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잘하는 남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설거지 잘하는 남자.....

1 6,529 NZ코리아포스트
요즘, 강 사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늦둥이가 잘 자라 집 안팎을 얼마나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것이다. 내가 이름을 잘 지어줘서 그런지 너무 똘똘하고 착하기까지 하다. 지난 주말에 강 사장 집에 갔더니 늦둥이가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잡으러 다니고 있었다. 아빠가 파리를 잡는 것을 보고 금방 배운 모양이다. 내가 강 사장 무르팍을 가리키며 “여기 파리 있다.”라고 말하자 잽싸게 달려와 아빠 무르팍을 파리채로 힘차게 두들겨 팬다.

아들한테 두들겨 맞아도 강 사장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딸만 넷인데 늦둥이 아들이 하나 생겼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가진 건 돈하고 시간 밖에 없겠다 신선노름이 따로 없지, 그 정도면 아이들과 바쁘게 살고 있는 부인을 위해서 설거지라도 잘 해주면 좋으련만 손가락 하나 까닥 안하고 아들과 노닥거리기만 한다. 부인이 집에 없으면 라면도 끓일 줄 몰라 그냥 굶는다고 한다. 그렇게 굶어도 기운은 있는지 그 나이에 아들을 낳았으니 할 말이 없다.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연락을 받은 강 사장은 찌지직하고 전기에 감전 된 것처럼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 가 손오공이 되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덕에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영어 통역하며 산모 간호해주느라고 이틀 밤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삼시세끼를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하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밥이야 밥통에 가득 해 놓고, 국은 가마솥이 넘치도록 끓여 놓았으니 매 끼니마다 그 밥에 그 국을 퍼먹었다. 먹는 것은 그렇다 치고 설거지 하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 병원에서 돌아온 아내가 주방을 보고 깜짝 놀란다.

"어머~ 왜 이렇게 주방이 깨끗해? 당신이 설거지 다 했어?"

개수대에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 커피 잔 하나, 수저, 젓가락 한개 그렇게 한 끼 먹은 그릇만 들어있으니 다섯 끼 먹은 그릇은 내가 다 설거지를 한 셈이었다.

반찬이야 김치 냉장고에서 통째로 꺼내다 먹고 넣어 두니 설거지 할 그릇이 안 생겼다. 먹은 밥그릇에 또 밥 퍼서 먹고, 먹은 국그릇에 또 국 퍼서 먹고, 마신 커피 잔에 또 커피 타서 마시고, 수저와 젓가락도 이틀째 계속 먹고 그러니 뭐 설거지 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불편한 것은 밥그릇에 붙어 있는 딱딱해진 밥풀이 수저에 묻어 입 속으로 같이 들어갈 때 어금니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만했다.

요즘은 어머니가 계시니 설거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또 하나의 색다른 문제가 발생된다. 어머니는 빈 그릇만 보면 설거지를 안 하고는 못 배기시는데 문제는 설거지한 그릇이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그릇에 고추 가루가 한두 개 묻어 있거나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아내는 또 이것을 보고 못 견딘다는 것이다. 아내는 어머니가 설거지를 못 하도록 막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데 난들 그것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그런데 진짜 설거지 잘하는 남자는 따로 있었다.

주말에 오클랜드에서 딸이 왔고 주방에서는 오래간만에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게 음식을 다 먹었을 때 손자가 주방으로 덤벙 덤벙 걸어가더니 고무장갑을 낀다. 식구들이 모두 놀라 바라보는데 손자는 그 많은 그릇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너 뭐해? 어디 아파?”

“쟤가 왜 저래? 평소 안 하던 짓을 하고~”

집안 식구들이 웃느라고 정신이 없어도 손자는 끄떡 안하고 설거지를 몽땅 해 치운다. 오늘 설거지는 엄마 몫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를 위하여 설거지 할 생각을 한 모양이다. 할미는 항상 부려 먹으면서 엄마를 위해서는 설거지까지 할 생각을 하고... 이런 고얀 놈~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처음처럼
왕하지님. 된장냄새나는 구수한 이야기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으로 가야 할라나?

댓글 10 | 조회 10,738 | 2010.07.28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보다 덜 똑똑하다고 걱정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키워야 되나 고민해오던 강사장에게 이번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더보기

피아노 도둑

댓글 6 | 조회 7,371 | 2011.06.28
딸이 피아노를 치자 앞뜰 푸리리나무에 비둘기들이 몇 마리 날아들었다. 빨간 열매 때문에 싸움질을 하던 비둘기들이 피아노 소리 때문인지 평화스럽게 앉아 있었다. 우… 더보기

말조심..

댓글 7 | 조회 7,156 | 2010.11.09
저녁 무렵,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모퉁이에서 마주 오는 차가 쌍 라이트를 반짝거리자 운전을 하던 아내가 얼른 차 속도를 줄이면서 소곤거렸다.“여보, 우리 동네 … 더보기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댓글 6 | 조회 7,082 | 2010.08.10
요즘은 손목까지 아파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기도 힘들 때가 있다. 어깨와 팔도 아프지만 허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가끔 안마를 받았지만 이곳에서는 아는 곳도 … 더보기

잔치는 끝났다

댓글 11 | 조회 7,068 | 2010.12.07
내 어린 시절, 시골 동네잔치가 벌어지면 어머니는 일찌감치 일하시러 가시면서 말씀하신다. “끼니 때 되면 꼭 잔치 집에 와서 국수 먹고 가거라.~”아이들은 잔치 … 더보기

예쁜 것도 죄가 되나?

