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길 위에서

0 개 1,339 수필기행

c89e0b7d9de4dc7b0d9dfcf258f54ed4_1555970563_1927.jpg
 

낙엽 진 도심의 거리가 스산하다. 그 속을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덤덤하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걷다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가 보다.  시청 앞에서는 몇 십 명 되는 중년 남성들이 군집하여 농성을 벌리고 있다. 머리에 흰 띠를 동여맨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늘어놓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주먹 쥔 오른팔을 힘껏 들어올리며 ‘반대한다! 반대한다!’.를 외친다. 농산물 수입반대 현수막이 걸려있으니 시골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집회인가보다.  그 일로 번화가가 막혀 교통이 두절되고 있다. 관철되어야 할 자신들의 뜻을 세우는 데 정신이 없어서 차량 혼잡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곳을 빠져나와 명동을 거슬러 오르는데 이번엔 소형트럭이 대로변 옆에 주차해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 살피니 양배추 한단에 천원이라고 써 붙인 현수막이 보인다. 현지농민의 영업차량인가보다.  차주는 모여드는 사람이 신통치 않았던지 연실 확성기에 대고 천원을 외쳐댄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인과 늙수그레한 노인, 젊은 아가씨가 길을 가다가 쌓아놓은 양배추 더미를 보고 기웃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물건을 골라 흥정하느라고 트럭주변이 혼잡하다. 쌈직한 물건을 놓고 이윤을 계산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차주는 더 많은 행인들을 부르려는지 계속 확성기에 대고 소리친다. 자신의 말소리가 도시 소음이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

 

같은 업종의 사람이라 해도 한쪽에서는 군중심리에 몰려있고 또 한쪽에서는 개인생각에 몰두해 있으니 사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순간을 선택해 살아가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모습도 미물과 다를 게 없어서 개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면 퍽 재미있다. 그들은 열심히 길을 가다가도 웬일인지 어느 지점에 도착하여 머뭇거리기도 하고 저보다 덩치 큰 먹잇감을 갖고 오느라고 끙끙대기도 한다. 항시 일렬로 서서 자기 앞의 개미 뒤를 바짝 쫓아가는 줄 알지만 더러는 무엇을 잊었는지 아니면 유혹에 휘말렸는지 긴 행로에서 이탈되는 놈들도 있다. 그렇게 길 위에서 잠시 헤매긴 하지만 과연 제집을 찾아드는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길 위를 날마다 걸어 다니며 산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고 한눈을 팔게 되면 엉뚱한 길에서 서성이다 하루해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에 선과 악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길이 좋고 어느 길이 나쁘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먼저 가야 할 길이 있고 시나브로 가야 될 길이 있을 뿐이다. 더 편안한 길이 있는가 하면 험난한 길도 있어서 잘 살펴보고 가야 한다. 어떤 때 잘못 판단하여 힘들고 어려운 길을 돌아 나오다 뒤 늦게 평탄한 길을 찾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 접어들지 않으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외딴길을 헤쳐 나올 때면 지옥을 경험한 듯 놀라게 된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면 내가 선택한 길은 엉킨 실타래의 한 가닥이나 다름없다. 왜 나의 길에 열정을 바치고 인생을 바쳤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 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비밀에 부쳐진 예약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전자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버릇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에 행동으로, 행동은 정신과 이어지면서 자신의 길에 몰두하게 되었을 것이다. 왜 그 많은 길 중에서 한 가닥만을 고집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기에 목숨 걸고 뛰어 다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 나를 만들어준 길, 내가 밟아온 길들은 나의 정열과 나의 혼을 쏟아 부은 특별한 길이어서 행복과 불행도 그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만은 없다.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마음을 쏟기도 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칠 때도 많다. 목적한바가 정당한 것이지 그것이 만인을 위한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기도 전에 욕심부터 앞세우기도 한다. 올해 핀 장미가 내년에 똑같은 꽃이 될 수 없듯이 단 한번 주어진 인생길이기에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의미있는 길을 가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어서 우리의 인생길도 반드시 끝나는 지점이 있다.

