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하필이면

0 개 1,366 수필기행

‘하필이면~’ 이라는 말 속에는 인간의 뿌리 깊은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일단 존재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하필이면 소풍가는 날 왜 비가 오는가’ 라고 하면 비의 수용과 다른 날의 허용이 있다. 그 다른 날은 전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설정된다. 나에게는 비가 와도 상관이 없는 그 날이 다른 사람에게는 결혼식 날 일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끔찍한 일이나 불행한 일도 예외가 안다. 우리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일어나더라도 남의 일이기만 바란다. 어쩌다 뉴스에서 그런 일을 접하면 안타까워하고 개탄하며 애석해한다. 

 

그러나 만약 그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분노한다. 하필이면 왜 나한테?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다. 애석함마저 생기지 않는다. 애석함은 남의 일일 때나 생기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다. 내가 그 일에서 비켜나 있을 때나 가능한 사적 정서다. 이기심은 이렇게 본능적이다.

 

내가 가장 격정적인 ‘하필이면’에 사로잡혔을 때는 남편이 암 선고를 받았을 때였다. C.T 촬영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었을 때 나는 졸지에 지뢰를 밟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전혀 악성스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부드러운 성품과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이었다. 건전하고 정직하며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 잘못이라야 기껏 친구 좋고 술 좋아서 퇴근 후 더러 제 시간에 귀가 못한 정도였다. 술값 계산할 때 주인의 실수로 삼만원이나 덕을 봤다고 삼억짜리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던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필이면 왜?

 

나는 밤을 세워 치욕에 떨며 ‘하필이면’을 분석했다.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닌 그에게 왜? 지난한 작업이었다. 동굴 속의 암호와 마주 대한 것 같았다. 그 어떤 논리에도 이치에도 합당하지 않은 날벼락이었다. 부당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절망했다. 그의 고통에 무심한 듯 보이는 의사에게도, 변함없이 잘 돌아가는 세상에게도 적의를 품었다. 눈앞에 신이 있다면 대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먹을 들어 코피라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침내 남편이 죽음을 맞았을 때 나는 못다푼 분노의 숙제보따리를 다락에 집어 던지고 말았다. 그를 따라 나도 죽고 싶었다.

 

세월이 약이라던가.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나의 보따리가 한결 가벼워진 것을 알았다. 다락에 팽개친 이후 눈길 한 번 준 적 없는 분노의 보따리였다. 

 

그 무겁던 분노가 어디로 다 빠져 나갔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저 혼자 아무도 없는 컴컴한 다락방에서, 발버둥치며 삭고 또 삭아내린 모양이었다. 자기방어기제가 발동했는지도 몰랐다.  

 

‘나만 예외’ 여야 한다는 생각이 오만이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자각은 나를 홀가분하게 했다. 다른 사람의 ‘하필이면’이 눈에 들어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묘지에는 남편보다 젊은 사람도 많았다. 청소년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그들의 가족들 또한 나처럼 ‘하필이면’에 갇혀 지옥을 경험했을 터였다. 그러나 모두 신기하게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먹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살아 있었다.

 

행복과 불행에도 질량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쩌면 행복은 처음부터 같은 무게로 불행과 그림자처럼 어깨동무를 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어느 날 산 위의 돌멩이들처럼 사이좋게 놀고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하필이면 내 앞이나 뒤의 사람이, 아니면 바로 내가 그 돌을 맞았다면? 

 

그것은 돌의 의지도, 나의 선택도 아닐 것이다. 돌은 굴렀고, 나는 그 밑을 지나갔을 뿐이다. 이를 두고 우연이라는 사람도 있고, 필연이라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우주의 질서라고도 한다.

 

이제 나는 멀찌감치서 ‘하필이면~’을 바라본다.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 인생은 랜덤이다. 판도라 상자다. 세상에는 나 혼자만 당하는 기상천외한 불행도 없고, 나 혼자만 누릴 수 있는 영원한 행복도 없다. 

 

그 모든 행복과 불행이 뜻밖에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이것이 하필이면 내가 되고 당신이 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수필세계> 발췌

 

■ 박 기옥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39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73 | 3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5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0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3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1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8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7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4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6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0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