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0 개 2,191 피터 황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국민주인‘희석식 소주’의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발효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다. 발효나 증류과정을 거치면서 원료의 향과 맛이 살아있지 않은 술은 자격이 없다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인 진로소주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우리나라는 과일이 당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곡물로 술을 만들었다. 곡물을 익혀 누룩과 물을 더하면 곡물의 전분이 당으로 변하고 이 당을 먹이로 하여 미생물이 증식을 하게 되는데 이를 알코올 발효라고 한다. 이 발효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술이다. 이때 그냥 거르기만 하면 막걸리가 되고 싸리 등으로 만든 긴 통을 박아 맑은 술을 떠내면 그것이 청주가 된다. 이 청주를 증류하면 소주가 되는 것이다. 이 소주는 요즘 흔한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다. 

 

증류식은 양조주에 물을 섞어 열을 가해 한번만 증류시켜 만든 술이다. 50도 내외다. 안동소주가 대표적이다. 고려부터 조선후기까지의 소주는 모두 전통 누룩으로 빚은 양조주를 한 차례 증류시킨 증류식 소주였다. 희석식은 양조주를 여러 차례 가열해 여기서 나온 고농도의 에틸알코올에 물과 첨가제를 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우리가 지금 마시는 소주다. 소주병에 표시된 희석식 소주(稀釋式燒酎)의 주(酎)자는 ‘세 번 빚은 술’ 이라는 뜻이다. 세 번 이상 증류한 뒤, 희석시킨 술이라는 것이다. 

 

1965년 30도짜리 희석식 소주가 첫 선을 보인 후 1973년 25도짜리가 나왔다. 그 후로 25년 동안 줄곧 대중적인 술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1999년 23도, 2001년 22도, 2004년 21도로 급강하하더니, 2006년엔 20도, 2014년에는 17도까지 떨어졌다. 알코올 도수 1도를 내리는 데는 소주업계의 표현대로 천문학적인 연구비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기호품은 극히 미세한 맛과 향의 차이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이유에 대해서 마케팅 전문가들은 ‘여성 소주인구 증가’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요즘엔 여성이 낀 술자리에서 술과 안주를 여성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소주 광고는 1999년 배우 이영애를 시작으로 모두 여자다.  

 

초기의 소주뚜껑은 코르크 마개였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소주를 개봉하기 전에 소주병의 밑둥을 툭 치는데 이것은 과거 90년대에 코르크 마개였기 때문이다. 유통 중에 코르크 마개 찌꺼기가 소주 병안에 떠있기도 했는데 이를 빼내기 위해서 병을 흔든 뒤에 살짝 쳐서 소주를 따라 버리던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어느정도 술자리가 지나면 거의 대부분은 ‘상대방이 귀찮아 할 거 같아서’ 자작을 한다. 나름대로의 배려인 셈이다. 최근에는 매우 진보적인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각자 한 병씩 따로’ 마시는 것이다. 안주를 가운데 놓고, 저마다 앞자리에 자기 소주를 따로 놓고 마신다. 이 경우에 본인이 얼만큼 마셨는지 바로 확인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술자리에서 서로의 잔을 채워주다 보면 가장 위험한 것이 치사량의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서로 주고받게 되면 자신이 얼만큼 마셨는지 전혀 알지 못하게 돼 실수로 이어지기가 쉽다.

 

정이 넘쳐서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우리는 소주잔을 꽉꽉 채운다. 가득찬 술잔은 모두가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는 동지적 약속이었고 암묵적인 동의 같은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꽉 눌러 채우지 않으면 예의 없거나 무성의하다고 여겼다. 흘릴 듯 말듯 찰랑찰랑 잔을 채우는 것은 거의 묘기에 가깝다. 넘치거나 한참 모자라면 갑자기 술자리의 분위기가 썰렁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진정한 술꾼만이 병을 잡고 따르는 각도와 시간을 본능적으로 반응해 그 높이를 정확하게 맞출 뿐이다.

