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요약 : 학부모님들께서 흔히 학생들에게 하시는 학습지침 중 하나인 ‘달달 외우기라도 해라’하는 요구는 사실상 과학 과목에서만큼은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유럽식 평가체계는 단순 암기사항의 확인 이나 단순 적용이 아닌 상황에 대한 서술능력 및 이해력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2부 : 이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부모로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아이가 배우는 모든 과정을 다 공부해서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계시리라 본다. 사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부모님께서 경미한 (혹은 중증의) ‘영어장애’를 가지고 계시고 거기다가 생업이 바쁜 가운데 그런 상황은 바랄 수 없다.
그럼 우리 아이들의 과학 학습은 어떻게 도와야 할까?
첫째. 차이를 인정하자.
아무리 이곳에서 나고 자랐어도 아이들은 이미 한국어로 엄마, 아빠를 배웠고 한국어의 어순에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다. 언어의 영향은 상당히 커서 개인이 사고하는 순서와 방식에 까지 미치게 되므로 우리 아이들의 사고 순서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권의 “결과 먼저 이유 나중”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학교의 교육과정은 당연히 유럽인의 사고에 맞추어져 있으니 우리의 아이들은 뭔가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알 듯 모를 듯 한 어색함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 과학교육에 있어 실험과 이론수업의 배치에 한국적 사고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론 수업 중간 중간에 다음 챕터에 해당하는 실험을 병행하거나 한 챕터를 시작하기 전에 아예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실험만 몇 번을 되풀이 한 후 이론수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실험을 먼저하고 스스로의 가설을 세운 후 나중에 배우는 이론적인 부분과 맞춰보라는 것인데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한국아이들은 실험에서 이론을 도출하는 방식에 매우 취약하다. 명민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아이들의 사고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를 간과하고 결과만을 보고서 스스로 과학은 맞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 상식을 키우자.
뉴질랜드 현지의 아이들은 어릴 때 부터 아주 과격하게 논다. 던지고 부수고 처박히고.. 우리가 보기엔 방임과도 같은 부모의 관리 속에 아이들은 하고싶은 대로 놀며 자라고 좀 커서는 아빠가 취미 삼아 만지는 자동차, 목공기계, 운동장비.. 등등을 접하며 자연스레 과학적 상식을 쌓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환경적으로 실험에 강한 아이들로 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다 그런 것 아니지만 대다수가 어려서부터 놀이방, 공부방에서 자란다. 이는 환경과 문화와 관습의 차이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아이들 교육을 위해 키위처럼 살아라 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하면 다양한 방면에서 상식을 쌓게 하는 일이다. 책을 통해, 비디오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검증된 자료를 반복해서 접하게 한다면 이런 상식이 분명히 컬리지 과학학습에서 빛을 보게 된다.
셋째. 논리적 서술 훈련을 하자.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과학은 “왜?”를 찾아내는 학문이며 현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면 과학은 이미 죽은 것이 된다. 그리고 이런 자세는 학습에도 이어져 있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전 과정, 학년에 걸쳐 시험관들은 이 학생이 과연 왜? 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제출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뉴질랜드의 3대 학습과정 (NCEA, Cambridge, IB) 에서는 어떤 형식의 답변을 요구할까? 주로 서술형의 답변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은 논리적 사고와 더불어 논리적 서술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많은 경우에 논리적 서술 능력이 간과되고는 한다. 필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끔 이런 주문을 할 때가 있다. 방금 배우고 숙지한 내용을 필자에게 가르쳐 보라고… 만약에 가르칠 수 없다면 그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술형 답변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분명히 가르칠 수도 있어야 한다. 아마 이 방법이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바로메터가 될수 있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짧게 줄여야 하지만 위의 세가지 포인트에 맞춰 가정에서의 조기 과학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뉴질랜드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조금은 더 밝힐 수 있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