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시는 할머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

0 개 2,171 강명화

봄인가 싶더니 다시 비가 몇일째 내리고 추운 날씨가 몇일째 이어 집니다.

 

이제 봄이 겨울을 밀어내고 와주었으면 하는 날들이네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독감과 감기로 콜록 거리더니, 어느새 그 감기가 옮았는지 머리가 지끈거려 몸살 감기약을 미리 챙겨 먹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남들 아픈 건 다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겨울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 겨울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들도 인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늘 그렇듯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아는 키위 할머님이 계십니다. 남편이 살아 계시지만, 병이 심하셔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신지 2년즈음 되셨고, 할머니는 태어나서 89의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셨다 하셨습니다.

 

흰머리에 착한 얼굴과 눈빛을 가진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 게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나에게도 혼자 사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시는 할머니는 버거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면 보실 때마다 그게 뭐냐고 물으시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할 때면 또 그건 어떻게 하느냐 물으시는 할머니에겐 요즘의 디지털세상은 아마도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곳일 겁니다.

 

그래서 혼자서 집 관리하시는 것만도 어려워하시고 두려워 하시는 할머니는 아직도 옐로우 페이지라고 불리는 전화번호 책을 뒤지고 전화번호를 찾으십니다.

 

그런 할머니는 저녁에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적적해 하신다고 하셔서, 저는 일 마치고 일주일에 하루씩 퇴근 후 같이 저녁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님 댁에서 적적함을 달래 드리는 중입니다.

 

일주일에 하루이지만, 말 동무가 되어주고 적막하리 만큼 조용한 집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는 고마워 하십니다.

 

이제는 기억력도 많이 안 좋아지셔서, 같은 얘기를 매번 하고 또 하시는 할머니지만,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듯 얘기하시는 할머니를 보면 나이들어 가는 것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할머니는 가족 같은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습니다. SPCA에서 버려진 고양이를 입양해 온지 10년은 넘은 고양이는 최근에 눈 밑에 이상이 있어 동물 병원을 갔더니, 의사로 부터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한동안 그 사실을 회피하셨고,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으신지 말씀을 피하시다가 고양이가 많이 아픈 듯 아무 것도 먹지 못하자 조금씩 받아 들이셨고, 가족같던 그 고양이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동물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암이 심화되어 고양이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하셨을 때, 할머니는 슬퍼하셨지만 담담하셨고, 그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을 보내주시고는 그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또 하십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고양이는 늘 옆에 있어 주는 친구였고, 말 걸어주는 가족이었고, 보살펴주어야 하는 자식 같은 아이였을 겁니다.

 

동물 병원에서 마지막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고, 몇 일 후 카드를 받으신 할머니는 저에게 카드를 보여주셨습니다. 동물 병원에서 손수 카드를 보내셨더군요. 당신이 잃은 가족 같은 고양이를 애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작은 관심에 유난히 고마워하셨고, 감동하셨습니다.

 

e0ddd5b1cf9c73ac98d6752ea8b21a2a_1570495485_6305.jpg
 

어떤 사람에게는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는 동물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애완 동물은 가족만큼 소중하고, 보내기 싫은 존재일 겁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조용한 집에서 옆을 지키던 고양이를 잃으시고, 더 혼자가 되셨습니다. 가끔은 저 작은 동물들이 멀리있는 자식들보다 마음으로 의지가 되기도 하시지 않을까 생각 해 봅니다. 살면서 함께 있던 누군가를 보내는 일은 쉽지는 않은 법이니까요. 

 

겨울이 지나 가듯, 할머니 기억 속에 친구같은 고양이를 잃은 슬픔도 천천히 지나가서, 봄 같은 따뜻한 시간이 할머니에게도 빨리 오기를 바래 봅니다.

 

공부의 왕도 6편 - 시험의 기술

댓글 0 | 조회 1,394 | 2019.10.09
이제 2019년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이제 본격적인 연말시험기간에 들어섰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연말시험의 중압감을 … 더보기

낙타는 십리밖에서도

댓글 0 | 조회 1,444 | 2019.10.09
시인 허 만하길이 끝나는 데서산이 시작한다고 그 등산가는 말했다길이 끝나는 데서사막이 시작한다고 랭보는 말했다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구겨진 지도처럼로슈 지방의 푸른… 더보기

Huai Yang Restaurant

댓글 0 | 조회 2,362 | 2019.10.09
Huai Yang레스토랑은 도미니언 로드에 새로게 오픈, 화양 중국의 내륙지방인 화양이라는 도시의 전통음식을 뉴질랜드로 가져왔다. 최근 중국 음식들이 오클랜드 내… 더보기

질의서, 어디까지 받아 봤니?

