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나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고개 숙인 나리

0 개 1,560 김지향

매주 토요일이면 남편은 한 결 같이 꽃들을 사온다. 꽃 할아버지 농장에서 재배 되는 꽃들이라 늘 알뿌리 꽃들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의 접붙이는 솜씨 덕분에 여러 가지 색과 더불어 조금씩 다른 느낌의 꽃 들을 보게 된다. 

 

몇 년 전에 할아버지의 초대로 농장에 갔었는데, 놀라움을 금할 길 없었다. 그곳에서 재배를 한 꽃들이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해외로 수출이 된다고 했다. 

 

알뿌리를 네덜란드에서 수입해 와서 냉장창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심는데, 창고 하나가 작은 집 한 채 크기이며, 그런 창고가 여러 개가 되었다. 꽃을 키우는 그린하우스도 많은데다 꽃밭도 들판을 이뤘다. 꽃밭의 꽃들은 기계를 사용해서 심고, 그 중 1/10 정도만 골라서 사용한단다. 나머지 꽃들은 다 갈아엎고 그 땅에 새 꽃들을 심는다고 설명하셨다.

 

한 그린하우스에 갔었을 때, 그곳에서의 풍경은 참 인상적이었다. 한 눈에도 정신지체장애인들처럼 보이는데, 그들의 움직임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행복한 미소를 가득 안은 채 한 송이 한 송이 꺾어서 손에 쥐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필름을 돌리는 듯했다.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환히 웃었지만, 곧바로 꽃과 사랑을 나누는 숭고하고도 경이로운 작업에 몰두했다. 이렇듯 그들에게 일자리를 준 할아버지와 뉴질랜드 정부가 얼마나 위대해 보였던지, 그때의 감동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선명하게 기억으로 남아있다.

 

남편이 사온 이번의 꽃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노란 나리들이 한 결 같이 고개를 숙인 데다 연약해보이기까지 했다. 빨간색 글라디올러스, 보라색 글라디올러스, 고개 숙인 나리까지 합쳐서 모두 석 단의 꽃들을 사왔는데, $10을 받더란다. 나리 값을 $2로 친 것 같았다, 하지만 귀엽고 매력적인 나리였다.

 

땅을 보고 있는 나리를 어떻게 하면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늘씬함을 자랑하는 보라색 글라디올러스의 키를 낮추고 고개 숙인 나리의 줄기를 자르지 않고 세워서 꽂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하니 조화롭기 그지없었다.

 

노란색과 보라색은 보색의 관계로 서로 함께 하면 무척 화려한 조합을 이룬다. 얼굴이 큰 나리가 노란 우산을 연상하게 해주어 따스한 이미지를 주며, 키를 낮춘 보라색 글라디올러스와 눈을 마주치니 정다운 모습이 저절로 우러난다.

 

마침 아리따운 여자 손님이 현관에 들어섰고, 이 꽃들을 보자마자 예쁘다고 환호를 했다. 과대 표현이었을지 모르나 그녀의 눈에 예쁘게 보였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정다운 꽃들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을지라도 따스한 에너지가 그녀의 가슴에 와 닿았을 것이다. 

 

보통 늘씬한 글라디올러스와 얼굴이 큰 나리와 함께 꽃꽂이를 할 땐, 나리는 키를 낮추고 글라디올러스는 키를 살려서 서로 조화를 맞춘다. 그래야 안정감이 있는 꽃꽂이가 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파는 글라디올러스와 나리는 얼굴이 모두 다 하늘을 향하거나 앞이나 옆을 바라보고 있기에 자신의 고운 자태를 충분히 뽐내면서도 서로 조화롭고 화려하게 함께 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멋진 꽃바구니의 주인공들이 되며, 파티 때 테이블 장식용으로도 훌륭한 자태를 뽐낼 수가 있다.

 

857b4af401b1e0388db981035e908a50_1580165959_8293.jpg
 

그러나 늘씬한 글라디올러스 곁에 고개를 푹 숙인 나리가 작은 키로 서 있거나 글라디올러스와 같은 키로 서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예 한 종류의 꽃을 꽃병에 푹 눌러 꽃은 만도 못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만약 내가 가서 꽃을 골랐다면 선뜻 고개 숙인 나리를 사지는 못했을 거다. 아니 사지 않고 글라디올러스 석 단을 사왔을 거다. 하지만 남편이 나를 위해 사온 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마음만으로도 고마워서 어떻게든 남편이 기분 좋도록 해주어야 했다.

