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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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의 여자

0 개 3,219 오소영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도 훌쩍 크고 몸도 꼿꼿하다.

 

가끔씩 함께 외출하는 남편을 보았다 60대 후반이나 70쯤. 건강하고 깔끔한 남자다. 그 여자는 날만 밝으면 예의 후두로 머리를 덮고 바깥에서 주로 서성댄다. 좁은 집안이 답답해서일까?

 

현관 마당에 프라스틱 간이의자를 놓고 거기 앉아 온갖 일을 다 한다. 도마에 생선을 토막쳐서 손질도 하고 야채도 다듬는다. 그의 앞마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단지안의 통로다. 그런 것엔 신경도 안쓰는 사람같다. 누가 보던지 말던지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같다.

 

주방에서 일할 때면 그의 모든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와 안볼 수가 없다. 재밌어서 의식적으로 시선이 가기도한다.

 

그 여자의 특기는 아무래도 안살림보다 바깥일인것 같다. 남자처럼 씩씩해서 텃밭 일구는 솜씨도 대단했다. 흙을 들춰내고 고르는데 힘이 들어보이지도 않는다. 몸놀림이 아주 자연스럽고 가볍다. 어디서 튼실한 각목까지 갖고와서 텃밭에 틀을 맞춰 끼우는데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나무의자에 각목을 올려놓고 슬근슬근 톱질도 잘했다. 툭툭 소리가나서 내다보면 목공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집 남자가 바깥일에 참견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그런일이 적성에 맞아 취미로 하는것이겠지. 라고 생각해 버렸다.

 

가난을 숙명처럼 떠안고 살았던 1970년대. 개미마을이라고 이름붙은 그렇고 그런 동네. 그때 뒷집의 여자도 남자같이 바깥일을 잘했다.

 

그 여자는 자기  남편손이 기생 오라비같다고 했다. 기생오라비 손이 어찌 생겼는지 본적이 없으니 자랑인지 흉인지도 몰랐다.

 

“남편이 못하니 제가 이 고생이죠” 결혼할 때 어머니가 많이 걱정을 했단다.

 

“남자손이 저리생겨가지고 식솔들 밥이나 제대로 벌어먹이겠니?.”

 

어머니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신다고 투덜댔다. 선비같이 고운손을 가진 남자가 깔끔해서 좋기만했다. 이제는 어른들 말씀이 진리라는걸 깨닫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엌문이 떨어져서 한쪽으로 내려앉은지 오래다.

 

“어떻게 문좀 고쳐봐요” 못질 두어번만 하면 될것 같았다.

 

“나 그런것 못해 망치질 하다가 손다칠텐데..”

 

마치 그런것 안하기로 태어난 사람같이 말했다. 어이없는것도 잠깐 바람들어오는게 싫으니 결국은 여자가 망치를 들었다. 그때부터다. 남자 할일까지 다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야만 했다. 나중에 사윗감 고를땐 남자의 손부터보고 툇자를 놓으리라 단단히 다짐을 했다.

 

방바닥이 덥지를 않으면 연탄 아궁이도 달겨들어 북북뜯었다. 굶어죽지 않을만큼 벌어다주면서 뭐든지 사람사서 하라는 남편이었다.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따뜻하게 자는걸 기대하면서 여자는 힘드는 줄도 모르고 거친일을 해냈다. 인부삯을 벌었다는 뿌듯함도 단단히 한몫을 더했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안으로 깊이 포장하고 자기최면에 걸려사는 여자였다. 

 

어느 매섭게 추운날. 그 여자가 지붕위에 서있다. 사람들이 쳐다보며 깜짝 놀랬다.

 

“ㅇㅇ엄마 거기서 뭘해요 위험해”

 

신발은 물론 양말도 안신은 맨발로 곡예를 하듯 뒤뚱거리며 서 있다.

 

“굴뚝이 막혔나봐요 집안에 연기가 꽉찼어요.”

 

발바닥이 시리다못해 아펐다. 몸이 찬바람에 얼어서 빳빳하게 마비가 오는것 같았다. 쓸어질것만 같다. 내려다보니 무섭기도 했다. 

 

“그런건 남자가 해야지 ㅇㅇ아빠 안계셔.”

 

여자는 갑자기 비참하단 생각이 솟구쳤다. 눈만 한번 질끈 감으면 뛰어내릴것 같았다. 현깃증이 났다. 털썩 주저 앉을것만 같아 주춤거리는 눈앞으로. 두 애들이 보였다.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두다리에 힘을 주었다.

 

“애아빠는 출장갔어요” 입이 얼어서 말도 잘 안나왔지만 “그사람 고소공포증이래요”라고 사실은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목구멍까지 나오는 말을 참아내며 울컥 설움이 복받쳤다. 고운손을 아끼는 남편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그 여자였다. 굴뚝을 어찌 뚫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여자는 참았던 설움을 긴 밤 울음으로 지새우지 않았을까?

 

생존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해야만 했던 그 거친 일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편안하게 살았던 우리 시대의 옛날 이야기다. 요즘 시대에도 그런 남편들이 발 붙이고 살수 있을까? 문뜩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뒷집여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있는 것 같다. 마냥 즐기며 구경해도 괜찮을것 같다. 좁은 현관위 장대로 걸친 빨랫대에 비를 피한 빨래들이 너울 너울 춤을 춘다. 저건 또 언제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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