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불 효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5불 효도

0 개 2,089 오소영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

 

바야흐로 단풍마져 헐거워진 겨울의 문턱에서 어버이 날, 가정의 달도 맞았다. 내 머릿속의 5월은 만화방창(萬花芳暢) 꽃 꿈으로 가득차 있는데 말이다. 언제쯤 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시야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썰렁하고 춥다. 잎을 다 떨구고 헐벗은 모습이 왠지 안쓰럽다. 내 인생을 닮은 것 같아서일까?

 

의연히 버티고 서 있는 나무는 아무런 내색을 않는다. 조용히 내년을, 또 내년을 기다린다.

 

인생도 그렇게 나무를 닮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나라에 살면서 영어말고 두번째로 두려운게 내겐 추위로 꼽힌다. 겨울이야 당연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게 봄 추위다. 한국에서도 봄 바람은 첩의 바람이라고 말한다. 품 속 깊이 파고 든다고 해서 만든 말이다. 재미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기분좋은 말은 아니다.

 

옷속으로 파고드는 봄바람은 춥다못해 뼛속까지 시리고 아프다. 봄 마중을 하려면 노인들은 한바탕 홍역같은 꽃샘추위를 견뎌내야만 한다. 특별한 시련이기도 하다.

 

추워 추워 하면, 떠 오르는 잊지못할 추억(?)이 하나 있다. 생각만 해도 몸에 소름이 돋는다.

 

10월 이었으니 그 때도 봄 추위였을께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하던 때였다.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로 ‘로토루아’ 투어를 곁드린 여행이었다. 한밤중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바로 숙소인 모텔로 향했다. 지금 보니까 경마장 부근의 낮은 건물이었다. 외톨이인 나는 한국에서부터 따라 온 가이드 아가씨와 한 방이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불속이 점점 차가워져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추위도 모르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 일까? 놀래기도 했다. 옆 침대의 아가씨도 잠 못들고 뒤척이는 눈치였다.

 

“아가씨 너무춥지. 이리와서 같이자면 좀 났겠지”

 

아가씨가 서슴없이 내 침대로 들어왔다. 그 쪽 시트까지 끌어다가 함께 덮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며 잠을 청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오라는 딸 아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이른 새벽 침대를 걷어차고 내려왔다. 샤워실로 뛰쳐나와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받았다. 거기 들어 앉아서 얼었던 몸을 녹였다. 죽었다가 살아난 느낌이었다.

 

가이드에게 원망조로 한마디 했다. 밤에 얼어죽는 줄 알았다고 투정을 했다.

 

“어이구 있을게 다 있는데 사용할 줄을 모르셨군요. 죄송합니다. 알려드릴걸...”

 

한 방 쓰는 가이드를 믿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처음 오는 해외 출장이었는지 나와 다를바가 없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도저히 이 나라에선 못 살 것만 같았다.

 

아이들 집에 도착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들이 죽는다고 웃어댔다.

 

바보짓 했던걸 말이나 말껄... 

 

뉴질랜드는 그렇게 나를 형편없는 바보로 만들면서 맞아주었다.

 

한 여름을 착각하게 하는 불볕속의 겨울 낮은 지낼만 하다. 해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섭게 찬 공기가 몰려든다. 어쩌면 그리도 낮과 다르게 모습을 달리 하는지? 변심해서 토라진 애인의 마음같이 한 여름에도 매몰차게 싸늘하다.   

 

눈내리고 얼음 얼지 않아도 춥다는 말을 달고 사는 허약한 나.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강도가 점점 더 해 가는걸 느낀다.

 

지난 봄이었다. 친구와 만남의 약속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버스 시간을 맞추려면 허둥대기 일쑤였다. 무슨 버릇인지 여유있게 준비를 하다가도 그 시간에는 언제나 쫓긴다. 중간에 쓰잘데 없는 다른 일들이 끼어들기 때문이었다. 신발을 마음대로 골라신지 못하고 뛰어나가는 일이 허다하다.

 

실내를 따뜻하게 해 놓았으니 바깥바람은 헤아리지 못했다. 날씨가 포근한줄 알았는데 밖에 나오니 아니었다. (옷을 잘못 입었네)들어가 다시 입을 시간도 없었다. 낮엔 괜찮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조금 참기로 했다.

 

버스에 오르니 냉장고 안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덥지도 않은데 왜 그리 에어컨을 틀어대는지 알 수가 없다. 30분을 웅크리고 참아냈다. 다시 바꿔 탄 차는 그보다 좀 더 냉기가 강했다. 또 다시 30분. 차에서 내릴 때는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시간은 이른편이었다. 쇼핑몰로 뛰어들어가 세면기에 더운물을 받고 손을 담궜다. 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등줄기로 찬물을 끼얹는 것은 여전했다. 이대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다급했다. 감기 몸살에 틀림없이 병이 날 것만 같았다.