 

남편의 선택은 탁월했다. 덕분에 나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 아닌가? 남편이 이상한 꽃들을 사올 때마다 내 꽃꽂이 실력은 향상이 되어 갔으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꽃꽂이 수업을 할 때, 꽃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여 초보자들에게는 내가 직접 꽃을 사서 꽃들과의 조화부터 가르쳤었다. 그러다가 수준이 좀 높아지면 스스로 꽃을 사오게 하고, 실수도 하면서 제대로 된 꽃 고르는 법을 터득하여 꽃꽂이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왔었다.

 

고수는 그 어떤 꽃으로도 꽃꽂이를 잘할 수밖에. 내가 수술한 이후로 남편이 나를 위해 꽃을 사오고, 그 꽃들로 꽃꽂이를 하는 것은 고수가 되어가는 수련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그 어떤 수련이든 끝이 없는 법. 꽃꽂이라고 다르겠는가? 

 

꽃꽂이를 통해 자연의 법칙에 숙연한 마음이 늘어가고 있기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감사가 절로 나온다.

 

할아버지의 비닐하우스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오늘따라 더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그들에게선 고개를 숙인 마음이 전혀 안 보인다. 당당하고 즐겁고 행복한 마음만이 보인다. 

 

그린하우스에 그들의 일터를 제공해 준 할아버지야말로 그들에게 노란 우산 같은 존재였다. 어쩌면 그 반대로 그들이 노란 나리의 존재로 할아버지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께서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그들을 고용하지 않았다면 그들과의 눈 맞춤도 없었을 것이며, 그들만의 특별함을 즐기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행복이 할아버지의 행복이었으며 그곳을 방문했었던 우리 모녀들에게까지 그 행복이 고스란히 전염되고야 말았다.

 

고개 숙인 나리 덕분에 할아버지 행복의 한 조각이 떠올랐으며, 한 뼘 정도 더 커진 내 행복 또한 재어보게 되었다. 감사하다. 

음식은 이제 패션이다

댓글 0 | 조회 2,203 | 2020.02.11
솔직하게 말해서 예쁜 건 마다하기 힘들다.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한 것이 삶의 지향점이 되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저염식과 채식주의, 오가닉 푸드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보기

풍로초 2

댓글 0 | 조회 1,402 | 2020.02.11
■ 정 성화동생이 전화를 했다. 엄마가 요즘 말하는 것도 귀찮아하고, 매일 챙겨 보던 TV 드라마도 재미없다고 하며 그저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고 했다. 폐질환으… 더보기

기침 때문에 오해를?

댓글 0 | 조회 1,609 | 2020.02.11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요즘은 누가 기침을 하면 대부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가장 흔한 증세의 하나인 기침은 외부… 더보기

내향성 발톱

댓글 0 | 조회 2,291 | 2020.02.08
발톱, 손톱처럼 깎으면 ‘내향성 발톱’ 된다… 자가치료 절대 금물!– 내향성 발톱, 꽉 조이는 신발, 짧고 둥글게 깎는 습관 등으로 인해 발병– 심해지면 일상생활… 더보기

Jervois Steak

댓글 0 | 조회 1,932 | 2020.02.04
Jervois Steak House Restaurant은 오클랜드 시티 폰손피에 자리 잡고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 이다. 뉴질랜드의 신선한 육류부터 시프드 까지 요… 더보기

2020 워크비자, 줄 때 받아야 할 지도

댓글 0 | 조회 7,152 | 2020.01.29
타이밍.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오래 된 명품 중에 “접속”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요즘 같으면 카톡 하나면 다 해결되는 세상인데 1990년대의… 더보기

냉면과 만두

댓글 0 | 조회 2,396 | 2020.01.29
뉴질랜드에 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향수를 추억으로만 달래야 할 때입니다. 추억속에서 음식을 상상하고, 음식의 맛을 떠올리고, 음… 더보기

2020년 행복을 위한 10가지 행동지침들

댓글 0 | 조회 2,093 | 2020.01.29
올해만큼 연말 연초를 심란하게 보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호주의 재앙적 산불로 인한 인명과 동물의 피해. 뉴질랜드 화이트아일랜드 화산폭발로 인한 인명피해, 교착… 더보기

수요일 애인

댓글 0 | 조회 1,626 | 2020.01.29
■ 김 혜정오늘도 전화벨이 울린다.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는가 싶더니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눈살을 찌푸리는 나를 피해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 더보기

