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팔자’에 대해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무재팔자’에 대해서

0 개 1,919 명사칼럼

무재팔자도 돈 만지는 직업 가능 단, 거의 쓰지 않는 ‘짠돌이’ 성격

기업 자금담당이나 금융업 해도 이득 없는 분야엔 한푼 안 써

팔자 걸맞은 소박한 생활하며 자족감 높은 삶 즐기는 경우도

 

 

아는 사람이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왔었다. 학교에서 아주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이었다. “법대와 의대 중에서 어느 쪽으로 보내면 좋겠습니까?” 하고 필자에게 상의를 했다. 그 아들의 팔자를 보니까 ‘무재팔자’ 였다. 재물이 없는 팔자 말이다. “법대를 보내시오” 라고 조언을 했다.

 

“왜 의대가 아니고 법대인 것입니까?”

 

“재물이 없는 팔자는 어차피 돈이 붙기가 힘듭니다. 돈도 안 붙는데 의대 가서 뭘 합니까. 고생만 하는 거죠. 그 대신 법대를 가서 판사가 된다면 청렴하니까 주변에서 존경이라도 받습니다. 법관이 돈이 없으면 존경받는 것입니다.”

 

무재팔자를 좋게 말하면 청렴한 팔자고 나쁘게 말하면 돈 없어서 피곤한 팔자다. 그러니 무재팔자는 명예를 높이는 쪽으로 가면 좋다. 

 

그러나 세상은 요지경이다. 무재팔자가 돈을 만지는 직업에 가 있을 수도 있다. 10여년 전쯤 외국계 투자회사에 다니는 간부가 있었다. 이 사람은 유능해서 당시 연봉이 300만달러 정도였다. 연봉이 30억원쯤 되는 것이다. 거기에 당해연도 실적이 좋으면 보너스로 100만~200만달러를 더 받기도 했다. 보너스까지 합하면 연봉 500만달러짜리 인생이었다. 

 

필자는 이 투자 전문가에게 나름대로 기대가 좀 있었다. ‘돈 좀 쓰겠지’ 하는 속물적인 기대였다. 이 사람에게 명리학과 풍수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고, 인생의 이런저런 이치와 사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했다. 인문학 강좌라고나 할까. 

 

그런데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었다. 봉투도 없고, 선물을 하더라도 과일이나 와인 2병 또는 양말 쪼가리 정도였다. 영양가 있는 선물은 할 줄 몰랐다. 선물은 기왕이면 영양가 있는 걸로 해야 기억에 남는다.

 

‘이 사람 짠돌이구나!’ 하는 통찰이 번갯불처럼 스쳤다. 아울러 ‘이거 상놈 집안 출신 아닌가. 뼈대 있는 양반 집안이라면 이런 식의 매너를 보일리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제야 그 사람의 사주팔자가 무재팔자라는 점이 들어왔다. ‘아! 무재팔자라는 게 장부상의 돈은 있어도 실제 생활에서는 돈을 한푼도 쓰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는 사례를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돈은 장부상의 돈과 자기 주머니 안의 돈으로 나뉜다. 장부상의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주변 인간관계에서 돈을 후하게 쓰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무재팔자가 되면 거의 짠돌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주머니 속의 돈이 한푼도 없는 것이다. 이 짠돌이 무재팔자가 자기 집을 일본 요코하마시의 전망 좋은 바닷가에 샀다고 필자더러 놀러오라고 했다. 당연히 비행기표도 제공하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가겠다” 하고 거절해버렸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스팸번호로 등록해버렸다.

 

필자도 1만권의 책을 읽고 세계 수십개국을 여행하고 지리산•가야산•오대산•설악산•계룡산•모악산을 누비면서 수많은 기인과 도사를 만나본 사람이다. 

 

이 밑천에서 필자의 매설업(賣說業)이 나온 것이다. ‘당대의 매설가를 공짜로 부르겠다는 뻔뻔함’ 에는 절교가 상책이다. 여러 말할 것 없다. 바로 끊어버려야 한다. 이건 구제불능이니까.

 

이상하게도 대기업의 자금을 담당하는 간부이거나, 아니면 금융업분야에서 수천억 내지는 조 단위를 다루는 사람들에게서 짠돌이가 많다. 

 

자기 이득과 관련 없는 분야는 한푼도 쓰지 않는다. 돈을 쓰는 경우에는 뭔가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다. 이 계산이 철저하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을 때에도 돈을 쓰는 게 양반이다.