어쩌지?... 방법을 찾기로 했다.

 

쇼핑센터 안의 옷 가게를 뒤졌다. 등을 덮어줄 조끼같은 걸 찾았다. 나만 춥지. 하늘하늘한 여름 옷들만 걸려 있었다. 이 좋은 봄날에 꽃샘추위를 못견뎌 헤매는 늙은이. 어느 젊은이가 내 사정을 알았다면 얼마나 비웃었을까? 알량한 자존심이 꿈틀댔지만 자존심이 추위를 달래주진 않았다.

 

bd81f130376428ece87e18cd1c4c37d3_1558994840_2266.jpg
 

쇼핑몰을 뛰쳐나와 2달라 가게로 들어가서 둘러봤다. 머풀러가 기다랗게 늘어져 있었다. 반가웠다. 컬러고 뭐고 안중에 없었다. 그 중에서 폭이 제일 넓은 것으로 골라서 값을 치뤘다. 5불이었다. 아마 50불이라도 샀을거다. 그 자리에서 긴 걸 반으로 접고 대각선으로 한번 더 접어 네 겹의 삼각형을 만들었다. 윗 옷을 벗고 등에 둘렀다.

 

(아! 이제 살았다) 가계주인이 은인같아 고맙다는 인사까지 날렸다.

 

그 날 친구와 만남의 주제는 그 머풀러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었다.

 

배 부르고 등 따뜻하니 좀 전의 고생을 금방 잊어버렸다. 고행은 빨리 잊을수록 좋다던가.

 

가늘게 긴 것부터 다양하게 집에 걸려있는 머풀러가 꽤나 많다. 그 옛날 친구가 직접 천 끊어다가 박아서 만들어 준 것들은 그의 손 정이 그리워 버리지 못한다. 누군가가 선물 해 준 것들. 하나 하나의 사연과 추억이 묻어있어 그대로 다 가지고 있다. 아마 내가 돈 주고 산 것은 가장 시원찮은 5불짜리 그 머풀러가 아닌가싶다. 색상이 화려하지도 않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 싸구려가 왜 지금까지 그렇게 내게 사랑받는 것이 되었는지? 다양하게 고를 것도 없었지만 급해서 아무렇게나 집어들은 것 아니었던가. 못난 자식 덕본다는 말이 꼭 맞다. 그 머풀러가 지금까지 너무 효도를 한다.

 

우선 옷에 착 붙어서 흘러내리지가 않는다. 질감이 가볍고 포근해서 조끼 입는 것 보다 따뜻했다.

첩첩이 개어서 백 한귀퉁이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이제 옷을 허술히 입고 나가도 걱정이 없다.

 

5불의 가치가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 이번 겨울에도 그것의 덕을 착실히 볼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물건이든 그 것의 가치를 따질 때 절대로 값을 먼저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참 좋은 교훈이었다.

 

은행나무 아래서 우산을 쓰고

댓글 0 | 조회 1,556 | 2019.05.28
시인 : 원 재훈그대를 기다린다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들저것 좀 봐, 꼭 시간이 떨어지는 것 같아기다린다 저 빗방울이 흐르고 흘러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고저 우주의 끝… 더보기

나폴레옹 - 2019년

댓글 0 | 조회 1,716 | 2019.05.28
저희 부부의 단골 카페는 ‘Browns Bay’ 바닷가에 있습니다. 직접 바다를 내려다 보며 조망할 수 있는 고급 카페는 아니지만 프랑스 전통 빵과 디저트를 즐기… 더보기

무늬만 경찰 2

댓글 0 | 조회 1,809 | 2019.05.28
모두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바로 그 때, 옆에서 나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한 아저씨가 멈칫 멈칫 하더니 이내 자석에 끌리듯 트럭 옆으로 다가… 더보기

부당해고시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

댓글 0 | 조회 3,445 | 2019.05.28
고용관계청 또는 고용법원이 근로자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보통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계속 근무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을 임금을 지급할 것을 명… 더보기
Now

현재 5불 효도

댓글 0 | 조회 2,090 | 2019.05.28
이제 익숙해질만큼 살았것만. 지금이 5월 이란게 실감나질 않는다. 햇 밤도 먹었고 붉은 감도 풍성하니 가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느낌은 10월이 딱 맞다.바야… 더보기

오지랖

댓글 0 | 조회 1,632 | 2019.05.28
나에게는 지병이 있다. 그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작동되는 오지랖병이다. 병이되 병으로 여기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더보기

[포토 스케치] Hoiho

댓글 0 | 조회 1,287 | 2019.05.27
▲ Hoiho (노란눈 펭귄의 마오리 이름)

5월 네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896 | 2019.05.27
5월 네째주 전후로 이스트코스트 해변 갯바위와 워크워스 일때 갯바위에는 못처럼 보름달과 남서풍이 살랑살랑 불면서 밤마다 불야성이 대단했던 첫 겨울시즌 이었습니다.… 더보기

비만치료, 더 이상 미루지 마세요

댓글 0 | 조회 2,258 | 2019.05.25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비만… 그러나 알지만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비만에 대해서 휴람 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최근 비만은 대… 더보기

정신질환(精神疾患)

댓글 0 | 조회 1,736 | 2019.05.25
매년 신록의 계절 4월이 지나가면 우리가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5월이 온다. 5월이 되면 녹음이 짙어지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식물의 열매를 맺기위한 … 더보기

[포토 스케치] 겨울은 어디쯤에....

