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light. 2016 배리 젠킨스 “때가 되면 스스로 뭐가 될지 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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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 2016 배리 젠킨스 “때가 되면 스스로 뭐가 될지 정해야 해.”

0 개 2,851 한하람

오늘은 그동안 잠깐씩 이야기해왔던 자기동일성에 관하여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를 통해 떠들어 보겠습니다.

 

데카르트는“방법서설”에서 말합니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말은, 생각하는 주체, 곧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생각을 하는 무엇 “res cogitans”은 그 자체로 스스로를 증명한다는 말입니다. 

 

나의 손과 발 얼굴 그리고 내 앞의 모든 사물들은 의심을 끝없이 해볼 때, 확실성을 증명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무엇으로서의“나”는 의심할 수 없다는 말이죠.

 

이것이 바로 데카르트적 자기동일성입니다. 매순간 동일한 자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근대철학의 한 견해일 뿐이고, 현대에는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견해들이 즐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통 살아가며, 자기는 변하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숙취에 시달리거나, 마약을 하거나, 혹은 특별히 아프지 않은 이상, 몸과 마음이 자신의 정신에 의해 제대로 통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죠. 자기에 대한 이런 확고한 믿음은 과거의 한 견해일 뿐임에도 우리 대부분에게 상식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가운데, 흄은 이야기합니다.“데카르트가 이야기하는‘생각하는 존재’의 자기동일성은 결국‘기억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쉽게 말해서 데카르트가“나”이후에“기억”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면, 흄은“기억”이라는 것이“나”이전에 먼저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러한 흄의 견해를 함께 하거나, 그보다 더 나아가 견해를 견고히 한 여러 사상의 흐름들이 있지만 오늘은 위에서 언급한 흄의 견해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영화로 들어가 봅시다. 80년대 마이애미, 쿠바인들이 독재정권 아래에서 자유를 찾아 미 동부해안으로 정착해오던 시기입니다. 

 

흑인들 사이의 마약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거리는 이른바 쌈마이 네온 간판들이 휘황찬란히 빛나고, 야자수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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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는 세가지 이름이 있습니다.“리틀Little”“샤이론Chiron”“블랙Black”. 

 

이 모든 이름은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에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말 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인이 그에게 위의 세 가지의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개인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의 타자에 의해 호명됩니다. 일전에 언어가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말씀을 드렸죠. 우리 대부분 모두는 부모님으로부터 언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그분들의 부모님께 배웠을 것이고요.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리는 아주 먼 과거의 정체성이 언어를 타고 우리에게까지 왔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사투리 같은 것도 맥을 함께 하겠죠. 

 

수많은 개인 혹은 사회적 규모의 타자에 의해 우리는 언어를 통해 규정되어져 현재에 와있고, 지금도 규정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규정을 우리의 몸이 먼저 “겪게”되고 그것은“기억”으로서 뇌에 남습니다. 그것들이 흄에 의하면 어떠한 원칙들에 따라 조직되어“얼마간의 나”가 됩니다.

 

주인공은 영화 내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How do I know?”

 

자신이 게이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물음에 극중 후안은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고, 지금은 알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번 칼럼에서 모든 인간들은 언어 안에서 분열을 겪기 마련이고, 커가며 한 가지“주된 언어”를 찾고, 그에 따른 고정된 자아를 찾게 되기 마련이라는 말씀 드렸습니다.

 

후안도 주인공 샤이론에게 때가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될 때가 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후안이 이야기하는 때가 되면 알게 되는 무엇, 그리고 결국 찾게 되는 고정된 자아는 원래부터 우리 안에 있어서 우리가 찾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우리가 각기다른 순간에 선택하는 것일까요.

 

막스 베버는 선택엔 배제가 필연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나 선택할 때에, 그것과 병치될 수 없는 다른 것들을 배제합니다. 

 

그리고 거기엔 책임이라는 것이 뒤따릅니다. 

 

이 책임이라는 말은 마치 도덕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타인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어떠한 긴장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이란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쪽은 항상 많은 욕망이 허락되는 강자이거나, 많은 욕망을 억제 당한 약자이지 않나요? 

 

허나 우리가 살아가며 이러한 책임이라는 것을 뿌리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방금처럼 책임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파고들어 생각할 경우, 생명, 살인과 도덕의 문제에 당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살아가며 통제사회의 성과와 금기에 대한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할 경우, 우리는 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각종의 크고 작은 사회들이 부여하는 정체성을 받아드리는 것, 그리고 그런 허락된 정체성, 곧 사회가 호명하는 이름에 동의하고 그에 맞게 사는 이들.

 

그와는 반대로 스스로의 욕망에 따라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들뢰즈의 배치, 푸코의 실존미학의 경우가 그 중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우리는 어느 쪽이던 선택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편한 길을 갑니다. 

 

업무에 맞는 말투와 행동. 이성이 좋아할만한 말투, 행동, 취향. 우리는 이상해지기보단 감수할 책임이 적은 안전한 길을 가곤 합니다.

 

자, 우린 모두 세상 한 가운데에 떠있는 것입니다. 사방에서“영향”이라는 파도가 치고 몸은“당연함”속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저는 여러분께 달빛을 붙잡으려 뛰기를 청해봅니다. 

 

흑인들이 달빛을 받을 때에, 그들의 피부가 푸른빛을 띠듯이 우리가 끊임없이 달빛을 향해 뛸 때, 우리의 정체성 또한 우리의 욕망이라는 달빛을 받아 순수한 다른 아름다운 빛을 내뿜지 않을까요?

 

어릴 적 할머니가 블루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훗날 자신의 이름은 블루가 아니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후안이 될지 아니면, 달빛을 향해 손을 뻗어 푸르게 빛나는 샤이론이 될지는 각자의 선택에 따른 문제이며, 그로인한 책임과 감수는 어느 쪽이던 뒤따를 것입니다. 

 

어느 쪽의 선택이던 즐겁고 유쾌한 선택이 되길 바래봅니다.

 

89회 아카데미 작품상의 문라이트였습니다. 

 

 ​  ♬♩♭ 함께 들을 노래       

“Hello Stranger - Barbara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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