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것처럼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시각이 전체가 아니라 부분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남에게 전혀 말하지 못할 사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말해봤자 거짓으로 받아들이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거나,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남에게 밝히지 못하는 사연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연 때문에 대인관계에 있어서 상대와 굳게 맺은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일도 일어납니다. 얼마 전에 친구한테 억울한 일이 생겼는데, 제 친구의 사연이 바로 이런 사연이었습니다. 옆에서 들으면서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착각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대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임이며, 만약 상대가 그 신임을 져 버렸을지라도 상대를 믿었었더라면 끝까지 그 믿음을 버리면 안 되겠다는 걸 친구의 일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은 신임이 깨진 것에 대한 아픔과 상처였습니다. 특히 외국에 나와서 살아가는 교민들 사이에서는 신임이 깨졌을 때의 배신감은 말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하지만 신임이 깨졌다고 생각한 것도 알고 보면 착각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대부분 상대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시각이 상대 전체를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에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거나 불신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우화 하나가 생각이 나는군요.
두 장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장님들 중 한 장님은 코끼리 다리 하나를 만졌습니다. 또 한 사람은 코끼리의 꼬리를 만졌습니다. 서로 각각 코끼리란 것이 자신이 만진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코끼리에 대해서 부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코끼리 다리가 코끼리인줄로 알고 있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코끼리 꼬리가 코끼리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 두 사람이 코끼리에 대해 말하다가 언쟁이 붙었습니다. 분명 서로 코끼리를 직접 만져봤기에 자신이 만져본 코끼리가 코끼리임에 틀림없는데, 서로 다르게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이 옳다고 우기다가 아주 친했었던 사이가 그만 멀어졌습니다.
우리 인간들도 사실 알고 보면 눈만 뜨고 있는 것이지 눈 뜬 장님과 똑같습니다. 인간 전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보고 체험하고 느낀 것들로 인간 전체를 판단하고 해석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도 자신의 시각에서의 믿음이며, 상대가 그 믿음을 깼을 땐 아주 큰 배신감으로 마음을 상하게 됩니다.
대인관계가 가장 힘들고 사람을 믿기가 가장 힘든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자신의 착각을 벗어나서 제대로 눈뜨고 상대를 바라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나서 보면 자신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에 육감을 더한다고 해도 인간 전체를 제대로 알기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건 인간들 대부분이 눈 뜬 장님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면서 살기만 한다면 자신이 믿은 상대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가 없게 됩니다. 상대가 자신을 속이려고 속인 게 아니고 신임을 져버린 것도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게 됩니다.
인간처럼 복잡하고 경이한 존재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간 스스로 자기 자신마저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나 자신마저도 제대로 잘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상황이나 속사정을 제대로 다 이해하고 알 수가 있을까요? 이런 점을 착안한다면 상대가 콩을 팥이라고 말해도 100% 신임을 해야 합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난날의 나를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는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을 100% 믿을 것이며,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으로 그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각각의 시각은 옳습니다. 그러나 그 각각의 시각들은 부분인 것이며, 그 부분들이 모여서 전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늘 염두에 두면서 살고 있다면 대인관계에 있어서 실망하면서 살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 시각으로만 상대를 판단하거나 비판하면 결국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봄날이지만 날씨가 무척 변덕스럽군요.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도 모두 다 자연의 법칙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살아야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