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

0 개 1,395 김지향

뉴질랜드 생활 20년 동안 좌충우돌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 정부의 지원과 세월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큰 후원자 역할을 했다. 감사하다.

 

지금 둘째는 오클랜드에서 살고 있고, 큰애와 막내는 우리 부부와 함께 한 지붕 아래서 지내고 있다. 대학 다닐 시절에는 모두들 나가서 지냈지만, 요즘은 모여 살며 각자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둘째만 오클랜드에서 지내고 있는데, 짝을 찾아 만족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내 마음 또한 무척 흐뭇하다.

 

파미 사람이 다 된 나. 왕가누이에 가서도 지내봤고 웰링턴에서도 잠시 지내 봤지만, 파미가 나에겐 제일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다만, 파미가 고향이 되어버린 걸 어쩌랴? 그냥 우물 안 개구리로 만족하면서 살련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생활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평화로워서 좋다. 젊어서부터 꿈 꿔 온 보헤미안의 생활을 지금부터 즐기게 된 것을 자축하면서 가만히 지난날을 돌이켜 본다.

 

단무지. 단순 무식 지극정성을 모토로 하고 뉴질랜드 땅을 밟았다. 단무지로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고 지극정성의 삶은 나하고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만, 그러면 어떤가? 지금 나는 짝퉁 단무지로 보헤미안의 삶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17b2a436133674fc0e35f4404e8ce7b5_1574803286_4206.jpg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즐기면서 혼자 놀아도 재미있고, 둘이 있으면 더 재미있고, 셋이면 더 좋고, 여럿이 모이면 그 나름대로 신이 나고.......

 

며칠 전에 큰애 친구가 찾아왔다. 시내에 나가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들렸다던데, 무척 반가운 손님이었다. 

 

큰애가 파미에 와서 제일 먼저 사귄 친구가 있다. 키위지만 동양에 대한 동경이 크다 보니,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3년 동안 지내다 왔으며 지금은 한국인과 결혼하여 우리 집 가까이 살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로 아들을 낳아서 키우고 있는데, 아직 두 살도 채 안 되었으니 귀여운 만큼 힘도 많이 들 것이다. 어떻게 아이 셋을 다 키웠느냐고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여섯을 키운 우리 엄마가 그리워진다. 지금쯤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사시겠지.

 

급하게 아기를 맡길 일이 생기면 우리 집에 오라고 했다. 아기와 함께 노는 일은 힘든 만큼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마침 우리 집 잔디가 무성하게 자란 걸 보더니, 잔디를 깎아 주겠다고 했다. 손가락을 다친 남편과 바쁜 큰애의 짝을 배려한 말이었다. 텃밭의 부추와 깻잎도 가져오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서 아기를 키우는 게 너무 예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했었던 것인데,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게 되어 고마웠다. 사는 게 바로 이런 것인 거 같다.

 

방이 많은 우리 집은 놀리는 방이 하나도 없다. 우리 부부와 큰애 커플, 그리고 막내 이렇게 다섯 명이 살면서 두 방을 비앤비로 활용을 한다. 복잡할 것 같아 보이지만, 아주 조용하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늘 떠들썩하겠지만, 어른들만 사는 집인데다 여행객들이 조용히 머물다 가는 곳이라서 한적하기 짝이 없다.

 

큰애 커플이 그들의 집을 장만하기 전까지 한 집에서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과 함께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다 투숙객들까지 있으니 보통 마음으로 지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기특하게도 아주 잘 적응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에게 있는 것이라곤 융자 낀 집 한 채. 겨우겨우 버텨냈었던 이민생활 속에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이뤄낸 것은 하나도 없으나 가족 간의 사랑은 잃지 않고 지켜낸 거 같다. 남의 나라에서 사느라 하는 것마다 실수요 실패였다. 그러나 그 실수와 실패가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돈독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 생활을 했었던 큰애의 짝에겐 여러모로 힘들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일하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하고, 영주권을 얻기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런 와중에도 IELTS 점수를 6.5나 받은 것이다. 얼마나 기쁘던지.

