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닮은 여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연꽃을 닮은 여인

0 개 1,547 김지향

8921588bd2dc6598052450ae10e0cefc_1583813436_6596.jpg
 

  “안녕하세요?” 자매처럼 닮은 두 여인이 우리 집 에어비앤비 손님으로 찾아왔다. 마나와투 골프장에서의 시합 때문에 파미를 찾은 손님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잘생기고 건강미가 넘치는 미녀들이었다.

 

  모녀라는 말을 남편을 통해 들었지만, 밝지 않은 실내조명 탓인지 도저히 나이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시간이 좀 지난 이후에야 겨우 모녀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15살의 딸과 마흔 중반인 엄마의 격차를 못 느낄 정도로 두 사람의 에너지는 내 눈에 차고도 넘쳤다.

 

8921588bd2dc6598052450ae10e0cefc_1583813464_6756.jpg
 

  학생의 이름은 정다래. 뉴질랜드 골프 랭킹 1위 국가 대표선수이다. 다부진 체격에 한 눈에 봐도 심신이 모두 건장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에어비앤비의 손님들을 통해 한계 없는 인간의 능력을 많이 접했는데, 이 모녀 역시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래 양 엄마의 이름은 신수현. 수현 씨와는 아주 짧은 대화 속에 따스한 정이 솟아올랐다. 아름다운 미소의 소유자, 나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을 때가 제일 예쁘지만, 그녀의 웃는 모습은 내 마음을 녹이고도 남았다.

 

  그런 나에게 수현 씨는 그녀의 아름다운 어머니 사진을 보여 주었다. 한국무용가인 어머니,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70을 바라보는 연세에 아직도 활발한 공연과 더불어 후배 양성을 하신다고 하던데, 너무 멋져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연륜이 그대로 묻어나는 살풀이춤, 백의관음보살춤, 한량무, 부채춤....... 등 그분의 사진들 덕분에 내 눈은 호사를 누렸다. 그분이 손수 만든 연꽃을 찍은 사진도 보았다. 안무에 필요한 소품들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시는 것들도 많으리라.

 

  학창시절 배구 선수였던 어머니는 결혼 이후 중등교사이자 남자 핸드볼 대표 팀 감독이었던 남편의 내조와 더불어 세 자식들을 키우느라 40이 되어서야 한국무용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수현 씨도 대단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영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운동선수의 생활은 눈물겹기만 했다. 

 

  그 힘든 과정을 잘 아는 아버지로서는 딸이 좀 더 편한 길 가기를 바랐을 수도. 그때 남편 몰래 딸의 보조를 해주셨던 어머니. 결국 아버지의 승인을 얻었으나, 체육고등학교가 아닌 일반 인문계 학교에 들어가게 하여 학교 공부와 운동을 겸용하게 하였으니, 얼마나 힘겨운 시간이었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덕체를 갖춘 장한 여인이 되어 그만큼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길을 걸은 것이다. 다래 양과 함께 뉴질랜드와 해외를 돌아다니느라 얼마 전부터 자신의 일은 접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능통한 영어로 골프 랭킹 1위 국가 대표선수의 보조 역할을 척척 해내고 있으면서 한국의 어머니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으니, 너무나도 커다란 민간외교를 하고 있는 여인. 

 

  다래 양의 한국어 실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그녀의 한글학교 후배들한테 전하는 동영상 메시지를 보면서 환한 에너지에 눈이 부셨다.

 

  할머니의 총기가 딸을 통해 손녀한테까지 전해진 듯.

  

  나는 50이 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고 작가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작가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엔 그저 코리아 포스트에 칼럼을 연재하는 정도이다.

 

  아직도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그저 내 글을 좋아하며 함께 공감하는 몇 명의 애독자가 있음에 감사하는 정도이다. 

 

  한국에서 실용음악 교수이며 음악 감독인 지인이 나에게 한 말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 자체가 재능이 있는 거란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도 재능이 있나 보다. 글재주가 수려한 편은 아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비록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8921588bd2dc6598052450ae10e0cefc_1583813665_1682.jpg
 

  연꽃을 닮은 여인도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자식들 웬만큼 키워 놓고 나서 시작한 한국무용이 그녀에게 큰 기쁨을 선물했을 것이다. 남편 내조와 자식 양육을 통해 느껴보지 못했던 환희가 그녀의 영혼을 깨웠을 거 같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뒤늦은 내면의 열정이야말로 말리기 힘들다. 나 자신을 봐도 충분히 그러하다. 백발이 성성한 이 나이에도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좋은 책을 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니,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열정은 숫자마저도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

 

  20년 전에 언니는 국전인 한국수채화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자식과도 같은 그림들을 팔아야 생계가 유지되었다. 늘 그게 안타까웠던 언니는 요즘 판화 작품을 만든다. 판화는 그림과 달리 원판을 자신이 소장할 수 있어 공유의 즐거움을 갖게 된다고 한다.

