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와 왕자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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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와 왕자들 2편

0 개 1,379 송영림

큰언니는 하늘이 낸다?

 

맏딸이 대표하는 여성성, 즉 여성적 리더십은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시대는 이제 더 이상 물리적인 힘이나 권위적이며 차갑고 경직된 남성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걸 기계에게 넘겨준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그보다는 이제 부드러움, 자비로움, 포용력, 공감 능력, 희생정신, 조화로움, 평화와 같은 여성성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 친절하고 따뜻한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현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를 통해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앞서 ‘하이누웰레 소녀’ 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으나 이러한 여성성은 이제 여성뿐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필요하고 그 힘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때 작게는 가족, 크게는 사회, 국가, 자연과 인류의 조화 그리고 그 안의 모든 생명체들의 평화롭고 건강한 공존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편 서양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켈트족의 옛이야기를 통해 아주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맏딸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맏딸인 내가 말하기는 좀 부끄러운 일이고 정작 나는 다른 집안의 맏딸들처럼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그 심정만큼은 알 수 있기에 맏딸들의 대변인으로서 이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변명해 본다.

 

멍청이와 왕자들

 

옛날 에린이라는 곳에 높은 신분의 남자와 결혼하여 딸을 하나 둔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딸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여인의 남편이 죽었고, 이후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한 여인은 그와의 사이에서 딸 둘을 낳게 되었다. 두 딸은 자라면서 아버지가 다른 큰언니를 미워하였고 똑똑하지 못하다며 ‘멍청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여인의 두 번째 남편도 두 딸 중 큰애가 14살이 되었을 때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러자 여인은 슬픔에 잠겨 점차 수척해졌고 한시도 집을 나가지 않았다. 여인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두 딸들보다 자신에게 상냥한 큰딸을 더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은 어머니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언니가 외출한 틈을 타 어머니를 솥에 넣어 끓인 후 뼈들을 밖에 갖다 버렸다. 두 동생은 자신들이 어머니를 죽인 것을 알면 언니가 집을 나갈 거라고 예상했으나 나가지 않자, 저 멍청한 언니 때문에 아무도 자신들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여 집을 나갔다. 언니는 동생들이 가출한 것을 알고 수 킬로미터를 쫓아가 집으로 데려왔고 동생들은 심한 욕을 퍼부어댔다. 

 

마침내 동생들은 언니를 죽이기로 작당하고, 스무 개의 바늘을 짚더미에 흩어 놓은 후 저녁때까지 바늘들을 다 찾아 놓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다. 멍청이가 서글프게 울고 있자 회색 고양이가 나타나 바늘을 모두 찾아주며 자기가 엄마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고 훼손한 동생들이지만 그들에게 잘해주면 결국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 후 사라졌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동생들은 스무 개의 바늘을 보고 누군가 도와주고 있다며 화를 냈고, 밤이 되어 언니가 잠이 들자 이번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후 집을 나갔다. 동생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멍청이는 매일매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동생들의 흔적을 찾고 물어본 끝에 마침내 동생들이 한 명의 아들과 세 딸을 둔 마녀의 집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멍청이는 동생들을 구하기 위해 마녀의 집으로 가서 묵어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마녀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세 자매에게 오른쪽 방에서 자라고 했다. 또한 자신의 세 딸들에게는 목에 각기 리본을 매어 주며 너희들은 왼쪽 방에서 자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엿들은 멍청이는 딸들이 잠을 자러 오기 전에 재빨리 왼쪽 방으로 들어가 침대를 차지했고, 마녀의 딸들은 오른쪽 방의 침대도 좋다며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멍청이는 딸들이 잠든 후 그들의 목에 있던 리본을 풀어 자신과 동생들의 목에 매고 잠을 자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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