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어 잘 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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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영어 잘 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0 개 2,614 이정현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만큼 영어 교육에 목숨을 거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영어 교육에 많은 시간과 금액을 투자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다른 국가들보다 영어학원과 사교육에 평균의 2배 이상 지출하고 있다. 어느 동네에 상가가 들어서기라도 하면 그 상가의 두 세층은 영어학원, 영어교습소 등으로 빠르게 채워진다. 영어학원 프랜차이즈만 수백 개에 이르고, 학원끼리도 경쟁이 붙어 교포, 원어민 교사 채용에 열을 올린다. 


자식을 기르는 엄마들의 영어 욕심도 뒤지지 않는다. 잘 가르치는 영어학원이라고 소문이 난 곳이 있으면 두세 시간의 장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을 그 학원에 등록시켜 매번 태워다준다. 심지어 한국어도 아직 유창하지 못한 영유아를 영어 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한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많은 교포들도 그런 엄마들 교육열의 결과물 아니겠는가. 한국의 학원도 성에 안 차 해외에 가서 교육을 시켰으니 말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개학이 계속 연기된 상태에서도 학원지역은 늦게까지 불이 켜있고, 꼬박꼬박 학원을 가는 학생들이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방증한다. 오죽하면 원어민들이 한국에 와서 ‘빨리 빨리’ 다음으로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학원’이겠는가. 심지어 ‘hagwon(학원)’ 이라는 단어가 영어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영국 등의 뉴스 매체도 academy 또는 institute라는 표현 대신 ‘hagwon’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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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도대체 왜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걸까. 한국에서는 ‘유창한 영어=더 많은 기회’ 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 직접 경험해 보니, 이는 인식뿐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에 입학할 때, 대학을 졸업 할 때, 취업을 할 때, 승진을 할 때 모두 영어 성적을 필요로 한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우리들은 한국에서만 공부한 이들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거다. 우리는 대학 졸업을 위해 따로 영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취업을 위해 토익 영어학원을 다닐 필요도 없다. 우린 이들보다 좀 더 빨리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더 빠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취업의 문도 넓다. 영어 하나만 잘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영어학원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영어 과외를 할 수도 있고,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할 수도 있고, 언론사 국제부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영어 교과서를 집필할 수도 있고, 영어 문항 출제자가 될 수도 있고, 통번역사가 될 수도 있고, 무역업에 종사할 수도 있고, 유학원에 취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밖에도 너무나도 많다. 


굳이 내가 따로 힘들여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더라도 ‘교포’ 라는 꼬리표 덕에 주변 지인들을 통해 영어 관련 작업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한국의 사정을 알고 보니 내가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교포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이유도 알 거 같았다. 외국에서 살다 왔다는 이유로 그들에 비해 쉽게 취업문을 통과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도 영어에 있어서만큼은 우리와 견줄 수 없다. 책에서 배우는 영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면접에서 교포들은 확실히 우위를 차지한다.    


매년 뉴질랜드를 가면 한국 생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중에서도 한국으로의 취업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어린 나이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젊은 사람들이 1~2년 단기적으로 한국에서 일을 하며 한국 문화를 직접 접해보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국의 영어학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다. 대형 영어학원의 경우, 교포 교사들에게 집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 온라인 검색으로 한국에 있는 영어학원과 온라인 면접을 진행하고, 연봉협상과 집 제공을 약속받은 후 입국하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한국에 입국해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다보면 다른 직업도 눈에 보이고, 다른 길도 열린다. 이런 절차를 통해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나보다 한국 생활을 즐기는 듯 보인다. 한국에 아예 정착해서 이제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적응하고 섞여야 하는 나와는 달리 그들은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있는, 단기 체류가 가능한 사람들이라서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 생활을 접해보고 싶은데 겁이 난다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한국은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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