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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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티셔츠

0 개 1,291 김지향

요즘 나는 ‘오징어게임’ 명함의 로고(○△□)와 오징어게임 문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시중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인 친구가 만들어 준 티셔츠이다. 


그녀 남편이 ‘오징어게임’ 티셔츠를 입고 싶다고 하여 만든 게 너무나도 멋져서 나 역시 그녀에게 주문을 하고야 말았다. 로고 색감부터 시작하여 옷을 가위로 잘라 변화를 준 디자인까지 완전 깔 맞춤의 센스가 넘치는 작품이 나왔다.


그녀가 옷에 물감 칠을 하면 하나같이 새롭게 태어났다.  이미 나는 그녀의 붓 터치가 들어 있는 청 조끼를 가지고 있으며, 가끔 그 조끼를 걸치고 다닌다. 이 나이에 찢어진 청 조끼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잘 어울리는 걸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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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그녀를 만난 덕분에 내 영혼이 더욱더 자유로워졌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그녀와 함께 콜라보로 작업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고, 나의 개성을 제대로 잘 살릴 수 있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


오늘도 그녀와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 그녀와 함께 콜라보 작업을 하고 나면 기쁨이 넘쳐 난다. 한국에서 지낼 때, 꽃꽂이 스승님과 함께 작업을 할 때마다 엔돌핀이 팍팍 솟았었는데, 지금 그녀와의 작업이 그때와 비슷하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오기 전까지 15년 넘게 스승님과 함께 작업을 했었던 것처럼 그녀와의 작업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지속 될 것만 같다. 그녀 또한 나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의 색감은 아주 출중해서 내 눈을 호사시킨다.  옷이나 물건들을 보는 눈과 공간 배치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남에 대한 배려도 깊다. 그래서 두 사람이 작업을 할 때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얼마 전에 나는 동생으로 여기는 지인의 숍에 들린 적이 있다. 그녀는 대번에 “언니, 이거 오징어게임이잖아요? 언니한테 너무 잘 어울리고 예뻐요. 어디서 샀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했고, 내 꽃꽂이 수업 엽서와 숍 명함을 주었다. 


그녀는 엽서와 명함에 꽂혀서 그 디자이너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웹사이트부터 이것저것 상의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인테리어부터 여러 가지로 업데이트를 하여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고 싶은가 보다.


코비드로 소상인들이 힘든 상황인데도 그녀의 숍은 여전히 잘되고 있다. 모두 다 성실한 그녀의 비즈니스 철학의 결과로 본다.


어제는 막내와 함께 스포트라이트에 갔는데, 계산원이 자꾸 나를 쳐다보면서 웃고 있었다. 막내가 계산대 앞에서 줄 서 있는 동안 내가 그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고만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이 느껴져서 바라보니, 정이 잔뜩 느껴지는 생글거리는 눈으로 눈인사를 했다.


그땐 그녀가 왜 그랬는지 잘 몰랐었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그 웃음의 이유를 알았다. 내가 입은 티셔츠 때문이었다. 그녀가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본 것이 틀림없다.


디자이너가 나한테 만들어 준 오징어 게임 티셔츠는 두 벌이다. 색과 디자인이 다른 면 소재의 티셔츠인데, 고급스러우면서도 편해 보이고 세련된 맛이 있다. 그녀 남편의 티셔츠는 터프함과 젊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녀의 남편 또한 나처럼 부인이 만들어 준 티셔츠를 즐거운 마음으로 입고 다닌다. 한국의 위상을 떨치게 한 오징어 게임 티셔츠를 만든 아내의 재능이 자랑스러워서일 수도 있겠다. 그녀가 만든 독특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오징어 게임 티셔츠를 만들어 준 디자이너는 정작 자신의 티셔츠는 만들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너무 하는 일이 많아서 제대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도 혼자서 잘 자른다. 길가에 지나가던 사람이 어디서 머리를 잘랐느냐고 물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잘 자른다. 이렇듯 자신의 머리까지도 패셔너블하게 잘 자르는 사람을 만난 나. 늦복이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휘감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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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얀 말티즈를 품에 안은 중년 여인이 숍에 들어와서 꽃꽂이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머리 염색을 했느냐고도 묻고, 내 머리에 관심이 많았다.


검은 머리가 이렇게 하얗게 변한 것이라고 했더니, 염색하지 말라고 하면서 실버 헤어가 참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자신이 헤어드레서 집안의 4대째 헤어드레서란다.


영광이 따로 없었다. 내 평생에 이렇게 내 머리를 칭찬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의 가장 큰 핸디캡이 내 머리카락이었다. 차분하지 못한 반 곱슬머리로 억세고 굵어서 묶거나 핀으로 고정을 하면서 지내왔었던 머리였다.


지금도 머릿결이 좋은 건 아니다만, 젊어서보다 성질머리가 좀 좋아졌는지, 머릿결도 머리숱도 예전 같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는 짧은 머리 손질이 한결 수월하다.


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작은 집게 핀을 이용하여 머리 몇 가닥을 집어 올렸는데,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헤어스타일이 그 헤어드레서의 마음에 들 줄이야! 재주 좋고 센스 있는 친구 덕분에 누리게 된 호사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각본을 쓴 시기는 2008년부터 2009년이었는데, 그때 그의 생활은 아주 빈곤하고 힘겨운 생활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드라마 각본을 쓰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쓴 대본이었건만 그 대본이 10여년이 지난 이후에야 조명을 받게 되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사람은 크건 작건 자신만의 재능이 있다. 지금 그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산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묵묵히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고 있다 보면 귀인도 다가오고, 운도 트이게 된다.


내 주위에는 아티스트들과 디자이너들이 많다. 아직 그들의 재능을 활짝 펴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작품이 맛있는 샴페인으로 숙성을 하여 펑 터질 날이 올 것임을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오징어게임 티셔츠를 입고 나갈 것이다. 오징어게임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어깨를 쭉 펴고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오늘 날씨가 화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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