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고양이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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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고양이가 남긴 것

0 개 3,009 KoreaTimes
  '다롱이'가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고양이는 싫어하고, 개를 좋아한다. 교민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개를 더 선호한다.

  키위들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선호도가 반반쯤은 되는 것 같다. 기르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개를 더 좋아하면서도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개는 우선 울타리를 쳐야 하고, 시티 카운슬에 등록을 해야 하고, 집에 홀로 두거나, 이웃집에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되고, 외출 시킬 때는 꼭 목줄을 매 주어야 하는 등 지켜야 할 조건도 많다.

  또한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고 구입비부터 등록비, 개 밥, 개 집, 목걸이 등 경비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이나, 이웃집 동물을 해치면 반드시 주인이 대신 책임을 져야 하고 재판을 받아 벌금을 물기도 한다. 가끔씩 커다란 개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와 어린애나 부녀자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 주인은 피해자에게 사과함이 마땅하고 피해자가 신고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피해가 심할 때는 사살까지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개는 주인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대신 부담도 많이 주기 때문에 기르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어쨌든 펜스 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도 개를 못 구하고 매일 'Trade me'를 들락거리며 '허스키, 비숑, 말티즈' 등 예쁜 강아지들을 찜 해 놓는 게 고작이다.

  개에 비해 고양이는 비교적 기르기가 쉽다. 교육시키지 않아도 밖에 안 보이는 곳에 배변을 하고 개러지에서 기르더라도 일정한 곳에 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꼭 그 곳에서만 실례를 하고 나름대로 흔적을 덮어 버린다. 그리고 주인이 밖에 나가거나 외출에서 돌아 와도 참견하거나 따라 나가려 하거나 반가워 하는 기색도 별로 없기 때문에 외출 시에 부담이 없는 대신 때로는 괘씸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대신 배가 고프거나 주인한테 잘 보이고 싶을 경우 머리통을 주인 다리에 들이 밀거나 비벼 대기도 하고 심지어는 발라당 뒤집어 온갖 소위 '고양이 짓'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이 나거나 활력이 한참 넘칠 때는 끊임없이 새나 다람쥐 등을 잡아 와서는 자랑하거나 혼이 빠져 죽을 때까지 가지고 놀기도 한다. 지난 해 우연히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구해 왔다. 개를 구하면 '아롱이'라 부르기로 하고 고양이에게는 우선 '다롱이'라 이름 지었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기르면 '아롱 다롱' 앞뜰과 뒷동산이 생기 있어 지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얼핏 조용하고 활동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던 다롱이가 집안 뜰을 온통 헤집고 다녔고 한 1년쯤 기르면서 몇 가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항상 주인 뒤를 쫄쫄 따라 다니거나 주인이 일하는 5m 반경 이내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다롱'아 그만 가자!" 하면 영낙 없이 앞장서거나 뒤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산책하기 위해 휘파람을 세 번만 불면 99% 언젠가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롱이가 내게 도움을 준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달동네에 살면서 부터 이웃 사람들 외에는 특별히 약속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키위 방문객은 거의 없다. 거기다가 밖에 나가서도 현지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드물다 보니 그나마 초라한 영어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이따금씩 다롱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몇 달 지나니 간단한 말- '가자, 이리 와, 밥 먹어, 들어 와' 등은 쉽게 알아 듣는 것이었다. 표정과 제스쳐를 보고 눈치로 때려 잡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후로는 제법 길게 얘기하게 되었고 아무리 엉터리 영어를 구사해도 사람처럼 진력 내지 않고 말 없이 들어 주는 것이었다. 발음 나쁘다고 시비 거는 일도 결코 없었다.

  그런 다롱이가 어느 날 밤,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집 근처를 샅샅이 뒤지면서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다롱이가 사라지면서 몇 가지를 남겨 두고 갔다.

  첫째는 노래 가사 처럼 '있을 때 잘 해' 줄 걸 하는 아쉬움이 인다. 가끔씩 미워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개의 역할 까지도 기대했던 것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도 때로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롱이가 사라지자 갑자기 새들이 집 주위를 활개치고 토마토를 쪼아 먹거나 심지어는 개러지나 거실까지도 날아드는 가 하면 옆집, 뒷집 고양이까지 우리 집 뜰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하루 종일 소리 없이 주위를 맴돌던 못 생기고 쪼끄만 고양이 한 마리가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동물에게도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아가페적인 사랑을 줄 때만이 언젠가 보람을 안겨 준다'는 사실이다.

  다롱이가 남긴 것들은 어쩌면 인간관계에서도 적용 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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