10조달러 돈방석에 올라앉아 쫄쫄 굶는 김정은

댓글 0 | 조회 3,430 | 2020.01.29
달콤한 열매 얻으려면 리스크 감수해야▲ 사진: The Economic Collapse Blog“왜 트럼프는 김정은을 손보지 않고 생일을 축하한다며 아첨을 부리나요… 더보기

해(年)에게서 소년에게

댓글 0 | 조회 1,346 | 2020.01.29
코리안포스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경자년의 첫번째 칼럼을 쓰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더군요. 그동안 … 더보기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댓글 0 | 조회 1,571 | 2020.01.29
시인: 도종환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사랑도 없다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더보기

과격한 사랑

댓글 0 | 조회 1,904 | 2020.01.29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처럼 곱고 아름다운 여인은 본적이 없다.요즘 배우나 탈랜트중엔 비길만한 미인이 많기도 하다. 그렇지만 성형으로 만들어낸 인물들도 있어… 더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댓글 0 | 조회 2,784 | 2020.01.29
달콤한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1월 28일) 아침에 배달된 신문 1면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과 ‘우한 폐렴’ 방역이 뚫렸다는 머리기사가 실… 더보기

윈도우 유감

댓글 0 | 조회 1,978 | 2020.01.28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1월 14일을 끝으로 ‘윈도우 7’에 대한 기술 지원을 중단하였다. 윈도우 7을 사용하는 PC는 앞으로 보안 업데이트(패치)를 받을 수 … 더보기

고막 안에 물이 차요

댓글 0 | 조회 3,568 | 2020.01.28
환자 자신이나 주위 사람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병이 진행되는 삼출성 중이염은 발열이나 통증 등 염증 증세가 거의 없이 고막 안에 물만 차 있는 경우를 말하… 더보기

심각한 수준의 최소 기본 권리 침해에 따른 처벌

댓글 0 | 조회 2,241 | 2020.01.28
작년 칼럼에서 피고용인의 최소 기본 권리에 대해 다루었을 시에는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최소 기본 권리, 즉 최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 휴식시간을 가질 권리,… 더보기

보다 자립적인 삶을 위한 준비

댓글 0 | 조회 1,708 | 2020.01.28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사람들과 그리고 커뮤니티와 멀어지는 것은 질적인 삶을 위해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급격… 더보기

내 마음의 라디오에서 울려 퍼진 우주의 웃음소리 1

댓글 0 | 조회 1,443 | 2020.01.28
본지 편집부는 국내에는 채널러가 없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행히 한 채널러와 조우할 수 있었다.그는 자신의 채널린이 호흡수련을 통해 얻어진 결과라고 했다. 91… 더보기
Now

현재 고개 숙인 나리

댓글 0 | 조회 1,561 | 2020.01.28
매주 토요일이면 남편은 한 결 같이 꽃들을 사온다. 꽃 할아버지 농장에서 재배 되는 꽃들이라 늘 알뿌리 꽃들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의 접붙이는 솜씨 덕분에… 더보기

인간 베타엔도르핀 & 노르아드레날린

댓글 0 | 조회 1,925 | 2020.01.28
한해를 마감하는 새해전날에는 우리는 지난 일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이제 몇시간뒤면 오는 새해에는 이래야지 하고 다짐을 하며 마치 기도하듯 스스로와의 약속들을 한다… 더보기

‘사건’으로서의 사랑

댓글 0 | 조회 1,625 | 2020.01.28
인천의 한 마트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34세 아버지와 12세 아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다. 그들이 훔친 것은 우유 2팩과 사과 6개, 그리고 몇 개의 … 더보기

세기조절 방사선치료

댓글 0 | 조회 2,647 | 2020.01.25
세기조절방사선치료로 암세포 집중 타격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는 휴람 의료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오도훈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최신 암 치료의 트렌드에 대… 더보기

송어ㆍ산천어ㆍ빙어 축제

댓글 0 | 조회 1,997 | 2020.01.25
겨울철이 되면 강원도에서는 평창 ‘송어’ 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 인제 ‘빙어’ 축제 등 물고기 이름을 딴 축제(祝祭)가 열리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 더보기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범죄 줄이기

댓글 0 | 조회 2,163 | 2020.01.20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범죄 줄이기 (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CPTED는 무엇인가요?Cri…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