댓글 3 | 조회 6,809 | 2010.07.14
아내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나는 얼른 귀마개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림에 집중에 되지 않았다. 다음에 이사를 갈 때… 더보기

30번째의 생일과 공짜 음료수

댓글 1 | 조회 6,800 | 2011.04.27
손자 샘이 할머니랑 프란시스네 집을 다녀와서는 침을 튀기면서 말한다. “하지~ 프란시스형이 하지 팬 이래~”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프란시스가 내 칼럼을 항상 읽는… 더보기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댓글 0 | 조회 6,681 | 2010.08.24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3시였다. 아내가 한국 친구한테 온 전화일 것이니 받지 말라했지만 악착같이 벨이 울려 전화기를 들었더니 술이 얼큰한 후배였다… 더보기

낚시줄이 움직이는 소리....

댓글 9 | 조회 6,649 | 2010.10.12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방학이 되자 손자가 고기잡이 동요를 부르며 낚시를 가자고 보채여 가까운 바다로 낚시를 갔는데, 도착하… 더보기

현재 설거지 잘하는 남자.....

댓글 1 | 조회 6,530 | 2010.04.13
요즘, 강 사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늦둥이가 잘 자라 집 안팎을 얼마나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더보기

부부

댓글 11 | 조회 6,518 | 2010.10.27
이른 새벽 풀밭에서 뭔지 모를 한 마리가 껑충껑충 뛰어가고 있었다. 마치 캥거루처럼, 토끼라고 보기에는 뛰는 동작이 너무 느리고 쥐라고 보기에는 너무 크고 포섬은… 더보기

벼락치기

댓글 5 | 조회 6,387 | 2011.03.08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낯선 마오리 한사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으로 가족이 사고를 당해서 급히 가야하는데 비행기 삯… 더보기

나쁜 사람

댓글 15 | 조회 6,327 | 2011.06.14
우리 집 앞뜰 푸리리 나무에 앵두 같은 빨간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뉴질랜드 비둘기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와 열매를 따먹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비둘기는 일반 비둘기… 더보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댓글 6 | 조회 6,295 | 2010.10.04
은행에서 온 우편물을 뜯어 읽어보는 아내의 얼굴색깔이 점점 변해가더니 급기야 비명을 질러댄다.“어머머~ 이게 다 뭐야? 롯데리아, 이마트... 이거 다 한국에서 … 더보기

껍데기와 알맹이..

댓글 8 | 조회 6,030 | 2010.11.24
우리 성당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가을에 밤송이가 떨어져 까보면 밤은 없고 쭉정이만 들어있다. 껍데기가 통통한 어느 밤송이를 까보아도 마찬가지이다. … 더보기

마지막 선물.....

댓글 2 | 조회 5,731 | 2010.12.21
이번 주면 손자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1년 동안 공부를 가르친 선생님과 작별을 하게 한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선물을 드리기에 좋은 시점인 셈이다. 손자의 마지… 더보기

동치미....

댓글 5 | 조회 5,714 | 2011.05.24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 뚜껑을 열고 살얼음 속에서 동치미를 퍼다 먹던 기억은 시골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슴속까지 찌르르하고 시원한 그 느낌… 더보기

도사님이 말씀하시길...

댓글 8 | 조회 5,680 | 2011.07.26
주방에서 아내가 음식 찌꺼기를 닭 주고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냄새나는 음식 통을 들고 터덜터덜 닭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우드드드~~ 옆집 말 목장 테리가 목장차를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600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들을 쫓고 계셨다. 참새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얕보고 가까이 접근하여 닭의 모이를 축내고 있으니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신… 더보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댓글 3 | 조회 5,566 | 2011.03.23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더보기

4대가 사노라니....

댓글 1 | 조회 5,513 | 2011.01.14
주말이면 항상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놀러와 “얘들아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 아버지 별 일 없으셨지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72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흐르는 강물처럼~

댓글 4 | 조회 5,300 | 2011.04.12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 물갈이 좀 해야 돼.” 나는 사업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구멍가게만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더보기

말 궁둥이만 쫓아다녀라~

댓글 0 | 조회 5,258 | 2010.09.20
지붕의 빗물을 받아먹고 사는 우리 집은 1년에 몇 차례씩 지붕 물받이의 나뭇잎 청소를 해야만 한다. 물받이 홀이 너무 작아 내손은 들어가지도 않으니 주로 아내가 … 더보기

딸내미의 눈물.......

댓글 2 | 조회 5,143 | 2009.01.28
일주일동안 일을 마치고 첫 주급을 받아 온 딸내미가 주급 봉투를 열어 보더니 훌쩍 훌쩍 울고 있더군요. "주급 받았니? 근데 너 왜 우냐?" 내가 물었습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