 

명예를 위해, 부를 위해, 예술을 위해, 출세를 위해 뛰다가도 병들고 늙어지면 그 길 역시 목숨과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길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뜻을 세우고 달리던 길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중도에 멈춘다 하더라도 그만큼 걸어갔다는 자체가 중요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다만 이승을 떠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도라가기 위해 양심을 버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잠자리에 누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질책보다 격려와 찬사가 많아서 군중심리에 휩쓸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건 아닌지, 내 욕심만 차리다가 남에게 누를 끼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가정에 충실하기보다 사회생활에 더 바빴던 세월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길이었으며 앞만 보고 걷다가 더 아름다운 옆길은 놓치지않았는지, 남이 가는 길이라고 나 자신도 모르면서 부화뇌동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다양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아무렇게나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뒤돌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위해 모두 제 갈 길을 열심히 걸어가듯이 나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길이 아니라 진정 나 자신을 위한 문학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

■ 박 종숙 

수필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수필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김규련문학상 수상

수필집 <<호수지기>>, <<내 영혼의 강가에서>>, <<호수보다 깊은 침문>>, <<호반의 축제>>, <<호반에 그린 달빛>>, <<점 하나의 의미>>, 수필선집 <<노을이 타는 강>>, <<바다 엽서>>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댓글 0 | 조회 1,435 | 2019.04.24
시인 : 허 수경문득 나는 한 공원에 들어서는 것이다도심의 가을공원에 앉아있는 것이다이 저녁에 지는 잎들은 얼마나 가벼운지한 장의 몸으로 땅 위에 눕고술병을 들고… 더보기

행복의 유람선, 크루즈 여행

댓글 0 | 조회 2,770 | 2019.04.23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TV 영상이 하나있다.‘사랑의 유람선’...그 시간을 맞추려고 저녁시간을 서둘러야 했다. 물 묻은 손을 털고 TV … 더보기

4월 4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590 | 2019.04.23
일조량이 줄면서 체감온도는 내려갔지만 여전히 따뜻한 수온의 영향으로 갯바위에 스내퍼 조황이 없었던 4월초에 비해 수온의 변화가 생기면서 여기저기 6자급 스내퍼 소… 더보기

노트의 제왕 2

댓글 0 | 조회 1,765 | 2019.04.23
지난 컬럼에서 노트무용론 (-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만드는 노트의 유명무실함) 을 피력한 이후 몇건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컬럼을 매번 성의있게… 더보기

Never give up!!!

댓글 0 | 조회 1,939 | 2019.04.23
Never give up!!!타이거 우즈가 지난주 마친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한 후 기자 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저의 딸이 골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 말이 쉽게… 더보기
Now

현재 길 위에서

댓글 0 | 조회 1,340 | 2019.04.23
낙엽 진 도심의 거리가 스산하다. 그 속을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덤덤하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걷다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가 보다. 시청 … 더보기

情 2

댓글 0 | 조회 1,413 | 2019.04.23
학창시절에 절친한 친구 녀석이 “인생은 고해의 바다” 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작은 일들로 배꼽을 잡고, 연신 깔깔거렸는데 다복… 더보기

두통까지 동반된다면 '목 디스크' 의심!

댓글 0 | 조회 2,371 | 2019.04.19
– 봄 시작되는 3월, 무리한 운동 및 잘못된 자세로 목 디스크 환자수 가장 많아– 젊은층도 안심 금물! 뒷목, 어깨 통증 및 두통, 이명 등 동반되면 의심해야–… 더보기

노니(Noni)와 커피(Coffee)

댓글 0 | 조회 3,699 | 2019.04.19
베트남을 관광하는 한국인이 즐겨 구입하는 품목에는 노니(Noni)와 커피(Coffee)가 있다. 필자가 지난 3월 가족여행으로 택한 베트남 관광지 방문코스에도 노… 더보기

