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0 개 703 들풀

베이오브 플랜티의 긴 해안을 따라 기스본 쪽으로 향하던 2번 도로는 오포티키를 지나면서 

집 몇 채가 전부인 작은 마을들을 스치고 산속으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산맥의 초입인 와이오에카 파(Waioeka Pa)를 지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강줄기는 차츰 계곡으로 바뀌고 자연림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광활한 숲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헤쳐도 헤쳐도 능선인 그런 길을 수도 없이 넘어가면서,

오른쪽을 끼고 도는 계곡은 냇가로 좁아지고

냇가가  분산되어 샘으로 수명을 다할 때쯤 이면,

내쳐 오른 곳이 기스본으로 넘어가는 정상이다.

 

이 산맥의 정상을 중심으로 기스본 쪽으로는 초지가 조성되어 있고 베이오브 플랜티 쪽은 자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곡을 오르면서 나타나는 울창한 숲은 대낮인데도 컴컴하고,

얽기 설기 엉켜 검고 칙칙한 나뭇가지엔 초록색 이끼들이 수도 없이 아래로 늘어져 자라고 있다.

 

휀(fern)이라는 고사리 과의 나무는 여기저기 자라나며 중간 중간 솟아올라 영락없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인데,

쓰러진 나무들에 의해 검은색 돌 틈이 만들어지고 샘이 돋아나는 원천을 만들어 주위를 온통 싸 안은 이끼의 근원을 만들어주고 있다.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는 쾌청하고,

휀테일(Fantail) 이라는 작은 새가 빠르게 주위를 날며 인간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해충들을 바쁘게 사냥하고 있다.

 

격차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거센 물줄기가 물보라를 튀기며 쏟아지는 용소는,

검은 물빛으로 이슥하니 이무기라도 튀어나올 듯한 스산한 분위기다.

 

뉴질랜드의 돌들이 대게 검은색을 띠고 있어 얼핏 보면 느낌은 그러한데,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자연림에서

한두 방울씩 모인 이슬들이 모여 이루어낸 계곡물은,

그냥 마셔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깨끗하다.

 

송어들은 이런 물에서 살맛이 나는데,

녀석들의 삶을 방해하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곳은,

아마도 많은 송어들이 요소요소에 숨어 눈망울을 굴리며 살펴보는 여행자의 이상 (二相)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코를 골며 낮잠을 즐기던 커다란 민물장어가 인기척에 놀라 큰 바위 밑으로 잦아들고,

바탕색을 닮은 손바닥만한 가재는 잽싸게 뒷걸음질을 치며 틈새를 찾아 숨어,

일시에 용소는 오직 물줄기만이 흘러가는 아무도 살지 않는 적막한 장소로 변해 있다.

 

도시의 많은 그림자들이 지나쳐 엉켜 있는 한낮만큼,

세월 머금은 자연림도 수많은 생물들의 흐름이 존재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눈들이 요소요소에서 지금 기척을 살피고 있을 것인가?

 

침엽수림은 거대하여 하늘은 빽빽하다.

첩첩이 둘러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능선엔,

간드러지게 매달린 도로를 육신만 남은 여행자가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가며 정상을 향하고 있다.


이 고개만 서너 번 넘어본 여행자의 이상(二相)이 계곡에 붙어 숲의 형태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가도가도 첩첩 산중이요,

가파른 오르막길만 존재하는

강원도 정선의 옛날 고갯마루처럼 뭉클함이 서려 있는 이곳에서

그는 들꽃을 찾고 있는 것이다.


숲은 더 깊어지고 해는 더 나은 곳을 찾아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간절한 소망으로 타오르는 들꽃의 화신은 그 숲에서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다.

 

가시덤불을 지날 땐 긴 암흑을 지나는 터널과도 같았는데,

그것은 마치 사랑을 잃은 사람의 가슴에 분노가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 같은 그런 것이었다.

 

숲은 더 깊어지고, 해는 더 나은 곳을 찾아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축축한 원시림에 드리운 그림자가 나무위로 올라설 땐

바들거리며 따라올라 더 높은 곳을 향해 직감을 발휘하곤 했는데,

이미 어두워진 숲에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란,

사력을 다해 올라온 경험의 마지막 부분에서 내민 손바닥에 걸린 가시덤불처럼 그런 것이 전부였다.

 

비수처럼 꽤 뚫어 구멍 난 여행자의 가슴엔 찬바람만 쌩쌩 불며

들꽃의 남은 허상마저 이유 없는 비틀거림으로 멀어져 갔다.

