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냐 교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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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냐 교체냐?

0 개 630 조기조

오래전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면 TV가 나오기 전이라 불룩하고 아주 큰 TV를 사서 10년 넘도록 잘 썼다. 그런데 한쪽 화면이 희미하게 번지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미 평면 TV가 대세라서 버리는 일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교외에 사는 지인의 아버지가 트럭으로 싣고 가겠단다. “그걸 뭐하려고?” 누군가에게 웃돈이라도 주고 가져가시라 하고 싶던 차였다. 전자제품을 잘 안다는 그분은 간단히 고쳐서 오래오래 쓰고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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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6·25 전쟁이 끝난 우리나라에는 물자가 귀했다. 거의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했다. 비료와 농약이 없어서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니 오래도록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미국은 잉여농산물이라고 하는 밀가루, 옥수수가루, 탈지분유를 갖다 주었다. 밀가루는 그렇게 한동안 공급되었다. 전기와 수도가 부족했고 학교와 병원, 도로, 어느 하나 반듯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물자가 부족하니 대부분의 물건은 고쳐서 썼다. 마을을 돌면서 깨진 그릇이나 신발, 우산 등을 고쳐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장터에는 잘 되는 곳이 ‘전파상회’였다. 밀레니엄 세대는 처음 듣는 말일 수도 있겠다. 긴 침 두 개로 전기가 통하면 눈금 바늘이 움직이는 테스터기로 전류가 제대로 흐르고 접촉이 잘 되는지를 검사해서 납땜인두로 지져 붙이는 수리를 해주는 곳이다. 고물로 버린 가전제품들을 잔뜩 모아서 분해하고, 필요한 부품을 모아 재활용하기도 한다. 고장의 원인은 대부분 진동이나 마모로 인한 접촉 불량이었던 것이다.


떨어진 양말이나 옷을 기워 입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옷의 품이나 길이를 고쳐 입는 수선은 지금도 예술이다. 리폼과 수선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그런데 이제 수선비가 올라 고쳐 입기도, 버리기도 망설여진다.


기간산업을 위한 중화학 공업을 먼저 세우고, 한참 뒤에 소비자를 위한 제품들이 나온 것은 80년대부터라고 보면 되겠다. 다행히도 공장이 늘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자 살기가 나아졌다. 생활의 질을 추구하기에는 일렀지만 주거 환경과 복지가 나아지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 세대가 훌쩍 지난 30년 이후의 일이다.


90년대 들어 좀 살게 되자 해외여행을 자유화했다. 달러를 바꾸어 들고 나가 여행을 하고, 외제를 사 올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97년 말에 외환 유동성 위기를 맞는다. 국내(은행)에 보유한 달러가 적어, 계돈인 IMF로부터 빌려야 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기업이 이중장부를 한다 하니 못 믿겠다며 다른 나라가 외면해서 생긴 일이다.


환율과 금리가 솟아오르자,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헐값에라도 내다 팔 것은 팔아야 운영을 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종신고용은 끝나 버렸다. 당연히 물자가 부족해졌고,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이때 ‘아나바다’ 운동이 일어났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가전제품이 놀랍게 발전하니 성능 좋은 새것이 더 싼 경우가 생긴다. 그렇지만 멀쩡한 것을 두고 바꾸기는 아깝다. 간단한 고장에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단종되어도 생산자는 수년간 부품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전제품의 가격이 현저하게 내려갔다. 많은 메모리나 고성능 반도체를 쓰지 않는 제품들은 아무 나라나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리보다 교체하는 편이 더 싸게 먹히기도 한다. 수리해야 하나, 교체해야 하나?


자동차의 액정이 깜빡깜빡해서 확인해 봐 달라고 했더니 그냥 교체하란다. 자원의 낭비다. 내가 회로도를 보고 필요한 부품을 구해 갈아보고 싶지만, 공구를 사야 하고 시간이 들어야 하니 못하고 만다.


최근에 스마트폰을 교체했다. 큰돈을 들였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 몇 년을 쓴 전화기는 오래되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안 되었다. 배터리 수명이 짧아져서 동영상이라도 찍으면 금세 바닥이 나곤 했다. 배터리를 사서 전화기를 열고 갈아 끼우려고 생각하다가, 새 전화기가 인공지능을 장착하고 메모리도 커서 그냥 바꾸었다. 잘 활용하면 들어간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위안한다. 헌 전화기는 멀쩡한데도 폐기물이다. 참으로 아깝다.


시간은 돈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시간이니, 시간이 드는 수리보다는 교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 인간의 장기도 더러 교체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요는 많은데 제공자가 부족하니 밀매나 범죄가 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깨끗이 쓰다가 기증을 해야겠다. 동물의 장기도 이식할 수 있다는데, 널리 개발되면 좋겠다. 흐름이라고 있다. 폐기물과 자원의 낭비를 걱정하면서도 교체로의 흐름을 어찌 막겠는가?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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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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