댓글 0 | 조회 2,885 | 2019.10.08
20년 넘게, 어쩌면 전 생애의 유일한 직업으로써 이민컨설팅을 택해온 저는, 동종 업계의 오래된 분들과 종종 식사나 미팅을 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더보기

내 돈의 주인노릇을 하자

댓글 0 | 조회 2,818 | 2019.10.08
[블루칩 주식에 소액 분산투자하여 기회를 잡아야]원래 ‘내 돈’ 이란 없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 나그네 인생길인데 창조주가 이 세상 사는 동안 나… 더보기

달빛 소풍

댓글 0 | 조회 1,919 | 2019.10.08
■ 안 경덕나만의 달이 있다. 밤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숲속에서 뜬다. 이 달은 날씨가 흐려도 눈비가 와도 천연덕스럽게 뜬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을 하루같이 노숙… 더보기

허약아 2

댓글 0 | 조회 1,466 | 2019.10.08
★ 비위가 약하고 장이 허약한 허약아아이들에게 밥 한 끼를 먹일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집이 있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군것질할 것도 많고 간식이나 각종 … 더보기
Now

현재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댓글 0 | 조회 2,172 | 2019.10.08
봄인가 싶더니 다시 비가 몇일째 내리고 추운 날씨가 몇일째 이어 집니다.이제 봄이 겨울을 밀어내고 와주었으면 하는 날들이네요.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독감과 감기로 … 더보기

전기공사 배당금 수령

댓글 0 | 조회 3,046 | 2019.10.08
Tenant에게 권리가 있는가?​안녕하세요. 주택관리하는 코끼리 아줌마 제인입니다.한국으로 치면 전기공사에 해당하는 Vetor가 일년에 한번전기어카운드 홀더들에게… 더보기

봄에 바람이 부는 이유

댓글 0 | 조회 3,539 | 2019.10.08
고혈압으로 평생 약을 드시던 어머니가 쓰러지신 이후로 하루도 병상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고 보낸 적은 없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마냥 마누카의 하얀 꽃이 바람에… 더보기

10월 둘째주 주간조황

댓글 0 | 조회 1,827 | 2019.10.08
모든 낚시꾼들이 기지개를 펴는 10월입니다. 날씨도 좋아지고 수온도 올라가서 고기들이 놀기에도 좋습니다.텃밭에만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도 봄날이 왔습니다.… 더보기

NIC와 DNS

댓글 0 | 조회 1,675 | 2019.10.08
도메인(domain)은 영토, 영역, 세력 범위 등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연구 분야나 그 권리를 지칭할 때도 도메인이란 말을 쓴다. 최근에는 인터넷 웹 페이지의… 더보기

콜레스테롤(Cholesterol)의 날

댓글 0 | 조회 2,487 | 2019.10.05
당신의 콜레스테롤(cholesterol) 수치(數値)를 아십니까? 대개 자신의 혈압(血壓)과 혈당(血糖) 수치는 알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더보기

[포토 스케치] Purakaunui Falls

댓글 0 | 조회 1,925 | 2019.10.03
▲ Purakaunui Falls

' 2020 THE 대학랭킹'

댓글 0 | 조회 3,700 | 2019.09.26
영국의 Times Higher Education (THE) 에서 발표한 2020 THE세계대학순위에서 세계대학 순위를 보면 세계1위는 올해도 영국 Oxford대학… 더보기

집에 있을 때 안전 팁

댓글 0 | 조회 3,364 | 2019.09.26
저번 시간에는 주택 침입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집에 있을 때 안전하게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집 밖에 수상한 사람이 … 더보기

공부의 왕도 6편

댓글 0 | 조회 1,463 | 2019.09.25
자료선별 (무엇을 어떻게 참고할 것인가?)몇 년전의 일이라 기억됩니다. 이른 오후 학원에 앉아 이것저것 관리적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계획에 없던 손님이 한분 찾… 더보기

임시 근로계약 (casual employment agreement)

댓글 0 | 조회 2,858 | 2019.09.25
어렵지 않게 주위에서 임시 근로자를 볼 수 있지만 사실 임시근로자 (casual) 라는 개념은 고용관계법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임시 근로자라는 개념은 판례법을… 더보기

환희의 순간

댓글 0 | 조회 1,903 | 2019.09.25
가끔은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밤과 낮이 있다는 것이, 하늘의 모습이나 땅의 모습이 단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계절… 더보기

뉴질랜드는 과연 잘사는 나라인가?

댓글 0 | 조회 4,646 | 2019.09.25
강남좌파“부패한 재벌들보다 더 나쁜 것은 것은 사회주의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9/15 게재한 셜리 렌 칼럼니스트의 글 제목이다. 그녀는 이른바 강남좌파가 집권해 … 더보기

저금통과 화수분

댓글 0 | 조회 1,707 | 2019.09.25
햇살이 좋아, 바람이 좋아, 룰루랄라~~ 하고 일하던 월요일.갑자기 두둥! 하고 천둥이 치더니 벼락같은 소낙비가 퍼붓는다. 자연스레 내 눈동자들은 시계의 긴팔과 … 더보기

푸른 별 노둣돌

댓글 0 | 조회 1,880 | 2019.09.25
시인 이 운룡이빨 다 빠진 잇몸으로바다가 하늘 한 입 우물거리다 넘기지 못해뱉어낸 물거품을 수평선 멀리밀어붙이고 있다.섬들은 마음 아프다는 속말을꾹꾹 눌러 삼키면… 더보기

독학의 즐거움

댓글 0 | 조회 1,539 | 2019.09.25
“참 좋은 세상이다”돌아가신 할머니처럼 난 요즘 매일 좋은 세상을 찬양하면서 산다. 할머니는 ‘조영순’ 이라는 글자만 읽고 쓸 줄 아셨지만 생활 속에서 독학을 하… 더보기

임대손실 Ring-fencing - 2

댓글 0 | 조회 2,056 | 2019.09.25
지난호에 예를들어 소개했듯이, property-by-property 기준으로 Ring-fence를 했고 소득세신고시 양도차익을 포함했을시에 상계되지 못한 잔여 손…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8편

댓글 0 | 조회 1,252 | 2019.09.25
맏딸 그런데 나는?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맏아들은 장남 노릇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집안을 잇는다는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