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do not like New Zealand, go back to Korea(뉴질랜드가 싫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그 속담의 본뜻을 알기는 하는지 한인 이민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주홍글씨’를 입히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악용해 언론자유를 남용하는 간 큰(?) 뉴질랜드 정치인이 나왔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뉴질랜드에서 30년을 살아 온 국민당의 멜리사 리 전국구 국회의원(지역구 Mt. Albert)이 “우리들은 뉴질랜드에서 성장/발전할 필요가 있다(we need to grow up in New Zealand)”라는 발언에 딴지를 걸며, 무례하게 “Go back to Korea”라고 소리친 NZ First당 부당수 Ron Mark가 그 사람.
그는 부활절 일요일(Easter Sunday)의 영업허가 여부를 지방 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자는 ‘점포 영업시간 개정법안(Shop Trading Hours Amendment Bill)’토론에서 찬성 연설을 한 멜리사 리 의원을 지칭하며 “뉴질랜드가 싫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라(If you do not like New Zealand go back to Korea.)”고 소리쳤다.
여야의 선량들이 제출된 법안을 놓고 찬반을 토론하는 신성한 국회에서 의도적으로 한국 이민자출신 국회의원에게 면박을 주기 위해 그가 내뱉은 이 말로 양식 있는 다른 의원들과 많은 이민자들로부터 혐오스런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 받았다.
Ron Mark, a Maori/Irish descent & a far-right conservatist retired as a Major
론 마크, 마오리/아일랜드인의 혼혈후손 & 육군소령 예편한 극우 보수주의자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품격높고 언행이 신사인 대부분의 국회의원과 달리 극소수 의원이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다 시키는”망언을 서슴지 않아 자신의 인격은 물론 소속정당의 표를 깎아먹는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있는데, 마오리와 아일랜드인의 혼혈후손이며 슬하에 다섯 자녀를 두고, 11명의 손자녀까지 둔 노인 론 마크도 그 대열에 합류한 듯하다.
Masterton에서 태어난 그는 Napier와 Wairarapa지역에서 성장했고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그 동안 기술 장교로 근무하며 시나이 사막의 다국적 평화유지군 지원업무를 수행하며 직업군인의 길을 걸어왔다.
1990년 육군 소령(Major)으로 예편한 후, 크라이스트처치에 정착해 6년간 레저와 엔트테인먼트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뉴질랜드 정치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
마침내 1996년, NZ First당의 초선 전국구 국회의원(list MP)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고, 군대에서 익힌 조직장악력이 Winston Peters 당수의 눈에 띠어 일약 원내총무(whip)로 발탁됐으며, 그 이후 12년간 4선을 하면서 NZ First당 예비내각에서 국방부/교정부/정신보건부/경찰부/퇴역군인부/체육청소년부 장관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10년, Carterton 시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에 재선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동안 Radio Live와 Newstalk ZB등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했고, TV1과 TV3의 정치 평론가로도 고정 출연해 왔다.
지난 20년간 반 아시안이민의 주창자로 악명을 떨쳐왔고 아직도 여전히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Winston Peters 당수가 이끄는 극우 보수정당 NZ First당에서 그는 5선의 부 당수이자 전국구 의원으로 Wairarapa지역구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60:61로 부결된 이민자 차등 ‘노령연금 개정법안’ 대표 발의자도 바로 이 사람이다. 50대에 이민 온 외국출신 이민자들에게는 현재 지급액의 20-25%만 지급하겠으니 출생국가에서 연금을 받아 보충하라는 ‘심술’정책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는 이제 한인 뿐만 아니라 전체 이민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된 셈이다.
Are Immigrants prisoners? They also have eyes to see and a mouth to talk freely. 이민자들이 죄인인가? 그들도 자유롭게 보는 두 눈이 있고, 자유롭게 말할 입이 있다.
‘면책특권’이란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민사상·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특권을 말한다. 이는,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자기 소신을 발언하고 또 양심에 따라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특권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면책특권의 제도적 의의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하여 행정부나 사법부의 불법·부당한 법 집행이나 탄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보호하여 국회의 자주적 입법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면책특권이, 이 땅에 뿌리박고 살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대다수의 이민자를 공격하고 정치적 참여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된다면 이는 분명 뉴질랜드가 보장하는 언론자유에 역행하는 것이다.
인구의 1/4인 이민자들을 2류시민으로 강등시켜, 사회의 변화를 위한 토론에서 이민자더러 ‘너희 나라 싫다고 내 나라 뉴질랜드로 살러 왔으니 다시 돌아가기 싫으면 불만스러운 게 있어도 눈 감고 입 닫고 조용히 살아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민자들은 죄인이 아니라, 엄연한 뉴질랜드 국민으로서 이 땅에서 자유롭게 보고, 듣고, 말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Ron Mark should officially apologise for his rude remarks against MP Melissa Lee and Korean Community in NZ, that tried to block the active political participation of immigrants. Or, he should resign.
론 마크는 이민자들의 정치참여를 봉쇄하려는 자신의 무례한 말에 대해 멜리사 리 의원과 한인사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사임해야 한다.
요즘, 현지 신문인 뉴질랜드 헤랄드지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거리의 중국인 소유의 한자나 한인들의 한글 간판을 보고“넘쳐나는 아시안 이민자들로 인해 뉴질랜드가 정체성을 잃어간다”며 적대시하는 현지인들의 댓글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무역대국인 중국과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그 실익이 뉴질랜드에게 상대적으로 컸다. 따라서, FTA의 조속한 체결을 간청한 측도 뉴질랜드였다.
개인간에는 물론 국가간에도 기본적으로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관계라야 오래간다. 상호 호혜의 정신이 지속적인 관계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안 국가들과의 무역, 특히 수출로 경제적 실익을 챙기고 있는 뉴질랜드는 아시안 국가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지도상에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반 뉴질랜드 국민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론마크가 적어도 뉴질랜드 국민의 복지와 국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라면, NZ 헤랄드신문이 사설에서 권고한대로, 론 마크는 멜리사 리 의원 개인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마땅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병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