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1948. 비토리오 데 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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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1948. 비토리오 데 시카

0 개 3,843 한하람

오늘은 여태까지와는 좀 다르게 영화에 포커스를 맞추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명작입니다. 네오리얼리즘의 기초를 다진 영화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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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현실은 영화가 아니야.”영화는 어찌되었건 간에 실제 삶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던, 가벼운 시간 때우기용 영화이던 모든 영화는 특정한 네러티브적 구조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카메라 앵글은 감독의 이상에 맞추어 위치지어집니다. 그리고 감독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타이밍으로 클리셰가 던져지고, 때로는 감독은 사실을 숨기기도하고, 일부러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감독들은 영화에 이상을 담아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는 다분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영화 같은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영화 같은 한 장면이다 라는 말 또한 있고요. 하지만 리얼리즘 예술가들은 현실을 이상화시키는 기존 예술의 틀을 뒤집어 이상화의 도구로 현실에 최대한 근접한 창작물을 창조 해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사실 영화보다 리얼리즘을 먼저 시도한 것 문학과 미술 쪽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는 말 처럼 문학에서는 최대한 담담하게 작가가 인지하는 현실을 묘사하여 담아내는 것을 리얼리즘의 정석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무엇을‘리얼’로 볼것이냐에 따라 사실주의도 얼마든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회화의 경우, 리얼리즘은 현실보다는 사실을 묘사하는 것에 그쳤지요. 회화가 표현한‘사실’과, 문학이 표현하려 했던 사회적‘현실’은 둘다 영어로는 리얼(real)로 표기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리얼리즘에서의 영화라는 매체는 이러한 사실과 현실이라는 두가지 리얼을 하나로 모아주는 일을 해내주고 있습니다. 이미지, 음향 그리고 시간성. 이 세가지 요소를 통해 리얼리즘영화는 사실과 그 사실 속에서 사회적 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각을 개방해줍니다.

 

“이는 순수 영화의 첫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배우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연출도 없다. 이것은 영화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미학적 환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영화 비평가 앙드레 바쟁-

 

리얼리즘의 추구는 감독의 캐스팅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주인공인 리치 역에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람베르토 마지오라니, 그의 아들 브루노 역에는 길거리 부랑아였던 엔조 스타이올라를 캐스팅해 정말 감독이 연출하고자 했던 현실과 가장 일체화된 캐릭터를 필름 속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리얼리즘이라고 해도 현실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의 시간성, 공간성, 그리고 상황적 요소인 코드들을 현실에 근접하게 묘사함에 그치지 않고 네러티브를 그 당시 시대적 상황과 일치되도록 꾸미는 실험적 연출을 시도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리치는 전후 이탈리아의 평범하게 비참한 사람의 하나로 그려집니다. 그럼과 동시에 리치는 전쟁을 겪게 된 이탈리아라는 국가 자체를 은유하는 캐릭터로 사용이 되어집니다.

 

영화의 시작에서 리치는 바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는 수많은 실업자들이 모인 건물 앞 공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놀고 있다가, 이후 호명하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영화에 등장합니다. 리치는 본인이 실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업자들의 무리에서 조차 소외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이용하여 해야하는 일을 소개받은 리치는 자전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자전거가 있으니 걱정말라 이야기를 하며 일을 받아 냅니다. 그 덕에 리치의 아내는 전당포에 맡긴 자전거를 찾아오기 위해 쓰던 침대 시트를 자전거와 맞바꾸게 됩니다.

 

유럽의 제국주의적인 식민지 쟁탈전이 가속화되던 19세기, 이탈리아는 오래전 대항해시대를 이끈 선구자의 위상에 못미치게 뒤쳐진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의 안토니오의 상황은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이들의 무리에서 소외된 이탈리아에게 후발식민국가로의 도약의 기회가 왔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을 이뤄낼 만한 능력이 안되었었음을 은유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탈리아가 선택한 것은 살림을 팔아 그 기회를 어떻게든 잡아내는 것이었죠.

 

이러한 은유는 이탈리아의 정치세력보다는 국민들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 것입니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맞이한 차가운 현실과 그 속에서 20세기 전반기 내내 겪은 무기력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서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교나 이념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서도 작은 미신적 믿음을 가지게 되었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한 점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리타 헤이워드 포스터(할리우드의 육체파 배우로 영화에선 자본을 상징)를 붙이는 리치의 모습과 그 틈을 타 자전거를 훔치는 세 도둑들의 모습을 통해 이탈리아가 돈을 쫓아가는 사이 다른 결속된 세력들이 이탈리아의 기회를 다시 앗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은 어쩌면 똑같이 어려웠던 유럽의 각 국가의 국민들 중에서도 소외되었었으며 그를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똑같이 어려웠던 다른 유럽의 국민들에 의해 저지되었었던 안타까운 사실들에 대해서 표현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리치가 자전거 도둑의 동네에서 숱한 비난과 멸시를 겪고, 도둑이 간질을 앓고 있는 가난한 청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그러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영화의 마지막엔 자전거를 도둑맞은 리치가 자전거를 훔치게 됩니다. 하지만 혼자서 저지른 어설픈 범행은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마는 법이지요. 이탈리아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하지만 리치는 심각한 처벌을 받지 않고 용서를 받습니다. 바로 아들 브루노 때문입니다. 부유한 자전거 주인이 브루노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리치를 그냥 보내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리치는 자전거를 되찾지도, 자전거를 훔치지도 못한 상태로, 눈물을 흘리며 아들 브루노와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리치에게는 여전히 지켜야할 가족들이 있고, 가족들의 꿈이 있습니다. 실업자들 무리에서 떨어져 한가로이 놀고 있던 리치는 이제 아들 브루노의 손을 꼭 잡고 군중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이탈리아는 이제 브루노로 표현되는“국민의 미래”를 위해 수많은 군중들 속으로 들어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한다고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후 이탈리아가 겪는 국민 공통의 상황과 감정선을 은유를 통해, 하지만 묘사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사실(real)과 현실(real)을 균형있게 나타낸 자전거 도둑은 그런 이유에서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영화로 호평 받고 있습니다. 두서없는 설명들 보다는 직접 보시는 편이 영화의 진면목을 보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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