을 쌓는 것인데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바닥다지기와 같아서
부모가 보기에 사실
별 진전도 없어 보이고 답답하기도 하고 조바심도 난다
하지만 이 인내의 과정을 거치면 마침내 조금씩 영어로 말하기, 듣기, 읽기가 이루어진다
언어에 타고난 소질이 있는 아이들은 일단 기초공사가 끝나면 빠르게 실력이 늘어간다
그래서 2년 정도면 처음보다 상당한 진전을 보인다
하지만 평소 워낙 공부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도 시간만 많이 주어지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3년정도 초등학교 과정을 이곳에서 공부하면(중고등학생은 다르다) 영어로 말하고 듣기를 어느정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영어쓰기를 별개의 문제로서 부모가, 개인과외선생이 따로 지도해 주어야 진전이 빠르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영어의 기초를 다지고 온 아이들은 훨씬 쉽게 빠르게 달려갈 수 있다
대학생들조차도 영어실력이 형편없는 학생들은 1년 어학연수 해 봤자 별 달라질 것이 없다
문화체험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것역시 영어가 잘 안되면 견학수준이 된다 말이 안되는데 어떻게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이야기나누고 느낄 수가 있겠나
가장 돈이 많이 들고 또 '짜증'나는 경우는 영어를 기초부터 외국에서 배우고자 생각하는 경우이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학원과 교재들이 넘쳐난다 일단 영어의 기초가 어느정도 이루어졌고 어느정도 간단한 회화는 가능한 수준이 된 후에 영어권국가에 연수든 조기유학이든 공부하러 나오면 그 발전속도는 놀랄 정도가 된다 단순한 언어습득외에도 문화적인 차이,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고 되고 포용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있다
일단 이런 수준에 올랐다해도 끊임없이 바퀴를 돌리지 않으면 녹슬게 되는 것이 또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공부의 특징이다 특히 영어는 그 어휘의 광대함과 다양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언어이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지속적인 자극과 학습만이 일단 쌓은 실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
영어 공부는 피아노 교육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6개월 피아노 공부해봐야 바이엘만 죽어라 쳐도 모자란다
6개월 달랑 영어공부시키고 대단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6개월이 지나면 드디어 말문이 조금씩 트이는 것 같다 이것도 꽤나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이다
더군다나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 외국에 나와서 엄마,아빠와 떨어져 지내면 너무 힘들어진다 간혹 철이 드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아이가 주눅들게 된다 우리아들도 첫 학기는 거의 울면서 보냈다고 하겠다 너무 힘들어서 다 토해내고 먹은 것이 없는데도 노란 물을 쏟아내는 걸 보았다 어떡하든 버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는 한, 한국이 그리워진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