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걸어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숲 속을 걸어요

0 개 2,053 한얼

숲 속을 걷는다.

 

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굳이 숲을 고집하는 이유는 타의 반, 자의 반이다. 차들을 피해야 하고, 숲이 공기도 더 맑으므로. 비록 그게 기분만 내는 거라고 할 지라도 폐가 청결해지는 느낌은 숲에서만 느낄 수 있다.

 

숲 속을 걷는다. 그리고 숲에는 언제나 뜻밖의 사소한 놀라움이 숨어 있다.

 

예를 들자면 청둥오리 무리. 내가 운동을 다니는 숲에는 연못이 있는데, 이따금씩 그곳에서 헤엄을 치는 오리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아빠가 몇 마리고 엄마가 몇 마리일까 세어보려다가 포기했을 정도로 수가 많다. 숲 속 산책로의 구석에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야생 동물을 데려가지 마시오> 라고 쓰여진 진녹색의 판자인데, 그걸 볼 때마다 ‘야생 동물들을 납치해가지 마세요’라고 속으로만 따라서 중얼거려본다. 정말로 야생 오리들을 납치해가는 멍청한 사람이 있나 보다, 싶어서.

 

얼마 전에 얘기했던 고슴도치의 슬픈 시체를 발견한 곳도 이곳이었다. 연못으로 이어지는, 약간 많이 허술해 보이는 판자떼기 다리로 넘어가는 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뼈 더미.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러니까 저번 주말에 운동을 나갔다가 보았을 때에 그 시체는 여전히 같은 곳에 있었다. 산책로 위에 다소곳하게 놓여 있던 반토막난 두개골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지만, 따개비 같은 등딱지는 여전히 구석에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멈춰 서서 우두커니 그 밤껍질 같은 유해를 관찰했다. 아무렇게나 뻗친 채 뭉쳐버린 가시가 가여웠다. 그리고 똑같은 의문을 되풀이해서 떠올렸다. 얘는 어쩌다가 여기에 이렇게 누워버리게 된 걸까.

 

숲 속을 걷는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무수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만큼 죽은 것들도 많이 보이는 곳이 숲이다. 신기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햄스터(햄스터?!)였다. 정확히는 등에 줄무늬가 있는 정글리안 햄스터처럼 보였는데, 그게 정말 햄스터였는진 지금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햄스터를 닮은 쥐였을 수도 있겠지. 눈을 뜨고 있었고, 상반신만 나와 있었는데, 아마도 땅을 파고 나오다가 허리가 끼어버려서 발버둥치다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아, 가엾어라. 좀 더 긍지 있어 보이게 치워줄까 싶었지만 선뜻 손을 대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평화롭게 잠든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눈꺼풀이 와라락 움직여서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게 아니라, 파리가 눈 위에 앉아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날아갔던 것 뿐이었다. 뜨여진 눈은 아직 맑고, 머루처럼 새까매서 하마터면 죽지 않은 줄로 착각할 뻔했다.

 

죽은 쥐의 눈에는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또 계속 숲 속을 걷는다.

 

걷다 보면 강이 나오고, 철망이 쳐진 다리가 나오고, 또 다른 연못이 나온다. 이따금씩 어딘가에서 커다란 개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같이 산책 중인 주인은 멀찍이서 뛰어오고, 개들은 호기심 어린 꼬리를 붕붕 흔들며 나한테 다가온다 (물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시크한 개들도 있다). 이럴 때면 무서워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그러면 개도 똑같이 겁을 내고, 겁을 내는 개는 공격적인 개라는 것을 알기에 겁 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정중하게, 침착하게 눈으로만 인사한다. 안녕, 좋은 하루야.

 

숲 속을 걷는다. 녹색이고, 공기가 청명하고, 나는 깨끗해졌다가 다시 숨을 내쉰다.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

댓글 0 | 조회 3,576 | 2016.06.08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을 찾은 것은 2003년이었다.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를 방문하면서 여러 링크스 코스를 돌아보는 여행이었다. ‘순례’에는 우리 부… 더보기

이제 그만 흔들리고 싶은데....

댓글 0 | 조회 2,297 | 2016.06.08
의지만 있으면 금연에 성공할 줄 알았는데 자꾸 흔들리고, 니코틴 대체 요법도 사용했으나 생각처럼 잘 되지도 않고, 단한번에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기적의 약이나 주… 더보기

국내 거주자의 학자금대출 상환

댓글 0 | 조회 1,896 | 2016.06.08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자의 학자금대출 의무상환액은 대출자의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아래에 고용소득이 있는자를 시작으로 학자금대출 의무상환액 계산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더보기

카페 - 재인식의 장소

댓글 0 | 조회 1,917 | 2016.06.08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단골로 삼는 카페가 흔히 나온다.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도, 혹은 그냥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 더보기

수족냉증과 수음체질

댓글 0 | 조회 3,563 | 2016.06.08
수음체질은 소화기능이 약한 편이고 방광 및 신장이 강한 체질로서 방광>담낭>소장>대장>위장 등의 순으로 장기 배열을 띠고 있습니다.수음체질의… 더보기

꿀물에 취해 현실을 잊다

댓글 0 | 조회 3,219 | 2016.06.08
사찰을 가보면 건물 벽면에 여러 가지 벽화들이 많이 있는데, 부처님의 일대기, 고승들의 행적, 신선 도인들의 유유자적함 등, 그 중에서 출가하기 전 어렸을 때 크… 더보기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Ⅱ)

