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0 개 2,301 한 얼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투성이였다. 온갖 동물 인형, 모양에 맞게 끼워 맞추는 블럭, 심지어 버튼을 누르면 알파벳을 읊어주는 어설픈 모형 컴퓨터까지. 특히 마지막 장난감은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확실히 기술이 발전하면 삶의 온갖 부분들이 소소하게 개선되는구나, 하고 놀랐다.

 

어렸을 적에는 지금의 내 조카처럼 가짓수가 많진 않아도 장난감을 꽤 가지고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바비 인형에서부터 로봇, 그리고 레고까지. 그것들은 모두 내 방의 선반 혹은 상자 안에 자리가 있었고, 다 놀고 난 뒤엔 반드시 제자리에 순서대로 차곡차곡 들어가야 했다. 엄마나 다른 어른들이 가르친 게 아니었다. 아직 어린 나의 비좁은 세상 속에서 모든 만물에는 정해진 자리가 있었고, 그러니 모든 만물은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레고는 레고 박스 안에, 바비 인형은 선반 위에, 로봇은 그 옆에, 그리고 동물 인형들은 침대의 내 자리 옆에.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질서를 지키는 성향은 어릴 적부터 유별났다.

 

바비 인형은 처음엔 두 개였는데, 공주님 바비는 어쩌다가 내 실수로 참수시켜버려서(!) 곧 버려야 했다. 홀로 남은 바비는 가슴 길이의 금발에 코랄 핑크 입술로 환하게 웃는 낯이었다. 발레리나 옷을 입고 있었다. 하늘색의 투투(tutu)와 민소매 발레복을 입고 발은 항상 엉 포인트(en pointe) 자세로 고정된 채여서 목 잘린 바비가 남긴 하이힐 구두를 신겨 보려 해도 맞질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발레복과 발레 슈즈만을 신어야 했지만, 대신 로봇을 상대로 하는 격투 놀이에는 최적이었다. 액션 영화에서 본 발차기를 연출하기에 그만큼 고증 충실한 자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비 인형과의 결투에서 항상 숙적 역할을 하는 로봇은 고무와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당시 방영하던 만화영화 ‘영혼기병 라젠카’에 나왔던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 로봇이었는데, 바비보다 머리가 하나 정도 더 컸다. 원래는 남동생 것이었는데 내가 가져온 뒤로 찾지 않아 그대로 내 방에 머물게 된 객식구였다. 바비 인형과는 달리 얼굴이 없다 보니 내 마음대로 감정을 정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그래서 항상 용감한 발레 전사 바비가 무찌르게 되는 악역 역할의 단골이었다.

 

바비도, 라젠카 로봇도 뉴질랜드로 오면서는 다 잃어버렸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뉴질랜드로 이민 오고 나선 유독 테디 베어를 많이 선물 받았었다. 특히 12~13살 때가 절정이었는데, 한 번에 일곱 개를 선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두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고 잘 때도 모조리 옆에 두어야 했다. 곰들에게 팔베개를 해주다 보니 정작 나는 고개만 돌리고 뒤척이질 못해 몸이 뻐근할 때도 왕왕 있었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돌봐주었단 생각에 뿌듯해 했다.

 

지금은, 그 테디 베어들 중 남은 건 하나도 없다. 모두 차차 잊혀지면서 주변의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기증했기 때문이다. 또 어딘가에서 잘 사랑 받고 있으리라 믿는다.

 

어른이 된 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은 물론 아이였을 때 갖고 노는 장난감보단 훨씬 비싸다. 가령 주문 제작된 조립식 PC라던지. 혹은 전세계에 500개만 한정 생산된 구체 관절 인형이라던지, 개당 5만원을 호가하는 네일 폴리쉬라던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노는 것’을 멈출 수 없으리란 것이다. 아, 물론 장난감을 모으는 것도.

 

라디오 - 침묵을 채우는 방법

댓글 0 | 조회 2,375 | 2016.09.28
라디오를 원래 자주 켜놓는 성격은 아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개 불쾌하게만 느껴졌고, 그런 목소리들이 아무래도 좋을 문제로 떠들어대… 더보기

특제 소스

댓글 0 | 조회 2,122 | 2016.09.28
오늘 라운드를 가기 전 꼭 생각해 보도록 하자.몇일전 크라이스트처치에 사시는 오래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년에 한번씩은 내려가 찾아 뵙는 아주 친한 지인이… 더보기

추석 대보름 달 감상

댓글 0 | 조회 3,180 | 2016.09.28
세월의 수레바퀴는 이곳 남국의 하늘 아래에서도 어김없이 추석이라는 명절을 맞이하게 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가을 수확 철을 맞아 조상을 기리고 한 해의 농사에 감사… 더보기

우리 가족의 규칙 (Ⅱ)

댓글 0 | 조회 2,345 | 2016.09.28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우리 홈스쿨의 규칙들 몇 가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처음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에는 일시적, 단기적으로 생각하였고, 더욱이 칼리지 과정… 더보기

명상과 웰빙

댓글 0 | 조회 1,798 | 2016.09.28
웰빙(Well being)이라고 하면 잘 있다는 얘기죠. ‘잘 있다…….’ 어떻게 잘 있느냐? 마음이 편해야 되고, 몸이 건강해야 되고, 정신은 맑아야 됩니다.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Small 비지니스 시작하기

댓글 0 | 조회 3,486 | 2016.09.27
■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뉴질랜드에서 음식점을 개업하면 1년내에 25퍼센트가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있다. 새로운 사업체를 잘 인수한다면 일생 일대의 성공기… 더보기

안개가 걷히면

댓글 0 | 조회 1,830 | 2016.09.27
“인생은 안개 같다”는 말이 새삼 공감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안개를 생각해본다. 어느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았는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 더보기

“사업은 잘 되는데, 돈이 없다”

댓글 0 | 조회 2,622 | 2016.09.27
“사업은 잘 되는데 돈이 없다” 사업주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 중의 하나다. 실제로 사업은 흑자를 보이면서, 현금 부족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사업운영상 어려… 더보기

왜 이학교에 지원합니까?