댓글 0 | 조회 1,786 | 2019.05.21
▲Ambery의 가을빛​겨울은 어디쯤에...

자주 받는 질문

댓글 0 | 조회 2,080 | 2019.05.15
이번호에는 최근 자주 받는 질문과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해 요약,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Payday Filing매월초에 전월기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 더보기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아서

댓글 0 | 조회 2,049 | 2019.05.15
아무리 작은 물건을 사도 사용설명서가 들어있고 뭐든지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해도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지침서가 있다. 그리고 그 설명서를 따라 하… 더보기

꽃잎

댓글 0 | 조회 1,612 | 2019.05.15
꿈같은 건 없어도 좋았다삶은 충분히 즐거웠고일상은 충분히 평화로웠고일은 충분히 분주했고날씨는 충분히 눈부셨다.굳이 슬퍼질 이유는 없다.모든 충분하지 않은 것들은먼… 더보기

허리를 펼 때 불편하신가요?

댓글 0 | 조회 1,972 | 2019.05.15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의 양이 더 많아지고, 설령 노동을 해도 정해진 순서대로 작업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근육… 더보기

노트의 제왕 3

댓글 0 | 조회 1,568 | 2019.05.15
카드시스템‘카드’라는 말만 읽어도 ‘아! 무슨말 하는지 알겠다..’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꽤 되실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영어단어 외우겠다고 … 더보기

와이헤케 와인 투어

댓글 0 | 조회 2,518 | 2019.05.15
Waiheke island wine tours오클랜드 동쪽 앞바다에는 와이헤케 섬이 있다. 페리로 사십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 더보기

‘보여주기’ 와 ‘보기’

댓글 0 | 조회 1,540 | 2019.05.15
‘보여주기’는 자신을 소진하고 ‘보기’는 충전하는 행위대표적 ‘보기’ 습관인 독서ㆍ여행ㆍ산책은 영혼의 충전소​우리의 일상은 ‘보여주기’와 ‘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더보기

개구리왕자 8편

댓글 0 | 조회 1,237 | 2019.05.15
도대체 왜?나는 또 남성들의 비아그라처럼 여성을 위한 ‘해피 드럭(Happy drug)’ 인 ‘애디(addyi)’ 라는 약이 있다는 기사도 접하게 되었다. 기사의… 더보기

영주권/시민권자와의 파트너쉽 워크비자법 특강

댓글 0 | 조회 3,408 | 2019.05.15
이민1세대들의 자녀들인 1,5세대, 그리고 이어지는 2,3세대들과 비영주권자 사이의 결혼이나 사실혼을 통한 워크비자와 영주권 취득은 20년 넘게 이민컨설팅을 제공… 더보기

잊혀진 건 잊혀진 것이 아니다

댓글 0 | 조회 1,568 | 2019.05.15
글쓴이 : 최 재호잊혀진 건 잊혀진 것이 아니다.잠시 내속에 숨은 나에게 그렇다고 믿게 하고 싶을 뿐어느 뜻하지 않은 골목, 방심한 순간에 다시 내 마음에 밀려올… 더보기

내 나이가 어때서…

댓글 0 | 조회 1,908 | 2019.05.15
올해도 날짜가 어디로 몽땅 새어 나갔는지 벌써 5월이다. 아직 뉴질랜드의 가을을 맞이 할 준비조차 안된 나는 5월이라는 단어가 당황스럽기만하다. 버나드 쇼라는 작… 더보기

SOUL BAR & BISTRO

댓글 0 | 조회 1,818 | 2019.05.14
SOUL BAR & BISTRO 레스토랑은 오클랜드 시티 VIADUCT하버에 자리잡고 있는 서양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하버 앞에 자리 잡고 있어 오클랜드… 더보기

5월 2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895 | 2019.05.14
파키리, 망가와이 비치 밤낚시가 절정에 달하는것 같습니다. 어린 딸을 데리고 간 조사님이 어린 딸에게 킹카와이 한방으로 내기에서 패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킹카와이가… 더보기

행복으로 가는 네번째 단계

댓글 0 | 조회 1,477 | 2019.05.14
계속해서 앤서니 그란트 교수의 ‘행복한 호주 만들기’ 심리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설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번째 단계는 목표와 가치를 찾는 것이었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