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파격의 미

0 개 1,711 김지향

나는 수필가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했던 과목 중의 한 과목이 국어였으며, 특히 작문시간이면 고역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디 작문뿐이었던가? 고전은 어땠으며 시를 써야하는 순간이면 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형편없다. 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잘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근 20년 가까이 영어권에서 살면서도 아직도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서부터 내 관심사는 오직 그림이었다.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대놓고 가족들에게 내 꿈을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저 좋아하기에 미술경연대회에 나가면 입상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며, 포스터를 그려서 입상했을 때도 담임선생님한테서 소방차를 너무 길게 그려서 이상하다는 말만 들었다.

 

대가족 생활을 하면서 내 생각을 표출하는 건 무조건 나한테 불리하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포기하면서 살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에서 예술경연대회가 있었는데, 문학과 미술을 총괄해서 내가 그린 그림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아주 단순하고 그 누가 봐도 미술공부를 제대로 한 흔적이 없는 파스텔로 그린 그림이었다. 성실한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술선생님은 내 그림이 영 못마땅했지만, 교감선생님이 반해서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시니, 내 그림을 대상을 준 것도 같다. 교내 미술부의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의 그림에 비교할 수 없는 생뚱맞은 그림이었으나, 교감 선생님의 눈에는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매일 지각에 수업시간이면 졸기만 하여, 수업 도중에 분필이 내 안경에 꽂혔던 적도 있었다. 사실 그때 난 졸고 있지 않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학시간이었기에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내가 수업 시간에 졸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했었나 보다. 그렇게 매일 졸기만 하던 나에게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엄마의 목표는 6명의 자식들을 모두 다 대학에 보내는 것이었지만, 나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지겨운 공부를 왜 해야만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내가 미술을 전공한다고 하면 펄쩍 뛸 엄마가 안 봐도 훤하게 보이기에, 아예 대학을 안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교감선생님의 착각이 내 그림을 대상으로 찍었더라도 난 그때부터 미술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 

 

엄마와의 전쟁이 그때부터 시작을 한 것이었다. 빌어먹기 딱 좋다는 미술을, 그것도 돈을 쏟아 부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미대를 들어가겠다니.......

 

엄마의 반대는 하늘을 찔렀고, 그러면서도 대학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엄마 뜻에 따라 입시를 쳤다. 국어 영어 수학 시험 중 국어와 영어는 바닥점수였다. 완전 주관식이었으니 당연했던 일. 헌데 수학은 빰빠라~~빰. 세 과목의 평균이 턱거리이건 말건 대학문턱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억세게 운이 좋았다.

 

그래서 엄마의 소원은 이뤄졌고, 나는 그때부터 대학이란 곳에 들어가서 전공이 아닌 연극동아리에 몸을 담고 지냈다. 부모님과의 약속대로 대학 4년 동안만의 호사였지만. 난 그 호사를 마음껏 누렸다.

 

신기하게도 난 보스들의 눈에 들어오는 행운이 따랐다. 특별히 한 것도 없다. 낙하산도 아닌데 낙하산을 탄 것처럼 느껴졌었다. 믿는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고, 잘하는 것도 없었고,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왜 그들의 눈에 내가 띄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수필가로 등단하게 된 것도 신기하기 짝이 없다. 수필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파격에 대한 말이 있다. 

 

“덕수궁 박물관에 청자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꽃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중에 꽃잎 하나 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은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내가 그 옆으로 꼬부라져있는 꽃잎이었다면 난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못하기에 내 나름대로 고충이 많고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그만큼 커다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거다.

 

이 모든 혜택은 아마도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인생의 단 하가지 의무인 ‘행복 하라’를 실행하려 노력했기에 그에 대한 하늘의 선물일 수도 있겠다.

 

‘따라하기’ 시대는 강 건너 갔다고 생각한다. 그저 소신껏 자신의 생각대로 느긋하게 자신의 색깔을 잘 다듬어 가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게 진정한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인 남을 배려하여, 과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할 것이다. 

 

d352272d5f6ce1b0dfc5f0db37026e54_1568082559_2233.jpg
 

우리는 말 한마디에서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착각일 때가 많다. 약간 옆으로 꼬부라져 있는 한 개의 꽃잎을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야말로 성숙한 미의 세계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화롭게 해주는 우주의 섭리에 따르는 길일 것이다.

 

우주의 전체이면서도 부분인 나 자신과 ‘파격의 미’를 연계해 보면서 궁극적으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7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0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