 

계획대로 현명하게 일을 추진하는 큰애 커플을 보면서 흐믓함을 넘어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의 삶을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으면서, 오해를 이해로 바꿔나가면서 서로 배려하고 사니,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서로의 행복을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더 합리적인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했던 것처럼, 우리 집 역시 최선의 방법으로 합리성을 찾았기에 이렇게 서로의 꿈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전진 할 수 있다고 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란 격언이 있다. 외국 생활은 특히나 더 그렇다. 성인이 되는 순간 부모와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게 뉴질랜드의 문화지만, 상황이 안 되면 서로 뭉쳐서 살 수밖에 없다.

 

요즘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하루하루 반성과 더불어 자존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던, 60년의 경험이 헛된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을 밑바탕으로 건강을 잘 다스리면서 내 꿈을 이뤄나가야겠다.

 

이래저래 감사하다. 여러모로 감사하다. 내가 지금 이 시대의 주역은 아니지만, 나 나름대로 내가 할 일을 하면서 이 시대를 함께 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으로 태어났음에 감사하다. 우주와 연결이 된 우리 모두에게 감사하다.

 

오늘도 나는 전체이면서도 부분인 나와 우주와의 관계에 감사하면서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존재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17b2a436133674fc0e35f4404e8ce7b5_1574803336_9086.jpg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댓글 0 | 조회 1,413 | 2020.02.12
선인장 꽃밭을 가꾸기 시작한 지도 한 달 반이 되었다.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진 꽃밭이 나에게 많은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 물을 주면서 잡초들만 뽑아 주라는… 더보기

제 2의 인생

댓글 0 | 조회 1,403 | 2019.08.27
죽어야 산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면서 살았다. 말 그대로 난 죽음을 통해 새 삶을 얻었다.심장이 멈추면 영혼은 몸을 벗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지금 시… 더보기

안전운전 마일리지

댓글 0 | 조회 1,398 | 2020.05.27
청명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요즘 파미의 하늘은 이렇듯 멋진 가을의 노래를 불러준다.날씨와 상관없이 그동안 내 몸은 대상포진으로 미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 더보기

나르시시즘의 화신

댓글 0 | 조회 1,396 | 2019.10.22
완연한 봄날이다. 이런 계절엔 여기저기 짝을 지으려 숲 속이 시끄럽고 분주하다.우리도 이번 주말에 조카가 결혼을 하기에, 오클랜드 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한국에서… 더보기
Now

현재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

댓글 0 | 조회 1,396 | 2019.11.27
뉴질랜드 생활 20년 동안 좌충우돌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 정부의 지원과 세월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큰 후원자 역할을 했다… 더보기

파격의 미

댓글 0 | 조회 1,389 | 2019.09.10
나는 수필가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했던 과목 중의 한 과목이 국어였으며, 특히 작문시간이면 고역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디 작문뿐이었던가? 고… 더보기

사막에 꽃을 피우는 사람

댓글 0 | 조회 1,387 | 2019.12.20
새로 태어난 올해. 생각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고마운 한해였는데,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하루하루가 기적이라… 더보기

줄이고 또 줄여야

댓글 0 | 조회 1,383 | 2022.01.27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들을 만나면 내 입 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가고 엉터리 영어지만 창피함을 모르고 함께 떠들게 된다. 그들… 더보기

불꽃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

댓글 0 | 조회 1,354 | 2020.11.10
일주일 전에 14년 된 우리 고양이 페로가 식음을 전폐하고 늘어져 있었다. 이틀째가 되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니 그 다음날 오전에 오라고 … 더보기

도깨비와 바늘구멍

댓글 0 | 조회 1,339 | 2020.06.24
2011년에 딱 한 번의 단행본을 출판 했다.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엮어서 함께 이런저런 재미있는 작업을 몇 년간 함께 해왔던 대학 교수이자 ‘새바 크로스오버앙상… 더보기

