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과 복원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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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과 복원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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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인 힘(스트레스)이 가해져서 성질이 변하거나 약해지는 것을 ‘피로(Fatigue) 현상’이라고 한다. 단순히 시간이 흐르거나 환경 때문에 성질이 변하는 것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노화(Aging)다. 가만히 놀고먹어도 시간이 흐르면 노화되고 언젠가는 생명체의 활동이 정지된다. 열, 빛, 습기 등의 외부 요인으로 성능이 나빠지는 것을 열화(Deterioration) 또는 노후화라고 한다. 성능은 유지되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능률 높은 제품이 값싸게 나오면 기존의 것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를 진부화(Obsolescence)라고 한다. 중고로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 통화는 잘 되지만 버튼식 전화기를 쓰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이 녹스는 것처럼 화학 반응으로 금속 등이 삭는 것을 부식(Corrosion)이라고 한다. 일정한 힘을 아주 오랫동안 받아 형태가 변하는 것을 크리프(Creep)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막거나 늦추려고 애쓴다.


시간이 경과하는데 조금도 변하지 않는 물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질서 있는 상태에서 보다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려는 성질을 엔트로피(Entropy)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무질서한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엔트로피다. 에너지는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가 자연히 흩어진다. 그러면 사용 가능한 상태에서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우주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엔트로피 때문이다. 이를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꿈에서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자산이 못 쓰게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잘 알고 있는 정비, 수리, 수선, 유지보수, 리폼(reform, up-cycling) 등이다. 기계와 장비에 대해서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예방(豫防) 보전(保全)에 익숙해 있다. MRO는 기업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을 뜻하며, 가끔은 정밀정비(Overhaul)라는 의미로도 쓴다. MRO는 공장을 돌리고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모성 자재와 서비스를 조달해 자산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만약 기기나 설비가 고장 났다면 수리하고 복원해야 한다. 폐기하는 자산을 분해해 일부를 개조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이 리폼(Reform)이며 업사이클링이다.


이러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회계에서는 수선비라고 하는데, 원상복구와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기의 비용(수익적 지출)으로 처리하고,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기능을 현저히 향상시키는 데 든 비용은 그 기계나 장비의 원가를 올려 자산(자본적 지출)으로 잡아 몇 년간 감가상각을 한다.


물건을 오래 쓰다 보면 손때가 묻고 정이 든다. 또 장인이 만든 것은 가치가 있고 명품이다. 그런데 부주의로 파손되면 버리기 아깝다. 일본에서는 쓰다가 깨진 도자기가 박살 나지 않은 이상, 생옻(Raw Urushi)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무기우루시(밀가루 옻)’로 조각을 이어 붙이고, 마르면 금가루를 입혀 복원해 사용한다. 이런 전통 수리 기법을 킨츠기(Kintsugi, 金継ぎ)라고 한다. 킨츠기는 수백 년 된 기술이다. 금가루로 장식하니 오히려 깨져 복원한 도자기가 더 아름답게 태어난다. 옻칠은 천년을 간다고 했다. 이러한 복원 과정은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옻칠이 마르고 굳는 시간을 느긋하게 기다리기 때문이란다. 여유롭지 않은가? 복원한 흔적이 분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명품 가방을 사서 쓰던 사람이 낡아지자 수선점에 ‘새활용’(리폼)을 부탁했다. 재봉틀이 없거나 손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수선점을 이용한다. 그런데 명품회사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그 수선점을 소송했던 모양이다. 골목의 작은 수선점 주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1심, 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고, 명품이라도 개인이 사용하다 ‘새활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상식적이지 않은가? 거금을 들여 산 것이 명품이다. 그런 명품을 쓰다가 낡으면 고쳐 쓰지도 못하라는 말인가.


유행이 지난 양복을 뜯어 고쳐 놓고는 거의 입지 않고 있다. 명품이 아니어서 소송당할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시계나 반지는커녕 전화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나는 명품이라고는 없다. 명품이 무슨 소용 있나?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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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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