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寄生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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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寄生蟲)

0 개 2,309 박명윤

50여년 전 1965년 1월 필자가 UN공무원(official of the United Nations)으로 임용되어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에 근무할 당시 한국에 지원하는 사업은 주로 모자보건(MCH), 결핵(T.B.), 나병(leprosy)관리 등 보건분야였다. 요즘은 저출산(低出産)이 문제이나 당시 정부는 인구조절을 위한 가족계획사업을 실시하였으며, <기생충(寄生蟲)> 감염도 심각한 보건문제였다. 

 

아내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내에 위치한 CGV 영화관에서 최근 칸 국제영화(Canne Film Festival)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을 관람했다. 오전 9시 40분 상영 영화인데도 관람석은 거의 만원이었다. 러닝타임 131분 영화 기생충은 순제작비만 135억원이 들었지만, 이미 해외 192개국에 판매한 덕분에 국내 관객 350만명만 들어도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한다. 5월 30일 개봉 후 4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기생충같은 놈아” 라는 욕설은 주로 20대 후반 이상의 성인 남자가 부모집에서 무위도식(無爲徒食)할 때 쓰인다. 즉,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힘으로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텐데 왜 부모집에서 밥만 축내고 있느냐는 힐난이 ‘기생충’ 이란 단어에 함축되어 있다.  

 

한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양쪽이 서로 이득을 취하면 공생(共生, symbiosis)이라 한다. 반면에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에는 기생(寄生, parasitism)이라하며, 이득을 보는 생물체를 기생물(寄生物, parasite), 손해를 보는 생물체를 숙주(宿主, host)라고 한다. 이들의 관계는 일시적일 수도, 영구적일 수도 있다. 
 

‘기생충’은 다세포 구조를 가진 진핵생물(眞核生物)로 선충류(線蟲類), 흡충류(吸蟲類), 조충류를 총칭한 말이다. ‘십이지장충’은 소장에서 서식하는 기생충으로 기생하고 있는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알을 밖으로 내보내며,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흙속에서 성장하여 흙에 닿은 손이나 발을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 ‘회충’은 주로 알이 묻어 있는 채소를 먹었을 때 감염되며, 몸길이가 14-35cm까지 자란다. 회충은 주로 소장에서 기생하지만, 간혹 허파에 들어가서 고열, 호흡곤란 같은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충’은 어린아이가 목욕을 한 뒤에도 항문이 가렵다고 한다면 요충을 의심해야 한다. 요충은 가려움만 빼면 큰 해는 끼치지 않지만, 수면을 방해하여 성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충(촌충)’은 주로 물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을 때 감염된다. 조충은 소장의 벽을 물고 피를 빨아 먹고 살며, 몸 길이가 2-3cm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퇴치가 본격화한 것은 1964년 기생충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이다. 1966년에 ‘기생충질환예방법’이 제정되었고, 1969년부터 대변(大便)집단검사가 시작되어 당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채변봉투’를 기억할 것이다. 전국 기생충 감염률은 1971년 84.3%, 1976년 63.2%, 1981년 41.1%, 1986년 12.9%로 감소하여 1992년에는 3.8%로 낮아졌고, 2013년 감염률은 2.6%였다.  

 

1964년에 설립된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제5군 감염병(기생충병)이 더 이상 국민건강의 위해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1987년 한국건강관리협회로 흡수 통합되었다. 한국건강관리협회(KAHP)에 기생충박물관(Parasite Museum)을 2017년 12월에 개관했다. 기생충 감염이 줄긴 했지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장내 기생충에 감염된 사례가 7668건에 달한다. 간흡충(肝吸蟲, 간디스토마) 감염이 4850건, 장흡충(腸吸蟲)이 1431건, 요충이 888건, 편충 485건으로 나타났다. 