댓글 0 | 조회 1,519 | 2016.06.08
지금의 인간의 사고방식은 인간의 창조목적과는 엄청난 갭이 있는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조화를 시키면서 갈 것인가.순간 다 포기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나는… 더보기

2017 수시전형 분석 및 대책 2

댓글 0 | 조회 2,277 | 2016.05.30
지난 칼럼에서는 한국대학 수시전형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알아 보았고 이번 칼럼부터는 대학별 세부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지난주 금요일 카이스트 입학사정관 일행이… 더보기

절에서 절하는 마음

댓글 0 | 조회 3,007 | 2016.05.26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 속에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일주일이 지나 등을 모두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고 나니 이제 예전의 일… 더보기

땜빵 인생

댓글 0 | 조회 2,028 | 2016.05.26
겨울은 햇볕에 대한 감사가 한층 커지는 계절이다. 겨울 문턱에 들어선 요즘의 나는 창문을 통해 들어 오는 햇볕 쬐기를 즐기고 있다. 때로는 파란 하늘을 바라 보면… 더보기

정말 난 중독자인가?

댓글 0 | 조회 2,304 | 2016.05.26
주변을 돌아보면 담배를 끊으려고 오랜 시간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고 금연을 생각조차 안해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담배를 끊고 싶어한… 더보기

영국 서닝데일골프클럽

댓글 0 | 조회 3,080 | 2016.05.26
2003년 6월, 12시간의 비행 끝에 런던 공항에 내렸다. 필자에게는 태어나서 첫 유럽여행이었다. 필자의 세계 100대 명코스 순례가 시작된 곳이 바로 서닝데일… 더보기

따져보는 기술이민의 영어조항 - 제 2탄

댓글 0 | 조회 3,687 | 2016.05.26
유학후이민 학과들 중에 어떤 코스를 마치면 “탁월한 선택”으로 기억되면서 기술이민 카테고리를 통한 영주권 취득에 성공하게 될까요?매일 접하는 상담내용이지만 참으로… 더보기

우리 가족이 자는 법- 새봄이의 분방

댓글 0 | 조회 1,944 | 2016.05.26
우리 가을이가 태어난 계절이 우리 겨울이가 태어난 계절에게 서둘러 바통을 넘겨주려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고 있는 듯하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보통 찬 게 … 더보기

현재 숲 속을 걸어요

댓글 0 | 조회 2,054 | 2016.05.26
숲 속을 걷는다.대개는 운동 삼아서다. 숲으로 나오는 이유는, 이곳에 숲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테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뛰기에도 더 편하지만… 더보기

모자(帽子)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90 | 2016.05.26
외출 할 때마다 항상 모자를 쓰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멋을 내기 위함인줄 알고 흔히 ‘멋쟁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천만의 말씀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 더보기

벙어리 장갑

댓글 0 | 조회 2,051 | 2016.05.26
너는 장갑이 싫다고 했다. 장갑이 왜 싫으냐, 물었더니 장갑은 다섯손가락 모두를 만들어야 해서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장갑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장갑을 만들기가 … 더보기

반쪽이 2편

댓글 0 | 조회 1,386 | 2016.05.26
반쪽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들의 뒤를 다시 쫓아오자 형들은 약이 바싹 올라 이번에는 그를 밧줄로 꽁꽁 묶어 호랑이들이 있는 깊은 산속에 던져 놓았다. 그런데… 더보기

SIDART Restaurant

댓글 0 | 조회 1,391 | 2016.05.25
SIDART Restaurant 은 서양요리 부티크 고급 레스토랑이다. 오클랜드, 폰손비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각종 단체 모임과 개인 모임으로 하는 서양요리 전문… 더보기

Mr Huff 와 부동산 시장

댓글 0 | 조회 1,663 | 2016.05.25
가끔 막내에게 책을 읽어 주곤하는데 어제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보니 책 제목이 ‘Mr Huff’ 라고 되어 있었다. 이제 가을에 접어… 더보기

학교병

댓글 0 | 조회 1,458 | 2016.05.25
이곳 오클랜드에서 꽤 오랜 시간 사교육에 종사하다 보니 오클랜드 각 학교마다 전통적인 ‘학교병’이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중심부의 명문 공립 오*** … 더보기

Unitary Plan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댓글 0 | 조회 1,016 | 2016.05.25
▲ Finance Minister Bill English speaking to reporters in Parliament on August 25, 2015.​뉴질… 더보기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Ⅰ)

댓글 0 | 조회 1,861 | 2016.05.25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우리 교육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 더보기

이유없이 체중이 줄어드는 다양한 원인

댓글 0 | 조회 4,785 | 2016.05.25
적당한 체중의 증가는 건강한 식욕과 운동부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유없는 체중의 감소는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이나 질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규칙적인 소식과 … 더보기

자녀들의 불법을 방관하는 부모들

댓글 0 | 조회 2,774 | 2016.05.25
어느 세대이건 어느 시대이건 부모 몰래 자행하는 자녀들의 일탈은 있기 마련이고 때론 부모가 알면서도 눈 감아주면서 그들의 재미에 흥을 깨지 않는 미덕을 발휘하기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