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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676 강명화

생각해보면 10년을 넘는 시간을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영어보다 더 어려웠던 건 아마도 선택이었을 것이다.

 

살다보면 생각보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많다. 선택을 어려워하게 될수록 선택은 더 늘어나는 듯한 착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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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살던 어린 시절은 그다지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선택하지 않고 그냥 남들처럼 따랐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의 인생 선택들이란, 어려서 엄마 손잡고 유치원을 갔고, 엄마의 선택을 따라 무섭고 싫었지만 유치원을 다녔다. 그리고는 사회가 선택해서 일러준대로 학교에 다녀야 된다길래 학교를 갔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12년동안 다녔다. 그 중에도 작은 선택들이 있었을테지만, 인생은 그냥 남들 사는대로 사는 건지 알았다. 모든 선택은 사회가 정해준 대로, 혹은 부모님이 정해준대로 였다.

 

수능 또한 다들 원서쓰고 시험을 치기에 나도 치뤘고, 줄 세워진 대학들 중에 내가 갈 수 있는 최선을 골라 줄을 서고, 받아주는 곳에 들어가 또 시간표 따라 살았던 것 같다. 선택하기 보다 선택되어지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20살까지 아니 직장을 가지고 직장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까지, 그러니까 20대 후반까지 인생에서 정말 나의 선택은 딱히 없었다. 남들 하는 공부, 남들 가는 학교, 남들 치는 시험을 치고 그 행보를 따라 내 최선만 다하면 되었다.

 

그러다 뉴질랜드에 온 나는 처음부터 선택의 잔인함 앞에 놓여졌다. 영어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어학원을 가야할지, 경험을 쌓기 위해 여행을 가야할지부터 뉴질랜드에 살고 싶은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지까지 어떻게 보면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들에 나는 끝없이 던져졌다.

 

어떻게 보면 나이와 무관하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어느 순간 들어섰기 때문이겠지만, 주변에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또는 혼자 모르는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순간순간 심장 떨리게 두려워서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체 오랫동안 시간만 보낸 적도 참 많았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나의 이 심정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고 지쳤고, 두려웠다.

 

살다보면 어떨 때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부럽다가도, 내가 정작 그 길을 가게 되면 사실은 그게 얼마나 외롭고 험난한지 당사자만 알게 된다.

 

물론, 나만 그랬다는 말이 아니다. 나만 그런거 같은 기분으로 가득차게 된다는 말이다. 나 또한 혼자 그런 기분으로 가득차 두려웠다.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순간들..

 

그렇게 10년을 버티다 보면, 어려운 일이 반복되기도 하고, 두려웠던 일이 익숙해지기도 하며, 어느 순간 두려운 순간들이 더 이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되기도 한다.

 

긴 시간을 참고 견딘자만이 알 수 있는 유연함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에야 내가 그 긴 터널을 지나왔음을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물론, 그게 수 많은 터널 중에 하나일지라도 혹은 여전히 또 다른 터널을 지나는 중일지라도 버텨낸 경험은 앞으로의 두번째, 세번째 터널까지도 버틸수 있게 해주는 용기를 주는 듯 하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얘기한다. 큰 성공 하나보다 작은 성공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우리에겐 더 큰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매일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외국살이를 성공적으로 버텨내고 있는 우리에겐 매일매일이 인생을 좌우하는 선택들이고, 남들은 걷지 않은 길을 가는 힘든 길이지만, 우리의 작은 성공들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과 선택의 성공은 조금씩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오늘도 작은 성공을 하나 이루며 내일 또 하나의 성공을 위해 이제는 조금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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