 

허우적거리는 몸놀림이 마치 지독한 꿈을 꾸는 성자와 같이,

입 속에 담은 온갖 고행이 더 이상 몸 밖으로 배출되기를 거부했다.

 

미명이 지나 동이 틀 무렵 큰 새가 비명을 지르며 스쳐가는 것을 그는 사막을 헤매다 길 잃은 페르시아 상인처럼 꿈결에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곤 깨어나 온몸에 범벅 된 식은땀을 추려냈을 때,

커다란 불 판에 이글거리며 익어가는 빨간 태양이 수평선 넘어 날짜변경선에서 신속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빛은 통가와 채탐 아일랜드의 상공을 지나,

보다 높은 산이 위치한 산마루에 우뚝 선 여행자의 그림자를 먼저 만들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태양 덕에

밤새 움츠려 들었던 들꽃들은 천지 사방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휴면된 초지에 핀 노란 야생화 군락이 그 빛을 받고 활짝 펼칠 때,

육신을 실은 자동차는 대낮의 시간을 넘어 미끄러지듯 기스본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고통에 겨워 충혈 되었던 눈빛은 맑아지고,

탐스런 꽃으로 다시 핀 들꽃 한 송이를 눈 하나 깜박 않고 꺽은 여행자는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육신을 실은 자동차 속으로 사라져갔다.

 

세상 사람들이 알려준 재주를 그도 답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근 시간 반을 넘어오며 꿈을 꾼 목적 없는 여행자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통가는 세계에서 가장 가깝게 날짜 변경선에 접해있는 나라로 좀 더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와 함께 같은 시간대에 공유되어 있다. 날짜 변경선을 기준으로 떠오른 태양은 낮은 구릉대로 형성되어 있는 통가를 지나 뉴질랜드 기스본에 있는 높은 산맥에 먼저 햇빛이 비추어 진다.


산길에서

댓글 0 | 조회 640 | 2025.02.26
시인 이 성부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 더보기

싱크대 기름 버리지 마세요! 하수관 관리 필수 팁

댓글 0 | 조회 2,035 | 2025.02.26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여름이 한창인 요즘, 많은 분들이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텃밭에서 … 더보기

웃음, 암도 몰아낼 수 있다

댓글 0 | 조회 674 | 2025.02.26
‘하하하’ 하는 웃음을 아침저녁으로 15분씩 하면, 우리 몸에 있는 암도 몰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더군요. 그러니까 웃기 싫어도 웃는 연습을 자꾸 하세… 더보기

나도 받자, 평생 유효한 영주권

댓글 0 | 조회 2,781 | 2025.02.26
절대 다수의 분들이 처음 받았던 영주권이 평생토록 유효한 비자가 아님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민법입니다. 누구는 쉽게 받는다, 누구는 못 받아서 한국에 돌아갔다 … 더보기

감각의 제국

댓글 0 | 조회 558 | 2025.02.26
아내가 집을 비워 혼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중년남이 그러하듯 저 또한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 뿐이어서 내심 어쩌나.. 하고 … 더보기

현재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댓글 0 | 조회 704 | 2025.02.26
베이오브 플랜티의 긴 해안을 따라 기스본 쪽으로 향하던 2번 도로는 오포티키를 지나면서집 몇 채가 전부인 작은 마을들을 스치고 산속으로 접어들기 시작한다.본격적인… 더보기

시애틀에서 온 손님

댓글 0 | 조회 595 | 2025.02.25
<미수(米壽, 88세) 기념작> - 단편소설기내에 오르자마자 좌석을 확인하고 짐칸에 짐을 챙겼다. 잽싸게 먼저 자리를 잡은 석규가 어서 앉으라고 눈짓을… 더보기

뉴질랜드 의대와 호주 의대 입시는 어떻게 다를까?

