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 소극(笑劇)으로 끝나지 않기 위하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비극이 소극(笑劇)으로 끝나지 않기 위하여

0 개 1,620 명사칼럼

이른바 ‘엔(N)번방 사건’은 여성 특히 아동과 청소년,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하고 불법촬영을 하여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의 다수 회원에게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취득한 사건이다. 취약 대상을 상대로 한 범죄의 잔혹성과 패륜성도 문제지만, 수만 명의 남성이 대화방에 가입하여 범죄를 교사ㆍ방조하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경악하고 있다. 사람들의 공분은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원과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이 각각 200만명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재범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일종의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 신상공개(‘성폭력처벌법’ 제42조, ‘청소년성보호법’ 제49조)와 수사 중 피의자에 대한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 내지 수사를 위한 신상공개(‘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 ‘성폭력처벌법’ 제25조 등)로 나눌 수 있다. 문제되고 있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이고, 이번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성폭력처벌법’ 제25조가 적용되었다.

 

‘성폭력처벌법’ 상의 피의자 신상공개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필요할 때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되며, 만약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상의 청소년인 경우에는 공개할 수 없다. 범죄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실제거주지, 직업 및 직장 등의 소재지, 연락처, 신체정보, 소유차량의 등록번호가 공개되는 보안처분적 신상공개와 달리, 피의자 신상공개의 범위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에 국한되는데, 이때 수사기관은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아니라,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소극적인 방식만을 취할 수 있다.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헌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고 이중 처벌과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의 이익’ 개념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불명확하기도 하다. 공공의 이익은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과, 부수적으로는 피의자의 여죄(餘罪) 파악을 내용으로 하지만, 이미 신병이 확보된 피의자가 동종의 재범을 할 가능성은 없으며, 범죄 예방의 효과는 검증된 바는 없다. 잔혹한 범죄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호기심이 일지만, 이것이 국민의 알 ‘권리’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실상 국민의 알 권리는 언론의 상업주의 내지 피의자에 대한 망신주기와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방어권이 위축되고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며, 피의자 가족에게 그 효과가 미친다는 점에서 연좌제와 같다는 비판도 따른다. 게다가 지금의 신상공개는 범행 동기나 심정을 일방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의자에게만 과도한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측면이 있다. 실무상, ‘신상공개위원회’의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의자 신상공개는 신상 정보가 노출되어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피해자에 반해 피의자도 상응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점, 피해자의 권리보다 가해자의 권리가 더 보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회의, 그리고 사회의 관대한 태도와 법의 미온적 처벌에 대한 보완적 조치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에서처럼 다수의 가해자가 누구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데 따른 일반의 불안과 또다시 성범죄에 노출될 것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의 공포를 해소함으로써 시민의 안전과 피해자 일상의 회복에 대한 요청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은, 소라넷 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했던 문화와 법의 태도에 내재된 것이어서 안타깝다. 통상의 강력 범죄에 비해 디지털 성범죄의 기소율과 구속율은 현저히 낮다. 설사 기소되더라도 법원에 의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는 비율이 높은 편이고, 그나마 대부분은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더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로부터 찾거나 피해자의 기여로 보는 일부 비뚤어진 시각에 분노한다. 누구도 범죄를 당해도 되거나 범죄를 저지를 권리를 갖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원인과 책임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희석시키고,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는 점에서 반사회적이다.

 

이제 겨우 일부 운영자를 체포하여 수사 중에 있고, 여전히 검거되지 않은 운영자들과 가담자들에 대한 적발과 체포 그리고 수사와 재판, 처벌이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자를 반드시 적발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헤겔은 어느 부분에선가 세계사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 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말하자면 두 번 나타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는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 번은 소극(笑劇ㆍfarce)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182ea266c6ea0b42cb162e96b59beb34_1587609244_2795.jpg
 

 

출처 한국일보 칼럼 <형형색색>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827 | 4일전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장이 회복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며, 약 66일간만 노력하면 습관이 들어 (뇌 습관 회로가 바뀜), 쉽게 평생 좋은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268 | 8일전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지난 4월10일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58%의 국민 속에 자리를 잡았고 …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288 | 8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오늘은 뉴질랜드에서의 가스 에너지 사용 및 관련 안전 지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뉴질랜드는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로…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31 | 8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이그런 길이 있다.분명 긴 시간을 내야만 도착지에 이를 수 있는 길인데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다려지는 길.길에 오르기 시…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20 | 8일전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희망의 늦잠을 깨우며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내 더러운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458 | 9일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그에 걸 맞는 비자상태를 득한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 접하게 되는 순간, 소위 …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489 | 9일전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셔츠데이(Pink Shirt Day) 입니다. 핑크셔츠데이는 뉴질랜드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근절하고자 만든 날입니다. 뉴질랜드…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33 | 9일전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었다니까요~ 잔소리는 이제 그마~~안~~’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인지 헷갈릴 정도로 Y의 목소리는 평온했습니다. 이미 이렇게 …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54 | 9일전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유익균은 주로 섬유질을 좋아한다. 유익균은 섬유질을 분해하여 다른 좋은 물질들을 만드는 일을 한다. 충분한 섬유질을 먹지 않으…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521 | 9일전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고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지난 4월20일 오후에는 2023년 12월18일 세상을 뜬 재일 디아스포…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52 | 9일전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功)이 있습니다. 외공이란 기운을 밖으로 발산해서 무술을 하거나, 병을 고치거나 하는 것으로서 기공(氣功)은 거의 다 외공입니…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35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들리려는 밤쓰레기통 내어 놓다가밤하늘이 고와그대로 먼 길 떠나한 사흘쯤 걸어얼기설기 사립문발끝걸음 들어서면토방에 놓인 신발 …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397 | 10일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또는 ‘지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큰 규모의 가족 사업이건 소규모 신생 기업이건 비용, 경상비 및 공급업체 청구서가…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65 | 10일전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잔병치레를 하며, 힘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으며, 매우 신경질적인 아이를 말한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튼튼하지만 물렁물렁한 … 더보기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428 | 2024.05.11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맨발걷기에 좋은 계절인 4-5월을 맞아 전국 …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91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29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663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53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54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53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13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94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53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44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