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0 개 1,973 오소영

c263e314846590fcd7f13b13294c2281_1527055135_2446.png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나무의 푸른 잎새가 듬성듬성 숱 없는 여인들 머리처럼 엉성해서 서글프다. 발끝에 부서지는 마른 잎을 밟으며 이 가을을 맞이한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공원의 벤취가 낙엽이불을 덮고 졸고 있는 것처럼 한가롭다. 쓸쓸하지만 그 벤취에 앉아보고싶어 손바닥으로 마른잎을 쓸어냈다. 바람에 휩쓸려가는 낙엽을 따라 내 마음도 묻어간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붉은 나뭇잎 하나가 언제 내려앉았는지 사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다. 가기 싫어 쳐졌더냐? 다리아퍼 쉬었더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손에 집어 들었다. 혼자 있는 내가 외로워 보여 친구하려 했을까? 

 

연두빛 나풀나풀 어린잎을 자랑하던 때가 얼마 전이었다. 붉은옷 갈아입고 어느새 일생 다했다고 어딘지도 모를 마지막 갈 곳을 찾아 떠나가는 그 마른잎 하나가 나를 닮은것 같아 연민스러웠다. 왠지 그냥 버리면 안될 것 같아 손안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모레면 내 사랑 언니가 하늘나라 가신지 일주년이 되는 날이다. 

 

가슴깊이 묻어두었던 사무친 그리움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요즈음이다. 아이처럼 조카에게 그리움을 호소했던 며칠 전이었다. 핸드폰에 사진 한장이 들어왔다. 

 

아!--  열여덟살 하얗고 복성스러운 처녀때의 언니였다. 

 

“기왕이면 어머님 제일 예쁜 사진을 보내드려야죠..”

 

그 옛날 일본비단 하오리 천으로 만든 한복을 곱게입은 아가씨였다. 그래 생각난다. 엄마와 숙모 여동생까지 여자들만의 가족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선볼때 써야한다며 언니만 따로 독사진을 찍어 주었던 그것이었다. 

 

종로쪽 단골 포목점에서 천을 떠다가 엄마가 손수 만들어 입힌 새 옷 자랑삼아 찍은 가족사진을 생각해냈다. 

 

그 사진속 언니의 저고리 무늬가 손가락을 쫘악 편 것처럼 단풍잎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손에 쥐고 온 단풍잎 하나가 언니가 보낸 전령처럼 생각되었다. 마냥 애잔하고 슬펐다. 

 

언니 얼굴을 본게 언제였더라. 아득하다. 정말 아득하게 너무 멀리왔다. 점점 더 멀리 멀리 가버려 먼지처럼 부서지는 영상. 열여덟살 언니가 조금은 낯설게 내 눈앞에 화사하기만 했다. 

 

언니와 헤어졌던 마지막 때도 낙엽을 밟았지. 설악산 고운 단풍철을 그만 놓쳐버렸다. 내장산 단풍을 보라고 관광티켓을 손에 쥐어준 딸 내외. 

 

나 잘 살겠다고 떨치고 온 이 어미보다 그들에겐 이모가 더 살가운 어머니였다. 서둘러 단풍여행 관광열차를 탔다. 느긋한 마음으로 오래 잊고살았던 고국의 산야를 감상하며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려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어이없이 깨져버렸다. 

 

분위기가 술렁술렁 하다싶더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바탕 놀자는 판국임을 알았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추고... 신나서 난리인데 너무 어리둥절 했다. 

 

마치 바로 세상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을 보는 것 처럼 난장판 아수라장이었다. 

 

현실에 찌들어 살다가 하루쯤 나사 풀고 놀아보자는 사람들에게 허용된 공간이었다. 내일을 바쁘게 또 살아가려니 재충전의 기회로 필요한 기회 였을까? 나중에 알고보니 칸마다 전부 그런게 아니고 한편에 한량만 따로 마련된 공간이라고 들었다. 그걸 미리 알지 못했던 우리가 그들 옆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저렇게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도 있네.” 

 

별세계 사람처럼 조용히 웃던 내 언니. 층층 시하에 시집살이로만 살아온 형편이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언니가 늘 어머니같이 푸근해서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설악산을 떠난 단풍이 연착을 하는지 내장산은 아직 붉게 물들지 않았다. 앞으로 삼 사일 후면 구경이 좋을꺼란 말을 들으며 많이 아쉬었다.