[포토 스케치] 정체

댓글 0 | 조회 1,691 | 2019.04.18
​​▲ 정체- Moeraki Boulders Beach

행복으로 가는 두번째 단계

댓글 0 | 조회 1,922 | 2019.04.11
지난 번 소개한 앤소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한 호주 만들기’ 심리프로젝트에서 행복으로 가는 두 번째 단계는 무작위로 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그란트 교수에 따르면… 더보기

잃어버린 초심

댓글 0 | 조회 2,231 | 2019.04.11
언제나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많은 기대와 소망 속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원한다.그러나 일을 진행하면서 생각처럼 일이 잘 안풀리거나 자꾸 마음먹은 것과 다른 상황이… 더보기

ETA를 받아야 하는 者와 받지 않는 者

댓글 0 | 조회 4,131 | 2019.04.10
뉴질랜드 이민컨설팅을 업으로 한지 20년이 지나던 시점에서 크게 인식하게 된 사실이 있다면 뉴질랜드 이민법이 해를 거듭하면서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며 점차 해외의 이… 더보기

결정의 주인

댓글 0 | 조회 1,905 | 2019.04.10
새내기. 참 듣기 좋은 말이고 이제 이 나이에 이런 수식어를 붙일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그렇다. 나는 이제 부동산 관리의 새내기가 되었다.거의 20년동안 하던 …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2,329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 더보기

노트의 제왕

댓글 0 | 조회 1,494 | 2019.04.10
노트절대론? 노트무용론!“이제 다음주면 Mid year 시험인데 준비는 잘 하고있니?”“아! 네.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엔 잘 해야죠!”“오~ 그래?… 더보기

情 1

댓글 0 | 조회 1,580 | 2019.04.10
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 더보기

자궁은 제2의 심장입니다

댓글 0 | 조회 2,769 | 2019.04.10
여성에게 자궁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장기다. 자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 고유의 생리기능인 월경ㆍ임신ㆍ출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여성의 자궁은 … 더보기

팬티

댓글 0 | 조회 1,937 | 2019.04.10
아슬아슬하다. 오늘은 분홍색에 흰 동그라미가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이다. 어저께는 짙은 파란줄무늬였었다. 나도 모르게 픽 웃으며 눈길을 거둔다. 나는 외간남자의… 더보기

개구리왕자 6편

댓글 0 | 조회 1,599 | 2019.04.10
나는 여자라서 불편한 거 많았는데길거리에서 ㄸㄸ이 아저씨 본 게 겨우 13살 때였고14살 골목길 어딘가에서 만난 오빠들이 교회 다니자고 권유해서 얘기 나누고 있는… 더보기

Harbourside Ocean Grill

댓글 0 | 조회 1,746 | 2019.04.10
Harbourside Ocean Bar Grill 레스토랑은 오클랜드 시티 바이덕하버에 위치한 양식 전문 레스토랑이다. 뉴질랜드의 신선한 육류와 생선으로 전문 요… 더보기

오클랜드 한인의 날 회고

댓글 0 | 조회 2,303 | 2019.04.10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원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빨리 시작된 이웃 호주의 경우 정부가 매해 발행하는 1958년도 연감… 더보기

4월 2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593 | 2019.04.10
3월 마지막주 낚시꾼들을 들뜨게하는 화제거리는 킹피시였습니다.지난 호 주간조황에서 말씀 드렸듯이 킹피시는 시즌이 시작하는 11월과 시즌이 끝나는 4월에 가장 사이… 더보기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댓글 0 | 조회 2,085 | 2019.04.10
시인 : 문정희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합격했는데 어디로 갔는가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사골을 넣고 세 … 더보기

이자율 인하 가능성 높아져

댓글 0 | 조회 2,053 | 2019.04.09
OCR 대폭 인하 예고지난 달 3월 27일 OCR(Official Cash Rate)를 또 다시 1.75%를 유지한다고 중앙은행의 총재 애드리안씨는 밝히면서 다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