댓글 0 | 조회 887 | 2025.02.25
필자는 뉴질랜드 의약계열 및 호주 의약계열의 입시에 대한 컨설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사진출처: Pixabay무료 이미지)아무리 가까운 나라라고 하더라도 뉴질… 더보기

배우는 이를 위한 소박한 끼니

댓글 0 | 조회 407 | 2025.02.25
<청도 운문사 승가대학>끼니의 힘은 세다. 단지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무엇무엇‘이나’먹을까?”라는 문장에서는 담기지 않는, 다른 이를 위해 마음을… 더보기

2025년 예정된 폭넓은 고용법 개정 (2)

댓글 0 | 조회 810 | 2025.02.25
작년말 칼럼에서는 국민당 주도 정부가 폭넓은 고용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5년 정부의 고용법 개정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 한 바 있습… 더보기

소풍처럼

댓글 0 | 조회 443 | 2025.02.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소풍 끝내는 날아름다웠다고 말하겠다는시인의 시구를성경 말씀인양책상에 붙여 놓고 살아왔다몸 아파보니 부끄러웠다못다 한 일에 미련 남고이루어야 … 더보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댓글 0 | 조회 437 | 2025.02.25
1769년에 제임스 와트가 개량한 증기기관으로 더디기는 했지만 공장제 수공업이 기계공업으로 바뀌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많은 기계가 만들어져 대량생산은 했지만 … 더보기

암, 초고령사회의 숙명

댓글 0 | 조회 910 | 2025.02.21
을사년(乙巳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2월3일)이지만 날씨는 찬바람이 불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였다. 입춘날 조간신문에 배우 이주실(80)이 위암(胃… 더보기

댓글 0 | 조회 597 | 2025.02.12
매 년 신학기가 시작되면 제 업무시간의 상당부분이 학생상담에 할애됩니다. 새로 등록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어느정도의 목표와 어느정도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 더보기

기다려보고 싶다

댓글 0 | 조회 734 | 2025.02.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이제는 기다려보고 싶다약속다방에서 만나자접은 쪽지 전하고는문 열릴 때 마다 설레는데무심한 척 펼쳐 놓은 책은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곧 … 더보기

꽃과 별과 달과 어머니

댓글 0 | 조회 421 | 2025.02.12
문득, 봄이 왔다. 봄은 동사 ‘보다’의 명사형인가. 우리 눈앞에 많은 것들을 펼쳐서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푸른 별 지구는 제 살을 찢으며 싱그러운 생명체… 더보기

확 들어오는 고용주 인증 워크비자(AEWV)

댓글 0 | 조회 1,649 | 2025.02.12
뉴질랜드에서의 근무(노동)은 본인의 비자 조건이 “합법적인 노동”을 가능하게 해야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전문기술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공히 “… 더보기

빈틈 선물하기

댓글 0 | 조회 458 | 2025.02.12
성인들의 무력감에 대한 세계적인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관련된 정신건강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 더보기

감사, 엔돌핀보다 수천만 배 강력한 치료제

댓글 0 | 조회 706 | 2025.02.12
황진이 선인의 몸에서 향내가 났다고 합니다. 선향(仙香)이라고, 명상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향이라고 합니다.명상에 들어 무심(無心)으로 들어가면 엔돌핀의 수천만 … 더보기

민사소송에서의 변호사비 청구

댓글 0 | 조회 1,135 | 2025.02.11
뉴질랜드에서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중에 하나는 우리쪽에서 승소 시 상대방이 제 변호사비를 100% 부담하는지 여부였습니다.결론만 말하자면, 우… 더보기

만리동 고개에서 이틀

댓글 0 | 조회 619 | 2025.02.11
시인 백 학기사랑을 말하지 않고는 이 고개를 넘을 수 없으리만리동 고개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사랑한다 말 차마 못하고 너와 헤어지는만리동 고개에 눈만 내려 쌓이네.… 더보기

뉴질랜드 설맞이

댓글 0 | 조회 705 | 2025.02.11
낯선 나라에 이주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주민은 새로운 문화와 부딪히게 되고 문화적인 충격을 겪게도 된다. 이러한 문화적인 충격을 흡수하고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 더보기

의약계열 진학을 위한 과목 선택 전략

댓글 0 | 조회 615 | 2025.02.11
지난주부터 중고등 학생들의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의 새학기는 보통 1월말에서 2월초 시작하게 되는 스케줄이다. 모든 학생들이 긴 방학이 끝나고 충전된 몸과… 더보기

화카타네 쏜톤비치(thornton beach)

댓글 0 | 조회 507 | 2025.02.11
타우랑아를 지나 화카타네로 이어지는 평탄한 2번 도로는 바다와 인접하며 이어져 있다.외줄기 철로는 길을 시샘하듯 도로와 팽팽한 선을 그으며 지나가고 있다.남태평양… 더보기

‘수퍼 센티네리언’에 도전

댓글 0 | 조회 738 | 2025.02.07
인간의 수명을 성경(Bible)적 차원에서 보면, 구약성서 창세기(Genesis)에는 아담(Adam)이 930세, 셋(912세), 에노스(905세), 게난(91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