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proxy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Proxy란 넓은 의미로는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행동할 수 있는 권한 또는 다른 사람을 대리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조금 더 좁은 의미인 표결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을 대신 행사하는 권한 또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리인을 뜻하거나, 대리인에게 위임하는 서류를 지칭한다. 본 칼럼에서는 이하 proxy를 대리인 또는 대리권으로 지칭한다.
한 단체의 회의에 대리인이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그 단체의 정관을 살펴보아야 한다. 해당 단체의 정관이나 규정에 대리인을 통한 투표를 허용하고 있지 않거나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회원은 직접 회의에 참가하여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대리인을 보내어 대신 투표할 수 없다.
정관에 따라 표결의 방식이 거수(vote by show of hands)로 이루어진다면, 의결권을 가진 회원은 각자 한 표를 행사 할 수 있고 이는 의장의 물음에 손을 들음으로 표현한다. 회의에서 표결이 거수로서 진행된다면 대리인은 원칙적으로 표결에 참가할 수 없지만, 단체의 정관이나 규정이 대리인의 거수 투표를 허용한다면 정관에 따라 투표가 가능하다. 정관이 대리인의 거수 투표를 허용한다고 하여도, 대리인은 두 표 이상의 표를 행사할 수 없다.
즉, 예를 들어 한 단체의 정관이 대리인의 거수 투표를 허용한다고 할 때, A라는 회원이 다른 회원인 B와 C로부터 대리권한을 부여받고 회의에 참석한다고 가정하자. 이 때 A는 대리권한이 있다해도 거수 투표에서 단 한 표만을 행사 할수 있다. 이번에는 회원이 아닌 D가 회원인 B로부터 대리권한을 부여받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가정하면, D는 B를 대신하여 거수 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만약 비회원인 D가 회원인 B와 C로 부터 각기 대리권한을 받았다고 해도 역시 거수 투표에서는 B를 대신하여 한 표를 행사하거나, C를 대신하여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B와 C를 대신하여 두 표를 행사 할 수는 없다.
만약 해당 단체가 주식 회사이고 표결이 거수 투표로 이루어진다면 각 주주가 주주회의에서 행사 할 수 있는 의결권은 소유한 주식의 숫자와 상관없이 한 표로 한정된다. 거수와 달리 poll(서면 투표)에서는 회의에 참석한 각 회원이 한 표 이상을 행사 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주주회의에서 서면 투표가 실시될 때에는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수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표의 수가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단체의 회의에서도 의결권을 가진 회원은 누구나 거수 대신 서면 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관을 통해 서면 투표를 금지하거나, 아니면 특정 조건에서만 서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제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관을 통하여 회의에 참석한 회원의 1/5 이상이 동의해야만 서면 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서면 투표는 거수로서의 표결이 이루어진 다음에도 요청할 수 있고, 거수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거수 투표가 진행된 다음에 서면 투표가 요청되었다면, 거수 투표의 결과는 무시되고 서면 투표의 결과가 이를 대신하게 된다.
거수 투표에서 대리인의 투표 권한이 제한적인데 비해 서면 투표에서는 대리인의 의결권 행사가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회의에서 서면 투표가 먼저 의결되어야만 하는데, 거수 대신 서면 투표를 진행할지에 대한 안건의 표결에는 대리인이 참석할 수 없다. 즉, 회의에 본인이 직접 참석한 회원이 먼저 서면 투표를 요청하여 그것이 의결된 후에야만 대리인이 서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단, 정관에서 대리인도 서면 투표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정관을 따르게 된다.
단체의 표결 방식은 결국 정관이 우선시 됨으로 애초에 단체를 설립할 때 단체에 알맞은 정관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