 

  수채화 화가로 시작한 언니의 그림들은 주로 풍경화와 정물화였지만, 10년 전에 아주 재미있는 그림들을 그렸다. 도끼비들. 그 도깨비 그림들은 전시회를 열자마자 거의 다 팔려 나갔다.

 

  언니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도깨비들에 매료 된 나는 그 그림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이야기로 엮은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내 생각에 언니도 흔쾌히 수락했고, 큰애가 편집을 맡아주기로 해서 몇 달 전부터 스토리를 만들고 있었다.

 

  얼마 전에 편집과정까지 거의 다 끝냈고, 이제 남은 건 출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이다.

 

  연꽃을 닮은 여인의 사진은 나에게 춤을 추라고 부추기고 있다. 나다운 춤을 추라고. 나다운 춤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춤이라고.

 

  용기백배하여 도깨비들과 함께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며 신나는 춤판을 벌려보고 싶다. 나다운 안무에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는 도깨비들의 춤판을....... 

오클랜드에서 파미에 온 한의사 Matthew Jin

댓글 0 | 조회 3,099 | 2021.01.28
올해는 무척 활기차고 바쁘게 보낼 거 같다. 조용했던 몇 년 동안의 생활이 청산이 될 거 같다. 그래서 기쁘다.할 일이 많이 늘어났다. 그 중 할머니가 될 준비에… 더보기

파미 집값이 아무리 날개를 달았을지라도..

댓글 0 | 조회 2,501 | 2020.10.29
몇 달 전 둘째가 오클랜드에서 집을 사려고 한다면서 추출해 놓은 몇 몇 집들을 인터넷으로 보여주었는데, 상상 이상의 가격에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다.가까스로 작은… 더보기

사과 중에 가장 맛있는 사과

댓글 0 | 조회 2,096 | 2021.10.28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형부는 여러 개의 사과가 있다면 그 중 가장 맛있는 사과부터 먹으라고 했다. 아깝다는 생각에 맛없는 것부터 먹다 보면 결국 맛있는 사과는 못… 더보기

돈이 따라오는 외모가 있다

댓글 0 | 조회 1,968 | 2021.06.10
요즘 나는 옷들부터 음식들까지 옛 것을 즐기고 있다. 추억의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먹고, 추억의 옷들을 꺼내어 손질하여 입고, 빈티지 구제 명품 옷과 신발들을 사… 더보기

소리 없는 관찰자

댓글 0 | 조회 1,860 | 2020.03.25
COVID19가 남쪽 끝의 작은 섬나라인 뉴질랜드에도 도착했다. 과거의 바이러스와 달리 무척 똑똑한 바이러스로 빠르게 진화를 해가면서 퍼져 나간다.사람의 의식만 … 더보기

카이로의 대가를 찾아 파미로 온 Dr Jay

댓글 0 | 조회 1,808 | 2021.02.10
카이로의 레전드라고 불리는 Dr Whitethead는 86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카이로 클리닉 센터의 헤드 카이로로 활동 중이시다.그 분은 따님과 함께 “Whit… 더보기

미안해! 하지만 늦지 않았어!

댓글 0 | 조회 1,745 | 2020.10.14
한국에서 소포가 날아왔다. 그 안에는 책들이 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글자들로 엮어진 책들이 세 권이나 된다. 코로나 사태로 힘겹게 여행을 한 세 권의 … 더보기

2020의 응답과 질문

댓글 0 | 조회 1,704 | 2020.12.22
작년 이맘때, 코로나라는 듣도 보도 못했었던 바이러스가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었었고, 인터넷 기사는 온통 코로나로 가득 찼었다. 그로부터 1년이 된 지금까지도 코로… 더보기

업싸이클링 아티스트

댓글 0 | 조회 1,668 | 2021.04.13
재활용을 뜻하는 리싸이클링(Recycling)과 차원을 높였다는 뜻의 업그레이드(Upgrade)를 합하여 만들어진 신조어인 업싸이클링(Upcycling)은 대단히… 더보기

꽃들에게 희망을

댓글 0 | 조회 1,665 | 2020.05.13
고등학교 다닐 때 나는 종로서적에서 아주 예쁜 그림책을 발견했다. 노란색의 겉표지에 나비가 그려있고 밑 부분에 줄무늬 애벌레와 노란 애벌레가 고개를 들어 나비를 … 더보기