 

“너무 일찍왔어 미안해 어쩐대.” 

“언니가 단풍이 왜 미안헌데? 시간이 촉박한 나 때문이지.” 

 

우리는 그 날 중간지점 어느 산자락 앞에서 잠시 내렸다. 내장산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줄 빨강 꽃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꿩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와....우”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산 속으로 흩어졌다. 산 전체가 빨갛게 술에 취해 있었다. 너그럽게 웃으며 넓은 품안에 모두를 품어 주었다. 이 아름다운 강산에 내가 살았었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무수히 발에 밟히는 마른잎들이 사그락거리며 우리 자매의 대화에 끼어 들어 추억에 수를 놓아주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그림자가 길다. 저녁짓는 연기일까? 아늑한 산 속에 숨어 앉은 파랑색 지붕에서 하얀 실타래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너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속에 우리가 서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언니와 나.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조화가 너무 황홀했다. 이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가슴에 무언가가 치미는가 싶더니 울컥 설음이 복바쳤다.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다음을 기약하고 떠나기엔 남은 세월이 너무 짧다. 언니와 나는 서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끈끈하게 혈육의 정이 묻어나는 눈물이었다. 

 

이 동생이 고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언니는 새처럼 몸이 가벼워진다고 들었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시간에 언니는 가락동에서 안산까지 달려오신다. 

 

지하철을 두 세번이나 바꿔 타신다던가. 팔십 노인이 복잡한 인파에 부대끼면서 집으로 오신다. 

 

내가 좋아하는 배추 겉절이 무쳐서 싸들고 한달음에 오시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내 언니같은 자매는 없는것 같아 늘상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인 나. 

 

이제 고국행 나드리가 시들하다. 그 쪽 발걸음이 무뎌진 것은 반겨주던 언니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일 것이다. 어느 산 외로운 곳에서 나무와의 영원한 벗으로 고이 잠들어 계신 내 언니. 

 

여기 낙엽길을 홀로 걸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같다’라는 노래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오는 듯 하다.

 

저출산, 인구절벽

댓글 0 | 조회 2,522 | 2018.06.09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원장 金皓)과 보건대학원총동창회(회장 朴明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2회 한마음 대축제’가 지난 5월 19일 관악캠퍼스에서 개최되었다. … 더보기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 ‘공황장애’ … 20대·노년층 환자 급증

댓글 0 | 조회 2,379 | 2018.06.09
얼마 전 유명 개그맨이자 라디오 방송 진행자였던 연예인이 공황장애로 인해 방송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있었다. 그 전에도 개그맨, 가수, 탤런트, 스포츠 선수, 웹툰… 더보기

[포토 스케치] Golden hour

댓글 0 | 조회 1,529 | 2018.06.05
▲ Golden hour

경력 증명 만큼 중요한 경력 평가 기관

댓글 0 | 조회 2,293 | 2018.05.31
오즈커리어 ‘경력인증 호주 RPL 학위’ 생생 정보입니다.2018년 2분기도 어느덧 마무리되어가고 있습니다.뉴질랜드 기술 이민 성공을 기원 드리며, 이민 가산점 … 더보기

구본무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댓글 0 | 조회 3,176 | 2018.05.29
“베풀며 살아라” 어머니의 뜻을 평생 지킨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화담(和談)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이 5월 20일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1년… 더보기

[포토 스케치] That Tree

댓글 0 | 조회 1,451 | 2018.05.28
That Tree

마당을 쓸며 Sweeping the Yard

댓글 0 | 조회 1,755 | 2018.05.27
이 산하옛날 할아버지들은아침에 일어나면 마당부터 쓸었다.매일 쓸지만 어느새 또 어지럽다.오랜만에 집 청소를 한다.잠시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한다.빗자루로 쓰레… 더보기

성품 다섯 - 부지런함

댓글 0 | 조회 2,044 | 2018.05.27
부지런함이란 가치 있는 목표에 대한 절제되고 집중된 노력입니다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오래 전 한국에서 일었던 “아침형 인간”에 대… 더보기

소확행 (小確幸)

댓글 0 | 조회 2,080 | 2018.05.26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씨가 한 수필집을 저술하며 창조해 낸 신조어입니다. 우리에겐 ‘상실의 시대’ ‘IQ84’등의 소설로 유명한 그는 2017년 한국… 더보기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5편