오랜 지기 친구들

댓글 0 | 조회 1,338 | 2019.12.10
어느덧 파미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고향이 되어버렸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거리마다 꽃들이 피어 있는 고요하며 푸근한 도시이다.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사귄 친구…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334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더보기

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댓글 0 | 조회 1,318 | 2023.05.24
오클랜드에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무지개를 타고 논 기분이다. 첫 한 주는 둘째네 집에서 지냈고, 그 다음 주부터는 동생 집… 더보기

고개 숙인 나리

댓글 0 | 조회 1,299 | 2020.01.28
매주 토요일이면 남편은 한 결 같이 꽃들을 사온다. 꽃 할아버지 농장에서 재배 되는 꽃들이라 늘 알뿌리 꽃들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의 접붙이는 솜씨 덕분에… 더보기

네가 페스트였다니!

댓글 0 | 조회 1,298 | 2021.03.10
15년 전에 나는 어렸을 때의 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언덕 위의 이층집에서 사는 것인데, 딱히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이 집을 산 것은 아니었다.하숙을 치기… 더보기

오징어게임 티셔츠

댓글 0 | 조회 1,292 | 2021.11.09
요즘 나는 ‘오징어게임’ 명함의 로고(○△□)와 오징어게임 문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시중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인 친구가 만들어 준 티셔… 더보기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사랑이려니

댓글 0 | 조회 1,288 | 2020.07.15
친구의 반려견이 죽었다. 먼저 간 수놈을 따라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떠나는 상황이 닥치니 많이 우울해 보였다.16년 동안 함께 … 더보기

단감과 종교

댓글 0 | 조회 1,279 | 2020.09.08
단감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과일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달달하면서도 씹을 때의 식감이 좋아서 가을이면 빼 놓지 않고 사는 과일이다. 단순히 감사하는 맛도 단감처럼 … 더보기

자식들의 사랑이 다리 되어

댓글 0 | 조회 1,267 | 2020.01.14
새로 태어난 이후로 나는 새로운 인연들을 엮게 되었다. 두 딸들의 짝들과 그들의 부모님과의 소중한 만남이다. 사주에 늦복이 많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늦복이 … 더보기

독학의 즐거움

댓글 0 | 조회 1,265 | 2019.09.25
“참 좋은 세상이다”돌아가신 할머니처럼 난 요즘 매일 좋은 세상을 찬양하면서 산다. 할머니는 ‘조영순’ 이라는 글자만 읽고 쓸 줄 아셨지만 생활 속에서 독학을 하… 더보기

아름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행

댓글 0 | 조회 1,262 | 2023.07.12
지난 주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 된 웰링턴여행은 오클랜드에서 파미까지 기차여행 연장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웠고 즐거우면서도 뿌듯한 여행이었… 더보기

젊음은 지혜를 구하고, 지혜는 젊음을 구하고.......

댓글 0 | 조회 1,239 | 2020.06.09
에어비앤비 손님들은 대부분 예약을 하면서 어떤 이유로 며칠 동안 투숙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한다. 남편이 다 맡아서 하기에 나는 그저 남편을 통하여 그 이유를 알… 더보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댓글 0 | 조회 1,232 | 2021.07.28
둘째 산바라지를 위해 오클랜드에 온 덕분에 오클랜드의 유명한 명소들을 관광하게 되었다. 코리아 포스트 편집장과 사돈들 덕분에 제대로 오클랜드를 여행하게 되었으며,… 더보기

모자라기에 좋아한다

댓글 0 | 조회 1,230 | 2020.12.09
우리 부모님은 딸 넷에 밑으로 아들 둘을 보셨다. 그 중 셋째인 나와 넷째인 내 동생이 집에서 존재감이 제일 적은 자식들이었다.7남매의 장남이신 아버지께서는 홀로… 더보기

나의 해방일지

댓글 0 | 조회 1,200 | 2022.05.25
비가 온다. 가을을 미처 즐기기도 전에 겨울이 온 거 같다.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고즈넉한 겨울의 운치를 맛보고 있다. 삶에 대한, 계절에 대한 해방감이 온 몸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