 

필자가 아는 성공회 신부님이 한분 있는데, 이 양반도 무재팔자다. 무재팔자에 걸맞은 아주 소박한 생활을 한다. 정년퇴직하고 시골 동네의 술병처럼 생긴 병바위 밑에다가 흙과 돌무더기를 얼기설기 엮어서 토굴을 만들었다. 3~4평(9.9~13.2㎡)이나 될까. 토굴 안에는 책 몇권, 그리고 나무로 만든 탁자, 여기에다가 커피포트도 마련해놓았다. 

 

필자가 가면 그라인더에 원두커피를 갈아서 한잔 내놓는다. 흙으로 엮은 토굴 안에서 병바위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면 묘하게 자족감이 밀려온다. 보이차도 좋지만 서양 커피의 향이 흙집과 이렇게 어울리는 것도 처음 알았다. 돈 벌려고도 하지 않고, 선교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토굴 하나 있는 것도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여긴다. 

 

없이 살아도 자족감을 가진다는 게 도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승화된 무재팔자의 풍류다.

 

===================

■ 조 용헌 교수 

 

1bb857ae7f1eafd95f9f7d9bf20fd2a8_1575928001_5393.jpg
 

 

식민지의 국어시간

댓글 0 | 조회 1,382 | 2019.12.11
시인:문 병란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20리를 걸어서 다니던 소학교나는 국어 시간에우리말 아닌 일본말,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신사 참배를 가던 날신작로 위엔… 더보기

미세-플라스틱 Microplastics

댓글 0 | 조회 1,785 | 2019.12.11
여름철 햇볕을 맞으면서 집 담장 청소를 시작한다. 담벽에 붙어 있는 묵은 때를 강한 수압으로 벗겨내자 오래된 페인트 조각도 함께 떨어져 나온다. 페인트의 작은 알… 더보기

동기와 노력

댓글 0 | 조회 1,337 | 2019.12.11
2014 년 11월 24일. 세계 제일의 경매업체인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희귀한 물건이 하나 등록되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경매를 위해 출품된 것이죠. 하지만 그… 더보기

놓치기 쉬운 뉴질랜드 여름철 건강 상식!

댓글 0 | 조회 1,536 | 2019.12.11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춥고 축축한 긴 겨울 동안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아름다운 뉴질랜드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계절입니다. 크리스마스와 연초 휴… 더보기

궁지에 몰린 NZ 중앙은행 그리고 금리변동 가능성

댓글 0 | 조회 2,688 | 2019.12.10
궁지에 몰리는 중앙은행올해 내내 회자되어 왔던 NZ 중앙은행의 시중은행 자기자본금 정책을 지난주 목요일 확정 발표했다. 원래 예정했던 자본 확보시기를 5년에서 7… 더보기

10가지 전략 기술

댓글 0 | 조회 1,841 | 2019.12.10
80년대 후반에 ‘end-user computing의 효과성 제고 방안’ 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했다. end-user란 자기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 더보기

오랜 지기 친구들

댓글 0 | 조회 1,590 | 2019.12.10
어느덧 파미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고향이 되어버렸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거리마다 꽃들이 피어 있는 고요하며 푸근한 도시이다.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사귄 친구… 더보기

헌책방을 읽다

댓글 0 | 조회 1,656 | 2019.12.10
■ 김 이랑텅 빈 가게, 빛바랜 간판만이 여기가 한때 버림받은 책들의 처소였음을 알린다.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지도에서 사라질 모양이다. 발품… 더보기

박경리선생의 삶과 문학(작가론) 2

댓글 0 | 조회 1,324 | 2019.12.10
‘소설은 혼자 하는 작업, 외로운 시간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어요.’ 라고 말하던 선생은 <토지> 1부의 서문에서, ‘대매출의 상품처럼 이름 석 자를… 더보기

누구 맘대로 직장을 옮길까?

