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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인의 책임은 보증(계약)서의 조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뉴질랜드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보증은 엄밀히 따지면 guarantee(보증) 이기도 하고 indemnity(손해 배상의 보장) 이기도 한데, 독자의 편의를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홍길동씨가 가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이에 대해 손오공씨가 보증을 섰다면, 가나다 은행은 홍길동씨가 원금의 상환이나 이자의 지불을 못했을 때, 먼저 홍길동씨에게 지불을 요구하지 않고 바로 손오공씨에게 변상을 청구 할 수 있는 식이다. 이 때, 손오공씨는 원금 및 밀린 이자 외에도, 가나다 은행이 홍길동씨의 채무로 인해 입은 추가 손실에 대해도 보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가나다 은행 측에서는 홍길동씨에게 돈을 받건, 손오공씨에게 돈을 받건, 돈만 받을 수 있다면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 측에서는 두 사람 중, 돈을 받아내기 더 용의한 사람에게 지불을 요구할 것이다.
위 예에서, 만약 손오공씨가 홍길동씨 대신 가나다 은행에 원금을 상환 했다면, 손오공씨는 가나다 은행이 가지고 있던 홍길동씨에 관한 채무/채권 및 그에 대한 권리를 양도 받아 이를 홍길동씨에게 행사할 수 있다. 즉 손오공씨가 은행에 돈을 낸 후, 은행의 입장에서 홍길동씨에게 변상을 요구할 수 있다.
타인의 보증을 설 때 주의할 점 중 하나가, 보증이 적용되는 액수의 제한이 있는가 이다. 보증 한도, 즉 보증의 최고 액수가 $x00,000식으로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보증인은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만, 보증 액수가 무제한 (unlimited) 그리고 모든 의무 (all obligations)인 경우에는 보증인은 피보증인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채무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즉 피보증인이 보증인의 사전 동의 없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시에도 보증인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 홍길동씨의 예를 들어보자. 홍길동씨가 가나다 은행에서 삼십만 불을 빌리면서 손오공씨가 보증을 섰고, 이 보증은 무제한 즉, unlimited and all obligations 보증이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손오공씨가 보증을 서기 전에 홍길동씨가 이미 가나다 은행으로부터 십만 불의 금액을 빌린 상태라면, 손오공씨는 보증 시점에서 홍길동씨가 받은 융자금인 삼십만 불 외에도, 기존에 있던 융자금 십만 불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보증을 선 시점으로부터 일 년 후에 홍길동씨가 가나다 은행에서 이십만 불의 추가 융자를 받는다면, 손오공씨는 추가 융자금인 이십만 불에 대해서도 책임을 갖는다.
보증을 선다 함은 보증인에게는 큰 위험과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이와 반대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도 좋지만, 수입과 재산이 확실한 보증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증을 설 때에는 피보증인 (즉, 실제로 대출을 받는 사람)과는 별개로 변호사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고, 거의 대부분의 시중 은행은 대출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보증인이 법률조언을 받았다는 증서를 요구한다.
보증은 보증의 혜택을 받는 사람과 보증인 사이의 계약이고, 영미 불문법상의 계약법에는 협박이나 강압에 의한 계약은 무효화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예를 들면, 만약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남편이 사업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고, 은행은 재산이 있는 부인의 보증을 요구했을 때, 부인은 보증의 의미도 잘 모르고 남편이 시키는 대로 보증(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가정해보면, 추후 남편이 은행에 돈을 갚지 않아 은행이 보증인인 부인에게 지불을 요구했을 때, 부인은 남편의 강압에 의해 보증의 의미나 영향을 모르고 남편이 시키는 대로 서명을 했다고 주장할 수가 있고, 이 때 보증계약은 무효화 될 수 있다.
한국처럼 보증이 빈번히 요구되지 않는 뉴질랜드에서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평생 보증을 설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어떤 이유에서건 보증인이 되기를 요구 받았다면, 신중히 생각 해 보고 법률 조언을 받기를 권하고 싶다. 보증인과 피보증인이 혈연이나, 비지니스 관계로 얽혀있지 않다면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보증을 서지 않기를 권하겠지만, 대부분의 보증인이 피보증인과 금전적으로 연결고리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의 보증을 서지 않는다면 보증인 자신에게도 금전적인 (또는 사회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마련이기에 보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증이 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고 보증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것보다 보증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떤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지 알고 보증을 서는 것이 아무쪼록 더 났지 않겠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