 

소주 잔에 소주를 채우는 경계선은 상대방을 아름답게 취하게 하느냐, 술에 ‘꼴게’ 하느냐의 절대 라인이다. 소주 잔의 능선은 ‘나를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결국 술이 차고 남은 공간은 바로 ‘나(Myself)’다. 그래서 새벽에 일을 나갔다가 밤늦게 물에 젖은 솜처럼 돌아온 아버지의 소주 잔엔 눈물이 절반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2a42d340f015e8abe95345378cbf0698_1568174183_7656.jpg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눈물같이 순수한 그대, 세상살이같이 쓴맛의 그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사랑할 때도 사랑이 떠나갈 때도, 말없이 내 곁에 있어 주는 그대, 세월 따라 인심마저 변해도 모양과 빛깔과 향기 늘 한결같은, 만인의 영원한 벗 그대.” 정연복 시인의 ‘소주’라는 시다. 투명하다못해 시퍼런 빛깔의 소주를 마주하고 기도라도 드리고 싶어지는 처연한 시다. 

 

소주잔에는 50ml정도 술이 담기고 1병의 용량이 360ml인 점을 감안할 때 한병을 따르면 7잔 반이 나온다. 그러니 1병을 마시면서 소주잔과 7번의 입맞춤을 하게 되는 셈이다. 첫 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마신다. 하지만 넷째 잔부터는 조심하라. 로마의 속담에는 발광하기 시작하는 잔이라고 했으며 명심보감에는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경계선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마시는 사람의 선택이다. 

 

보험요율 체계의 혁신

댓글 0 | 조회 2,118 | 2019.09.25
보험료가 적지 않은 폭으로 인하되었거나 인하될 예정이다. 극단적인 예일수도 있겠지만 최근 만기가되어 가는 모광고 업체의 명예훼손에 관한 책임보험 재계약을 진행하면… 더보기

조물주 이야기 5

댓글 0 | 조회 1,771 | 2019.09.25
바로 ‘영혼’이란다.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영혼의 소리에 귀기울이면 자신이 조물주처럼 얼마나 장대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대.인간의 영혼에는 ‘마법… 더보기

허약아 1

댓글 0 | 조회 1,461 | 2019.09.25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잔병치레를 하며, 힘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으며, 매우 신경질적인 아이를 말한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튼튼하지만 물렁물렁한 … 더보기

[포토 스케치] 아침 산책길 3

댓글 0 | 조회 1,822 | 2019.09.24
▲ 아침 산책길 3

우리는 영원히 이방인일까?

댓글 0 | 조회 2,617 | 2019.09.24
머리말1세대는 백프로 이방인(other)으로 살다 생을 마감한다고 본다. 이는 본인이 뉴질랜드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얼마나 많은 키위 친구들이 자기를 아끼는가 여… 더보기

Amano Restaurant

댓글 0 | 조회 2,323 | 2019.09.24
Amano 레스토랑은 오클랜드 시티, 브리트마토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뉴질랜드의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로 현대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어 현지인들… 더보기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댓글 0 | 조회 1,409 | 2019.09.24
아내와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면, 비가 오는 날 우산을 각자 써도 되는데 왜 굳이 작은 우산을 함께 쓰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알코올과 비슷한 수준으로 … 더보기

9월에 그리는 비정상 자화상

댓글 0 | 조회 1,476 | 2019.09.24
한 달에 한번씩 꼬박 가는 길이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오늘은 좀 더 특별한 목적으로 가고 있으니 기분은 많이 달랐다.겁보가 할 수 있는 기우는 모두 다 생각이 났… 더보기

조장관의 딸, 나대표의 아들

댓글 0 | 조회 1,797 | 2019.09.24
한국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들도 현재 나라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두명의 젊은이들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더보기

전자증권 이야기

댓글 0 | 조회 1,408 | 2019.09.24
증권(securities)은 유가증권(有價證券)을 줄인 말로 대부분 주식(柱式)과 채권(債券)이다. 채권은 국·공채(國·公債)와 사채(社債)가 있다. 기업은 증권… 더보기