 

기생충 예방의 기본은 외출 후와 식사 전에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며,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구충제(驅蟲劑, anthelmintics)를 먹는 것이 좋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시 기생충을 옮기지 않도록 다 같이 복용해야 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애완동물의 기생충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영화 <기생충>이 지난 5월 25일 제72회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에서 황금종려상(Palme d’Or, Golden Palm)을 받으면서 우리의 관심은 온통 이 영화에 쏠렸다. 프랑스 남부 칸(Cannes)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는 독일의 ‘베를린 국제 영화제(Berlin Inernational Film Festival)’, 이탈리아의 ‘베니스 국제 영화제(Venice Internaional Film Fesival)’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칸 영화제에서 20편 내외의 초청작이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competition)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등장시켜 암울한 사회상을 비춘다. 기택(송광호) 가족은 반(半)지하방에서 전원이 백수로 살 길이 막막하지만 관계는 좋다.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선생으로 박사장(이선균)네로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사건들이 시작된다. 영화는 중반부터 새로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속임수와 계략이 엇갈리며 ‘기생(寄生)’ 하려다 실패한다.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貧富) 격차를 블랙 코미디(black comedy)로 풀어낸다. 칸에서 ‘기생충’을 본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황금종려상’ 트로피는 칸 영화제의 최고상에 걸맞게 전문가들이 제작한다. 칸 영화제의 로고이자 트로피를 상징하는 종려나무(棕櫚, palm)의 줄기와 잎사귀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이 디자인 한 것이다. 트로피는 18K 금 118g으로 만든 종려나무 줄기와 잎사귀를 붙여 제작하며, 받침대는 순수한 크리스탈(crystal, 수정)이다. 金의 따뜻함과 水晶의 차가움이 빚어낸 아름다운 조화다. 

 

봉준호 감독은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올해는 한국 영화가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각별하다”며 “놀랍고 기쁘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이 한국 영화 전체에 투자하도록 고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영화 속 인물이 북한 앵커 흉내를 내는 장면을 북한을 풍자하고 비웃는 것이냐”고 물었다. 봉 감독은 “북한을 모욕하려 한 것이 아니다. 심각한 메시지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답했다. 

 


 

올해는 1919년 종로구 묘동 소재 단성사(團成社) 극장에서 우리가 만든 첫 영화 ‘의리적 구토(義理的仇討)’가 상영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의리적 구토’는 당시 단성사 사장이던 박승필이 제작비 5000원을 대고, 신파극장 ‘신극좌’를 이끌던 김도산이 각본ㆍ감독ㆍ주연을 맡아 만들었다. 1962년 공보부는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날을 기념해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정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3대 영화제’를 생긴 순서로 꼽으면 베니스(1932), 칸(1946), 베를린(1951)이지만, 우리와 친밀도나 이름값을 매기면 아무래도 칸영화제가 먼저 떠오른다.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이 경쟁과 비경쟁 부문을 포함하여 1980년대부터 올해까지 12번 문을 두드린 후 받은 상이다. 일본은 황금종려상을 다섯 번 받았고, 중국은 아직 없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의 꽃인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00년대에 들어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첫발을 내디였고 봉준호를 비롯해 김기덕,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감독이 돌아가며 꾸준히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하선’이 감독상을 ,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탔다.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베니스영화제에서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봉준호(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 감독은 3년 전 영화인을 대상으로 한 ‘마스터 클래스’ 강연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궁극적 공포는 과연 내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이 드는 때일 것이다.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잔혹한 순간과 맞닥뜨리는 것, 하지만 궁극의 공포란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냥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고 인정받았지만,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를 버텨내면서 마침내 칸의 월계관을 썼다. 

봉준호 감독(50)과 주연배우 송강호(52)는 22년전 까까머리 조연출과 늦깍이 무명 배우로 만나 서로 가능성을 알아본 이후 영화 ‘살인의 추억’ 부터 ‘괴물’,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 까지 17년을 함께한 동반자(同伴者)로 서로 존경과 예우를 했다. <기생충>이 봉준호 리얼리즘의 정점이라면, 그 중심에는 송강호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있다. 인간 관계에서 예의를 어느 정도까지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寄生)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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