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칼럼 | 지난칼럼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주일예배 후 집에 와
오늘의 설교 원고를
가로로 한 번 세로로 또 한 번
찢어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외우고 또 외우느라
버스 안에서도
주일 아침에는 화장실에서도
정성을 들였습니다
신문지라면
소고기 두어 근 끊어 둘둘 말고
널찍한 종이라면
삼겹살 구울 때 바닥에 깔기라도 할 텐데
내 남은 생애
다시는 이 설교 할 일 없을 듯하여
미련 없이 재활용 통에 넣고 돌아섭니다
교우들의 가슴에는
와 닿지 않았을지라도
내 가슴에는 울림을 준
나는 그렇게 못 살아도
그대들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호기 있게 외친 설교였기에
되돌아선 걸음 자국에
부끄러운 흔적과
용서 구하는 마음이 찍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