명쾌하게 정리한 新워크비자 이민법

댓글 0 | 조회 4,371 | 2019.09.24
누군가를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면 여러 단계의 심리적 상태를 지나게 됩니다. 약속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엔 화가 나서 실망하다가, 역지사지해 보면서 상대를 이해해… 더보기

9월 네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637 | 2019.09.24
지난 2주 동안 가장 많은 출조 비중은 여전히 무늬오징어 낚시 였던것 같습니다. 9월 14일 추석 대보름을 전후로 무늬어징어 활성도가 좋아질 것을 예상한 많은 낚… 더보기

비닐우산

댓글 0 | 조회 1,622 | 2019.09.24
■ 정 진권​언제 어디서 샀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도 헌 비닐우산이 몇 된다. 아시다시피 한 번 쓰고 나면 버려도 좋을 이 비닐우산은 한 군데도 탄탄한 데가 없다… 더보기

고도비만수술

댓글 0 | 조회 2,710 | 2019.09.21
고도비만수술로 비만도 해결하고, 당뇨도 치료한다!- ‘비만’, 만병의 근원이자 삶의 질에도 영향, 특히 당뇨 환자라면 치료 서둘러야- BMI지수 35이상, 비만 … 더보기

냉면(冷麵)

댓글 0 | 조회 2,170 | 2019.09.21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냉면이다. 얼음 조각을 띄운 육수(肉水)에 담긴 면 위에 계란 반쪽과 편육을 얹고 식초와 겨자를 넣어 후루룩 … 더보기

도대체 학생부종합전형이 뭐길래?

댓글 0 | 조회 2,279 | 2019.09.20
최근에 한국에서 장관후보자 검증 과정 중 불거진 딸의 입시특혜 의혹 시비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들어본 단어 중 하나가 부정입학 또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더보기

커뮤니티를 위한 자원 봉사대원들: Community Patrols of New Z…

댓글 0 | 조회 1,850 | 2019.09.19
여가 시간을 사용하며 우리의 안전을 위해 순찰 해 주는 자원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경찰과 가까이 일하며, 경찰의 눈과 귀가 되어 줍니다. 경찰을 포함해 다… 더보기

[포토 스케치] Mackenzie Field

댓글 0 | 조회 1,425 | 2019.09.18
▲ Mackenzie Field

오클랜드 식물원의 Biosecurity trail

댓글 0 | 조회 1,998 | 2019.09.11
오클랜드 공항 입국장에서 신고를 마쳤다. 통관에 있어 검역에 관련 신고할 사항이 없다는 녹색선언이다. 이제 출구를 거쳐 공항을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통로 … 더보기

임대손실 Ring-fencing - 1

댓글 0 | 조회 2,479 | 2019.09.11
지난주에 지난 6월말일경 국회를 통과한 임대주택 과세손실 Ring-fencing에 대한 IRD자료가 공개되었다. 이번호에는 해당 자료를 근거로 개요를 간단히 소개… 더보기
Now

현재 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댓글 0 | 조회 2,192 | 2019.09.11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국민주인‘희석식 소주’의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발효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 더보기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

댓글 0 | 조회 2,664 | 2019.09.11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어떤 보험이던지간에 이 보험을 들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7편

댓글 0 | 조회 1,669 | 2019.09.11
맏딸 콤플렉스와 자기 통합피의 다리에서는 폭력과 죄악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피의 다리를 건널 수 없다는 것은 죄악과 폭력이 고착되어 있거나 그런 것들로 인해 더… 더보기

Khao San레스토랑

댓글 0 | 조회 2,452 | 2019.09.11
카오산 (Khao San)레스토랑은 뉴마켓에 새롭게 오픈한 태국음식 전문점이다. 시원하면서도 가벼운 느낌과 현대적인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어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더보기

[포토 스케치] 테카포의 일출

댓글 0 | 조회 1,549 | 2019.09.11
▲ 테카포의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