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4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2020년의 4월

0 개 2,857 새움터

'4월은 잔인한 달’, 


어느 순간 부터 뭔가 어려운 일이, 그것도 하필 4월이 있는 경우 쉽게 입가에 맴도는 말이다. 


이 표현은 노벨상 수상자인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1888-1965)의 시 중 434행이나 되는 장시 ‘황무지’의 첫 구절에 나온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다


시 ‘황무지’는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처를 배경으로 한다. 전후의 유럽 사회가 처한 폐허의 풍경을 상징적인 소재와 구성으로 대중에게 전한다. 현대 사회의 절망과 전쟁이 남긴 충격을 표현한 대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서구인들 경험에 못지 않게 우리도 근현대사 속에서 ‘잔인한 4월’을 경험해왔다. 제주 4.3 사건, 4.19 혁명 그리고 불과 6년전인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까지 유독 4월에 무고한 생명의 상실이 많았던 것으로 역사에 남겨져 있다. 


‘황무지’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끈 기술 문명에 오히려 갇힌 인간성, 그리고 수 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에 대한 허탈감과 무력감에서 비롯된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문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말한 잔인함은 그런 황폐함조차 이겨내고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놀라운 생명의 강인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전쟁은 잔인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 또한 잔인하다. 그러나 그런 죽음과 절망조차 이겨내는 라일락의 소생과 마른 구근의 부활은 그래서 그냥 잔인한 게 아니라 ‘가장 잔인한 4월’(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는 역설이다. 다시 말해  4월이라는 시간이 가장 잔인하기에 그 보다 덜한 잔인함을 이겨낸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한 여름에 열은 열로 다스려야 한다며 50도가 넘는 한증막에 찾아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이해된다. 이러한 역설은 한편으로 그리스도교의 가장 크고 핵심적인 전례인 부활절이 4월에 주로 있다는 사실과 신기하게 맥락을 같이 한다. 죽음은 잔인하다. 부활은 이 잔인한 죽음을 딛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부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죽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죽음이 꼭 생명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탐욕을 죽이고 오만을 죽이며 비인격성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삶으로 다시 살아난다. 이런 의미에서 ‘황무지’가 대중에게 던지는 화두는 역설적인 표현을 통한 ‘희망’ 이다. 



올해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되었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최초로 발병하여 걷잡을 수 없는 속도와 범위로 퍼져 나가 전 세계를 삼켜 버렸다. 매일 급속히 증가하는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짧은 시간에 전쟁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를 충격과 공포 빠뜨렸다. 세계 곳곳에서 필수품에 대한 극심한 사재기가 벌어졌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서로 차지하고자 주먹질을 해대는 상황도 생겼다. 얼마 전에는 영국 총리마저 감염되어 말 그대로 죽다 살아 났다. 


뉴질랜드 또한 코로나가 빗겨 갈 수 없었고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봉쇄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다.  그러자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던 우리 삶의 시계는 멈춰 섰다. 결국 4월 한달 간 소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강제 휴가를 가져야 했다. 우리 모두는 4월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 갇혀 버렸다. 그러자 우리는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게 되고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상황에 노출되었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장애, 지나친 청결에 대한 강박 장애 그리고 장기간의 격리(?)로 인한 무력감, 심지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역설적인 사실은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세계 곳곳에서 건강한 자연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감염병 공포로 몰아 넣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재앙이지만 인간에게 피폐해진 자연에게 코로나가 백신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또 다시 흘러 어느 새 5월이 되었고 봉쇄 조치가 하향 조정 되었다. 이제 새로운 일상 (New Normal)으로 넘어 가는 중이다. 엘리엇이 역설적으로 표현했던 ‘희망’이라는 씨앗을 마음 속에 고이 담아 잘 키워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새움터 회원 장요셉 >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5 | 22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93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5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56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7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2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