댓글 0 | 조회 2,234 | 2018.05.26
섬과 같은 사랑이 옛이야기의 내용은 각편에 따라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의 부족이 서로 싸움을 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집안처럼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원수의 집안으로 설… 더보기

먼 나라 이웃 나라

댓글 0 | 조회 2,202 | 2018.05.26
예전에는 만화 가게가 성행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오락을 즐기는 유일한 곳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던져 놓고 한 걸음에 가는 곳이 바로 … 더보기

무료 폰트 마음 놓고 쓰려면

댓글 0 | 조회 2,494 | 2018.05.25
문서를 작성하거나 홍보물을 만들 때 은근히 신경 쓰이는 폰트, 어떻게 하면 개운하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까요? 물론 기본적으로 주어진 폰트를 사용하면 됩니다… 더보기

세금을 피하려 매출을 줄인다면

댓글 0 | 조회 3,246 | 2018.05.25
뉴질랜드 정부는 2018년 올해 예산안을 지난 주 발표했다. 예산을 늘린 곳과 줄인 곳이 엇갈렸는데 당연 집권당이 노동당이므로 걸맞는 예산 편성을 했다고 여론은 … 더보기

자녀들의 딜레마, 한국식? 뉴질랜드식?

댓글 0 | 조회 3,185 | 2018.05.25
우연히 대학생 딸의 문신을 본 후 충격을 받고 한달 넘게 딸과 대화를 끊고 있다는 아버지, 고등학생 아들의 책상에서 콘돔을 발견한 후 아이를 야단쳤더니 돌아오는 … 더보기

백전 칠승 구십삼패!!

댓글 0 | 조회 1,602 | 2018.05.25
■ 다이어트는 운동이 아니라 음식이다흔히 다이어트를 할 때 무조건 굶는 것보다 운동을 해서 체중을 줄여야 건강한 다이어트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 더보기

아름다운 만남

댓글 0 | 조회 1,640 | 2018.05.25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지저분한 밑바닥까지도 알아야 된다고 직접 체험해 보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문학을 해도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잘못된 인식입니다. … 더보기

<피고인>을 통해 본 한국의 성범죄 진단

댓글 0 | 조회 1,731 | 2018.05.24
<피고인>(The Accused, 1988)은 감독 조너선 캐플런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역작이자 조디 포스터에게 처음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더보기

사업장의 보건 및 안전법 발효로 인한 변화

댓글 0 | 조회 1,688 | 2018.05.24
사업장의 보건 및 안전법이 2015년 제정되어 2016년 발효되었습니다. 최근 판례들은 사업장의 보건 및 안전법 발효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2… 더보기

바른 자세의 기본개념, 스스로 이해하자

댓글 0 | 조회 2,268 | 2018.05.24
이번호에서는 바른 자세를 위한 몸 근육의 역학을 말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두가지 이야기를 잠시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우시면,“아… 더보기

건강한 겨울을 위한 5가지 초간단 비결

댓글 0 | 조회 2,046 | 2018.05.24
지난번 컬럼에서는 독감(Flu)과 독감주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대상에 관한 정보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겨울을 보다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더보기

Simply the best!!

댓글 0 | 조회 1,897 | 2018.05.24
골프에는 희노애락이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골프에서의 멘탈이란 너무도 … 더보기

런던 스모그와 서울의 미세먼지

댓글 0 | 조회 2,156 | 2018.05.23
1952년 런던에서 대규모 스모그 참사가 일어났다.서울도 걱정이다.쾌적한 공기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절대 절명의 자산인데……우리는 흔히 ‘런던’하면 안개를 연상… 더보기
Now

현재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댓글 0 | 조회 1,974 | 2018.05.23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 더보기

U Thai Restaurant

댓글 0 | 조회 1,772 | 2018.05.23
U Thai 레스트랑은 오클랜드 뉴마켓에 위치한 태국 요리전문점이다.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미식가들이 동양의 맛을 찾아 온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 … 더보기

부동산 투자시 꼭 피해야할 사항들

댓글 0 | 조회 3,024 | 2018.05.23
놀랍지만 아픈 사실이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대부분의 키위들은 그들이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결코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5년 동안 부동산 투자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