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0 개 1,405 수필기행

'참’이라는 말은 사실이나 어긋남이 없고, 그 바탕이 진실하다는 뜻을 가진 참 괜찮은 말이다. 참기름, 참개구리, 참조기, 참깨처럼 어떤 낱말의 앞에 붙어서는 그 무리의 기준이 되거나 으뜸가는 품종을 증명한다는 품질보증서와 같은 기능의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름 앞에 ‘참’ 자가 붙어 있으면 뭔가 진실하고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다.

 

ad207132a30feaa97ce28ce74caef23a_1551234608_0044.jpg
 

나무 중에서도 참나무도 분명 그런 속뜻이 있어서 ‘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원래 참나무는 한 품종의 나무를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즉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도토리 육형제를 모두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이 나무들이 이름에 ‘참’을 달고 나무 무리의 으뜸이 된 것은 아마도 그 쓰임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나무는 다른 재료의 도움 없이도 집 한 채를 거뜬히 지을 수 있다. 기둥으로 설 수 있고, 대들보로 얹히고, 서까래로도 깔린다. 거기에다 굴참나무의 두꺼운 껍질은 예전부터 굴피집의 지붕재로 쓰여 왔다. 이렇게 집을 짓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을 데우는 땔감으로 참나무만 한 게 없다. 

 

참숯은 어떤가. 높은 열량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최고의 연료가 되었다. 표고버섯을 키우는 골목(骨木)으로 참나무를 따라올 나무가 없다. 무수히 달려 있는 도토리로는 묵을 쑤어 먹거나 녹말을 만든다. 어렵던 시절 영양실조로 누렇게 뜬 얼굴을 구제한다는 구황식물로 도토리의 역할은 컸었다. 이렇게 그 쓰임이 인간을 위해 다양 다기하였으니 이름 앞에 ‘참’이라는 글자를 달 만하지 않겠는가.

 

ad207132a30feaa97ce28ce74caef23a_1551234642_4621.jpg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새 중에서도 참새가 ‘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를 모르겠다. 참새는 참 볼품이 없는 새다. 작고 가벼워서 경박하기 그지없고, 짹짹거리는 소리는 견딜 수 없는 소란을 불러오는 비호감의 새다. 가을이 되면 떼를 지어 몰려와 곡식을 훑어가니 농부들에게는 천적같이 미운 존재다. 그런데 어떻게 새 중에서도 기준이 되고 으뜸가는 참새가 되었을까. 

 

풍설에 따르면 옛날 어느 임금께서 참새의 폐해가 심해서 아예 몰살시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한다. 시책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몇 년 만에 참새는 멸종위기로 내몰렸다. 그런데 문제는 참새 떼가 사라지고 나니 그보다 무서운 병충해가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참새는 여름철에는 벌레를 잡아먹고, 가을에는 곡식으로 그 노고를 보상 받는 새다. 그 순리를 모르고 작은 것을 아끼려고 전체가 쓰러지는 길을 택하였으니 저마다 본연의 역할이 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작은 참새가 할 일을 어찌 매와 독수리가 대신 할 수 있겠는가. 알곡을 털어가는 괘씸함은 있지만 더 크게 농사를 거드는 새가 참새였으니 이 역시 ‘참’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았겠는가. 

 

오늘 새삼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저런 동물이나 식물에 ‘참’이라는 이름이 제법 붙어 있다. 어느새 우리들이 즐겨 먹는 소주에도 슬그머니 ‘참’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이름표에는 ‘참’이라는 글자를 붙여 놓은 곳을 찾지 못하겠다. 참대통령이니 참국회의원이니 참시장이니 하는 이름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없어서 못 부르는 것인지, 있 어도 안 부르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의 시절을 태평성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난국에 우리의 좌표가 되고, 으뜸이 되는 ‘참사람 누구’, ‘참인간 누구’ 라는 이름을 한번 들어보고 또 불러보고 싶다. 

 

ad207132a30feaa97ce28ce74caef23a_1551234685_7018.jpg
■ 홍 억선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수필학 전공). 대구수필가협회 회장(역), 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수필문학관장, 진량중학교 교장. 

수필집『꽃그늘에 숨어 얼굴을 붉히다』. 현석수필문학상 수상 

코비드 유감

댓글 0 | 조회 3,738 | 2020.04.16
■이 한옥​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먹장구름이 내려앉고 회오리바람이 소나기를 몰고 간다. 공포의 구름, 죽음의 비다. 오가지 말라는 봉쇄령이 내려진 지 달포가 지… 더보기

엄마

댓글 0 | 조회 2,328 | 2020.05.29
마당으로 뛰어내려와 안고 들어갈 텐데 웬일인지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또 숨었구나!` 방문을 열어봐도 엄마가 없었다. `옳지 그럼 다락에 있지` 발판을 … 더보기

노모의 화장化粧

댓글 0 | 조회 2,272 | 2020.04.24
‘외출할 때 남자는 지갑을 챙기고, 여자는 화장을 한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결혼 생활 수십 년에 이 말이 남녀 특징의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한다. 두둑한 지갑… 더보기

풍로초

댓글 0 | 조회 1,842 | 2019.06.11
꽃집 앞에는 유치원 앙처럼 이름표를 단 꽃모종이 열 지어 있었다. 그 중 ‘풍로초’라는 이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오종종한 잎이 무성해져 줄기도 보이지 않는 야생… 더보기