댓글 0 | 조회 1,814 | 2016.09.27
공동 지원서를 작성하는 학교의 보충 지원 서류(supplement application)이든 학교 고유의 지원 양식이 있는 학교의 입학 지원서이든 자주 접할 수 … 더보기

당뇨병(糖尿病) 늘자, 신장병(腎臟病)도 급증

댓글 0 | 조회 2,751 | 2016.09.27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당뇨병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10년 201만9000명에서 2015년 251만5000명으로 5년 사이에 50만 명이 … 더보기

남섬겨울여행II 포토다큐 Clay Cliffs 비경

댓글 0 | 조회 3,088 | 2016.09.24
Clay Cliffs 비경아주 먼 옛날서던 알프스(Southern Alps)설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드넓은 강을 이루며 오마라마(Omarama)​벌판을흘러내리고 … 더보기

강도, 특수강도사건 시 대처방법

댓글 0 | 조회 4,447 | 2016.09.20
최근 뉴질랜드 전국에 걸쳐 무기를 소지한 범인들이 사업장 등을 노리거나 선량한 시민들을 공격하여 현금, 담배 또는 개인의 소지품을 강탈해 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 더보기

부모를 의지한다는 것의 의미

댓글 0 | 조회 2,803 | 2016.09.15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이 많은 부분에서 우리들의 삶을 편리하게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에 특히나 비교의식이 경쟁의식이 강한 한국에서나 뉴질랜드에서 산다 해도 이민… 더보기

속도중독, 느리게 살 수 있는 용기

댓글 0 | 조회 2,399 | 2016.09.15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느리게 따라가다 보면 상위무리에서 뒤처진다는 강박관념이 모두를 괴롭힌다. 근면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지금의… 더보기

NZ AIMES GAME

댓글 0 | 조회 1,702 | 2016.09.15
지난주 필자는 둘째 딸과 함께 타우랑가에 다녀왔다. 바로 NZ AIMES GAME을 위해서 였다. 매년 9월이 되면 전국의 Intermediate 학생들의 전국체… 더보기

현재 장난감 - 어려서도, 커서도

댓글 0 | 조회 2,302 | 2016.09.15
결혼한 사촌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조카의 어마어마한 장난감들 때문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산지사방이 장난감 … 더보기

행복한 부자

댓글 0 | 조회 2,233 | 2016.09.15
그 언젠가부터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붙었다. 왜냐하면 그 일들마다 나에게 알려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나쁜… 더보기

모기지 세일이란? (II)

댓글 0 | 조회 2,717 | 2016.09.15
■ Mortgagee SaleMortgagee sale 에서 주의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얘기 했듯이 옛날 주인이 안 나가고 버티는 것도 있지만… 더보기

브레멘의 음악대 2편

댓글 0 | 조회 1,609 | 2016.09.15
■ 브레멘의 음악대오랜 세월 동안 곡식 자루를 방앗간으로 나르던 당나귀는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달리게 되자 곡식을 나르면서 허덕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당나… 더보기

요리괴담,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4,105 | 2016.09.15
우리는 흔히, 괴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괴담”이라고 부릅니다. 특정인, 특정그룹에 의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이야기일수도 있고 “카더라” 통신에 의해 슬… 더보기

키위세이버 선택하기

댓글 0 | 조회 7,213 | 2016.09.15
이번호에는 정부웹사이트(kiwisaver.govt.nz)의 자료를 근거로 키위세이버 (KiwiSaver) 선택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키위세이버는 한국의 국… 더보기

우리 가족의 규칙 (Ⅰ)

댓글 0 | 조회 2,090 | 2016.09.15
우리 가족은 다음 달에 열 여섯 살이 되는 봄이부터 같은 달에 세 살이 되는 새봄이까지 다섯 자녀를 7년째 홈스쿨링하고 있다. 무슨 일을 시작하면 싫증도 잘 내고… 더보기

Kitchen Fusion Restaurant

댓글 0 | 조회 1,498 | 2016.09.15
Kitchen Fusion Restaurant 은 아시안 전문 뷔페 레스토랑으로 오클랜드 시티, 파넬에 위치하고 있는 인기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 이다. 각종 단… 더보기

부족한 매도물량 혜택받는 부동산 매도인

댓글 0 | 조회 2,681 | 2016.09.14
8월말 Realesate.co.nz 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내 몇몇 지방의 부동산 매도인들이 낮은 부동산 매도물량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가격상승 혜택을 받… 더보기

NCEA

댓글 0 | 조회 2,196 | 2016.09.14
얼마전 NCEA internal 시험에 관련해서 필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젠 그러려니.. 할 때도 됐건만 학생이 느낄 당혹스러움과 그 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