댓글 0 | 조회 3,181 | 2019.12.10
취업비자 또는 워크비자는 말 그대로, 취업(대가를 받는 합법적인 노동행위)을 하라는 한 나라의 허가서입니다. 특정 고용주가 정해져 있기도 하고 그 어떤 고용주를 … 더보기

맛과 향의 연금술, 발효의 비밀

댓글 0 | 조회 2,224 | 2019.12.10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볶거나 갈 때 그 향은 정말 강렬하다.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향은 막 만들었을 때만 유효하고 시간이 지나면 … 더보기
Now

현재 ‘무재팔자’에 대해서

댓글 0 | 조회 1,920 | 2019.12.10
무재팔자도 돈 만지는 직업 가능 단, 거의 쓰지 않는 ‘짠돌이’ 성격기업 자금담당이나 금융업 해도 이득 없는 분야엔 한푼 안 써팔자 걸맞은 소박한 생활하며 자족감… 더보기

갑상선암

댓글 0 | 조회 2,615 | 2019.12.07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꼭 수술해야 할까?누구나 암을 진단받게 되면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끼는 가운데 최신 건강 정보에 목마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주부터 휴람… 더보기

연근과 우엉

댓글 0 | 조회 2,351 | 2019.12.07
요즘 우리집 식탁에는 가을 제철요리로 연근(蓮根)조림과 우엉(牛蒡)조림이 자주 올라와 맛 있게 먹고 있다. 가을은 ‘땅속의 보물’ 이라 불리는 뿌리채소가 제철이다… 더보기

여행자들을 위한 팁: 차 사고 났을 때 대처 법

댓글 0 | 조회 2,429 | 2019.12.05
지난 시간에 차 사고 나는 주요 원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1. Restraints (안전벨트)2. Impairment (마약 및 음주 운전)3. Distr… 더보기

어떻게 하면 1억불 부자가 될 수 있나?

댓글 0 | 조회 2,893 | 2019.11.27
이 칼럼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한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완고한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일본과 맺은 지소미아(GSOMIA) 조약이 내일(11/23) 종료될 것이 확실시… 더보기

다양한 상속제도

댓글 0 | 조회 2,294 | 2019.11.27
인류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상속제도는 부계상속이다. 장남의 특권적 지위를 인정하는 장자상속을 비롯해, 막내아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말자상속, 여러 아들들이 고루 나… 더보기

싸가지없는 젊은이들 vs 경우없는 어른들

댓글 0 | 조회 2,661 | 2019.11.27
제목부터 속어를 사용해서 송구하다. 다소 자극적인 용어 선택이지만 세대간의 갈등을 부각하기 위해 이러한 제목을 붙인 것은 아님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다만, … 더보기

박경리선생의 삶과 문학(작가론) 1

댓글 0 | 조회 1,699 | 2019.11.27
박경리 선생(본명: 금이今伊)은 1926년 10월 28일, 경남 충무시 명정리 서피랑 꼭데기 허름한 집에서 태어납니다.선생 스스로 ‘불합리한 출생’ 이라고 말한 …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3편

댓글 0 | 조회 1,710 | 2019.11.27
손 없는 처녀(독일)옛날 한 물방앗간 주인이 점점 가난해져 마침내 물레방아와 그 뒤에 있는 사과나무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어느 날 방앗간 주인은 숲으로 나무를 … 더보기

회사차량 GST환급 및 FBT

댓글 0 | 조회 3,591 | 2019.11.27
사업주에게 오해의 소지가 많은 세법규정 중의 하나는 차량에 대한 내용들이다. 규정대로 알고 있는 사업주도 많지만, 지인으로부터의 정보에 선택적으로 의지하여 잘못 … 더보기

Dark Web, Dark Fate

댓글 0 | 조회 1,525 | 2019.11.27
어둠(dark)은 암흑, 지하, 비밀, 죽음 등과 연상된다. 시리즈로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에 다크 페이트(dark fate)란 부제가 붙었다. 주인공의 힘들고 어… 더보기

길에서

댓글 0 | 조회 1,320 | 2019.11.27
시인 황 동규무너진 사당 앞나뭇가지에서 도토리를 먹는 다람쥐와그 옆 나무 둥치 구멍에 숨어 있는나무 결 빼어 닮은 올빼미를 만난다.올빼미는 눈을 감고 있지만곤두세… 더보기

WORK VISA 최신 승인 사례 모음

댓글 0 | 조회 2,723 | 2019.11.27
이민은 real time입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20년이나 지금 2019년의 시점에서 1999년에 이민 온 분의 사례를 심각하게 고려할 일은 거의 없다… 더보기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

댓글 0 | 조회 1,646 | 2019.11.27
뉴질랜드 생활 20년 동안 좌충우돌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 정부의 지원과 세월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큰 후원자 역할을 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