팬티

댓글 0 | 조회 1,647 | 2019.04.10
아슬아슬하다. 오늘은 분홍색에 흰 동그라미가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이다. 어저께는 짙은 파란줄무늬였었다. 나도 모르게 픽 웃으며 눈길을 거둔다. 나는 외간남자의… 더보기

이쁘지도 않은 것이

댓글 0 | 조회 1,635 | 2020.07.28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 연둣빛으로 번져 온다. 여기 저기서 논 갈고 밭가는 경운기 소리가 활기차게 들린다. 일철이 온 것이다. 아침부터 뽑는 풀이 겨우 한 이랑… 더보기

일층 아저씨와 이층 아줌마

댓글 0 | 조회 1,587 | 2019.08.27
적막이 찾아든 어둠 속에서 호루라기를 분다. 그 소리에 일층에서 ‘휘리리’ 답이 온다. 일층에는 남편이 살고 이층에는 내가 산다. 만약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지… 더보기

달빛 소풍

댓글 0 | 조회 1,587 | 2019.10.08
■ 안 경덕나만의 달이 있다. 밤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숲속에서 뜬다. 이 달은 날씨가 흐려도 눈비가 와도 천연덕스럽게 뜬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을 하루같이 노숙… 더보기

서영이

댓글 0 | 조회 1,540 | 2020.06.23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내게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다. 서영이는 나의 딸이요, … 더보기

돼지불알

댓글 0 | 조회 1,520 | 2021.08.11
■ 목 성균상달 저녁 때, 사랑에 군불을 지피고 앉아서 쇠죽솥의 여물 익는 냄새를 맞으면 잔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마른 장작이 거침없이 불타는 평화로… 더보기

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댓글 0 | 조회 1,493 | 2019.10.23
■ 배 혜숙토마토를 출고한다는 문자를 받고 농장의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겨울을 난 짭짤이 토마토는 그 맛이 일품이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약간의 짠맛이 입맛을 확 … 더보기

내가 대통령이라면

댓글 0 | 조회 1,490 | 2019.07.23
글쓴이:정 임표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을 믿고 아이들을 전부 서울로 보내 공부시킨 나는 요즘 망연자실한다. 2018년 8월, 서울의 … 더보기

오십대를 저글링하다

댓글 0 | 조회 1,479 | 2020.11.25
‘KBS 전국노래자랑’은 남편과 내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의 노래가 시작되면 화면 아래에는 그 사람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직업이 간략히 소개된다. … 더보기

자꾸만 욕이 마려운 세상

댓글 0 | 조회 1,444 | 2019.01.31
라디오 PD를 하다가 TV PD로 옮겨 앉았을 때 나는 거의 숙맥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고 선배가 지시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 더보기

오이소박이 (5)

댓글 0 | 조회 1,415 | 2020.10.28
약속한 목요일.부축하듯 입구를 들어서는 두 남자. 손님들이 성글게 차 있는 초저녁부터 문이 여닫힐 때마다 시선을 모으던 한씨아줌마가 달려 나가 맞이한다. 마침 지… 더보기
Now

현재

댓글 0 | 조회 1,406 | 2019.02.27
'참’이라는 말은 사실이나 어긋남이 없고, 그 바탕이 진실하다는 뜻을 가진 참 괜찮은 말이다. 참기름, 참개구리, 참조기, 참깨처럼 어떤 낱말의 앞에 붙어서는 그… 더보기

남편의 그녀

댓글 0 | 조회 1,397 | 2019.09.10
그가 슬며시 지나간다. 그녀를 만나러 나가는 것이리라.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알은 척할 수 없다. 알은 척 했을 때 맞닥뜨리게 될 그의 반응이 두려워서다. 오히려… 더보기

댓글 0 | 조회 1,386 | 2020.07.15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기도 하다.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로 … 더보기

돼지고기 반근

댓글 0 | 조회 1,381 | 2021.01.28
대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진 날 밤이었다. 어두운 얼굴로 나가신 아버지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많은 발자국 소리가 우리 집 대문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소금이 … 더보기

헌책방을 읽다

댓글 0 | 조회 1,381 | 2019.12.10
■ 김 이랑텅 빈 가게, 빛바랜 간판만이 여기가 한때 버림받은 책들의 처소였음을 알린다.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지도에서 사라질 모양이다. 발품… 더보기

수요일 애인

댓글 0 | 조회 1,352 | 2020.01.29
■ 김 혜정오늘도 전화벨이 울린다.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는가 싶더니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눈살을 찌푸리는 나를 피해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 더보기

오지랖

댓글 0 | 조회 1,345 | 2019.05.28
나에게는 지병이 있다. 그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작동되는 오지랖병이다. 병이되 병으로 여기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더보기

오이소박이 (2)

댓글 0 | 조회 1,339 | 2020.08.25
이민 10년차인 한씨아줌마는 남편이 한인교회에서 허드렛일을 봐주며 살아간다고 했다. 이민선배라고 해서 별반 사정이 나아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고향… 더보기

Gloomy Monday

댓글 0 | 조회 1,337 | 2019.06.25
월요일은 대체로 우울하다. 종일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에 잠시 취미 삼아 배우는 서예교실에 가서 글씨 몇 자를 쓰고 오면, 이후의 시간을 채울 수가 없… 더보기

비닐우산

댓글 0 | 조회 1,316 | 2019.09.24
■ 정 진권​언제 어디서 샀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도 헌 비닐우산이 몇 된다. 아시다시피 한 번 쓰고 나면 버려도 좋을 이 비닐우산은 한 군데도 탄탄한 데가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