희망에는 나이가 없다

댓글 0 | 조회 1,661 | 2020.09.22
파미에 정착한 지도 벌써 20년.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린 세월이다.나에겐 이민 초창기 때 만나 끊일 듯 끊이지 않고 인연을 맺어 왔었던 분이 계시다. 그때 … 더보기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

댓글 0 | 조회 1,635 | 2022.02.23
얼마 전에 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대선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언니는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며, 누가 되든 나라는 망하지 … 더보기

1% 부자의 법칙

댓글 0 | 조회 1,603 | 2023.05.10
올 한 해는 첫 달부터 여행의 연속이었다. 한국과 오클랜드 파미를 오가면서 지내면서 내 건강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더보기

네가 있음에 내가 있네

댓글 0 | 조회 1,600 | 2019.10.09
9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파미에서 9회 NZ National Orchid Expo를 했다. 큰애와 함께 토요일인 21일에 행사장에 가서 전국 곳곳에서 상을 받은… 더보기

머니트리 덕분에 부자 되겠네

댓글 0 | 조회 1,598 | 2021.05.25
2021년 신년 꽃꽂이를 하러 꽃집을 돌았었는데, 코로나 영향인지 꽃집에 쓸 만한 꽃들이 없었다. 파미에서 가장 꽃꽂이하기 좋은 소재들이 많은 꽃집은 아예 문을 … 더보기

상팔자가 따로 없네

댓글 0 | 조회 1,557 | 2021.02.24
기다리고 기다렸던 친구가 드디어 한국을 떠나 파미로 왔다. 코비드의 영향으로 보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면서 어렵사리 파미에 도착했다.난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참 경… 더보기
Now

현재 연꽃을 닮은 여인

댓글 0 | 조회 1,548 | 2020.03.10
“안녕하세요?” 자매처럼 닮은 두 여인이 우리 집 에어비앤비 손님으로 찾아왔다. 마나와투 골프장에서의 시합 때문에 파미를 찾은 손님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잘생… 더보기

10년 후 지금의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댓글 0 | 조회 1,520 | 2021.08.24
겨울비가 무겁게 쏟아지는 화요일 저녁에 닭볶음탕 하나로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오붓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이 유리 창문을 때리건 말건 온기… 더보기

창조 놀이

댓글 0 | 조회 1,499 | 2020.08.26
게러지에 있었던 재봉틀을 내 방으로 옮겼다. 그 덕분에 나는 옷장 정리를 하면서 리폼에 대한 의욕이 일어났다. 예전에 수선하려다 만 옷들도 찾아내고, 모자를 만들… 더보기

GOLD 인생

댓글 0 | 조회 1,485 | 2022.12.07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황금시대인가? 황금 카드를 준다고 하니 말이다. 오는 크리스마스 날이 D-day이다. 그런데 영 기력이 없다. 기력이 넘쳐나야 황금시대를… 더보기

그레이 헤어 할머니의 인사 “Hi~”

댓글 0 | 조회 1,445 | 2021.01.12
유별나게 날씨가 좋았던 새해 첫날, 파티에 초대 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큰애가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사귄 20년 지기 친구의 부모님 집에서의 파티였다. 손님들… 더보기

기적의 씨앗

댓글 0 | 조회 1,436 | 2020.07.28
나의 일상은 늘 기적의 연속이다. 어제도 오늘도 나에겐 기적이 일어났고, 내일 또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내게 기적이 함께 한다는 것은 남들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더보기

메타버스 무임승차

댓글 0 | 조회 1,426 | 2022.08.10
점점 더 단순해지다 못해 조금 전에 읽은 글도 금방 잊어버리는 요즘의 나. 머리카락이 남보다 빠르게 백발이 되어 버리더니 머릿속도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늙어가고 … 더보기

산전수전 공중전이 준 선물

댓글 0 | 조회 1,419 | 2020.11.24
큰애를 낳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가출했었던 그 날이 엊그제 같다. 30의 나이에 결혼하여 시집살이를 하다가 2년도 채 안 돼서 달랑 기저귀 가방 하나 들러 메고… 더보기

빛은 유리문을 통과 한다

댓글 0 | 조회 1,411 | 2020.02.25
2월 12일, 지난 주 수요일에 이벤트 시네마스에 가서 세 모녀가 함께 영화 ‘기생충’을 봤다.오스카 상 수상을 한 ‘기생충’이 인구 몇 안 되는 작은 도시인 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