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의 제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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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 제왕 3

0 개 1,647 김준

카드시스템 


‘카드’라는 말만 읽어도 ‘아! 무슨말 하는지 알겠다..’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꽤 되실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영어단어 외우겠다고 주구장창 들고... 가 아니라 가방속에 넣고만 다니던 단어장.. 각 과목들의 핵심 사항만 요약해서 들고 다니던 손바닥만한 독서카드.. 이 모든 부류의 카드묶음 들이 바로 카드시스템 이라고 불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카드 시스템’이라는 용어로 이러한 구시대적인 시스템을 다시 되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거라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되고 말겠지요. 당연히 그런것은 아니고, ㅎㅎ 조금은 더 복잡하지만 조금은 더 현실적인 노트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방법은 사실 범죄수사나 인격진단을 하는 프로파일러들이 사용하는 정보 분석법이라고 알려져서 반짝 유명세를 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방법이 좋으면 뭐합니까.. 사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지요.

 

먼저 카드시스템은 앞서 말씀드렸던 Cornell note나 Mind map에 덧붙이는 부수적 수단으로 사용될 때 더욱 효과적일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더불어 모든 노트법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 카드시스템은 장점과 단점이 극단적으로 갈려서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려야 하겠군요.. 이 카드시스템은 특별히 지질학이나 생물학, 환경과학과 같은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정보의 조각들이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과목에서 그 효용성이 빛을 발하게 되는데요. 화학이나 수학처럼 전체의 맥락을 이어가면서 공부를 해야하는 과목에 적용하기에는 조금 산만하고 역사나 경제학처럼 자잘한 메모가 많이 필요한 과목에 적용하기에는 카드 숫자가 너무 많아질 수 있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 이제 카드시스템을 만들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카드시스템은 평소에 한장 두장 카드들을 만들었다가 시험전에 묶고 풀면서 사용하는 노트 시스템 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매일 매일 학교에서 수업한 후에 하루 한 두장씩 카드를 만들고 시험기간에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파악한 후 최종적인 개념정리 및 문제경향을 연습하기 위해 사용하는것이 바로 이 카드시스템 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셔도 웬만한 정성이 아니고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 노트방법은 어느정도 학력이 되는 학생들이 최상위 레벨로 진출할 때 특별히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코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주로 각 챕터의 제목을 최상위 코드로 하고 소제목을 상위 코드, 그리고 좀 더 자세한 키워드로 나누어가며 하위코드와  최하위 코드로 분류하는데요. 텍스트북의 목차를 떠 올리시면 좀 이해하기 편하실것 같습니다. 

 

그럼 예를 들어 한번 설명해 보겠습니다. 만약 학생이 생물교과의 유전학 챕터 중 DNA 의 염기(Base)서열에 대해 노트를 만들려 하고 범주의 흐름이 아래와 같다면 

 

Biology - chapter 3. Genetics - 2) Cell structure - c. DNA - bases

 

이에 바탕으로 만들수 있는 코드는 Gen - Cell - DNA - Base 가 됩니다. 조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시겠지만 이 노트를 활용하는 순간이 시험 목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일겁니다. 노트라는 것은 만드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순간에 의미가 있는것이니까요. 각각의 카드에 적어놓을 코드를 이렇게 실제적인 단어로 적는 이유는 

 

첫째, 언제 다시 들춰보더라도 카드에 실린 내용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빠르게 판단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코드만 읽어보아도 최하위의 말단 개념부터 최상위 챕터명까지의 개념의 흐름을 손쉽게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왜냐하면, 예를들어, 같은 ‘base’에 대한 내용이라도 교과의 다른 부분에서 다시 등장할 수도 있고, 따라서 이 분야에서 말하는 Base와 저 분야에서 말하는 base의 차이를 쉽게 인지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카드에 빠르고 정확하게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드들은 모두 자신만의 유일한 코드를 가지게 되는데요. 이 코드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코드를 통해 카드의 활용도가 거의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위에서 만들었던 카드 외에도 ‘base’에 대해 우리는 두가지의 카드를 더 만들수 있습니다. 그럼 코드의 바탕이 되는 챕터명과 소제목들을 살펴 볼까요?

 

Biology - Chapter3. Genetics - 3) mutation - a. Base - sequence (G-M-B-S)


Biology - Chapter5. biological chemistry  - 4) Hydrogen bond - c. Base - Amine  (BC-HB-B-A)

 

이제 이 두 카드의 코드는 Gen - Mut - Base - sqnc와 Chm - Hybnd - Base - Amin 이 됩니다. 그리고 간략한 코드인 G-M-B-S와 G-C-D-B, 그리고 BC-HB-B-A를 서로의 코드명 밑에 적어서 각각의 카드와 관련된 두 카드가 존재하며 그 카드들의 코드가 대략 어떠한지 말해주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Base 에 대한 문제가 출제될 때 이 세 카드에 적혀있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그 연관성을 묻는 문제가 출제될수 있음을 알게됩니다. 많이 복잡해 보일 줄 압니다. 

 

하지만 정작 해보면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금방 알아채실 겁니다. 게다가 몇 장만 만들어서 활용해 보아도 그동안 애매모호 하던 개념의 연결이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공부의 신세계를 경험 할 수도 있을겁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만들어진 카드들이 각자의 코드를 통해 서로 나뉘어지고 연결되고 재조합 되면서 하나의 유기적인 정보체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 두뇌가 하루하루 쌓아가는 정보의 단편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사상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할까요?

 

이 카드시스템을 적용하는 학습분야도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오답체크를 위해 카드시스템을 활용한다면 문제가 제시하고 있는 관련사항들에 해당하는 카드들을 찾아 연관된 내용을 숙지할 수 있고 따라서 단순히 틀린 문제의 답 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개념을 확장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또는 같은 세부코드를 가지고 있는 카드들만을 모아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한 상위 코드에 속해있는 하위코드들을 연결해 전체 챕터의 내용을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카드시스템은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에도 유효적절합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학습용 App 인 One note에도 메모지처럼 붙일 수 있는 카드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어 맘만 먹으면 컴퓨터나 태블릿을 이용한 카드시스템도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조합과 방법에 따라 여러가지로 활용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노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노트시스템을 조금 더 변형시켜보면 또 다른 재미있는 학습방법을 찾아볼 수 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자주 이용하던 학습방법인데요. 

 

고등학교 시절 어느날.. 문제집을 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집 한권을 통째로 다 외우면 어디가서 공부 좀 한다며 방구좀 뀔 수 있겠다는 발칙한 착각 말이지요. 그래서 그 날로 문제집을 한장 한장 뜯어내서는 가위로 문제들을 하나 하나 다 잘라 냈습니다. 그러니까 한 장에 한 문제씩 들어있는 무수한 카드들을 만든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양면이 인쇄되어있는 문제집을 반쪽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양면이 똑같은 모양으로 인쇄되어 있는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똑 같은 문제집을 또 한권 사서는 이번엔 반대 페이지를 기준으로 문제들을 오려내었습니다. 

 

그리고는 200장쯤 되는 크고 작은 종이 쪽.. 아니 문제 쪽들을 작은 박스에 담아 두고서 아침 등교길에 한 두장씩 무작위로 뽑아 버스 안에서 그 문제의 내용을 외웠습니다. 풀이과정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외운것이죠. ‘뭐.. 언제는 아무것도 외우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왠일로 외웠다는 자기 고백을 할까..’ 하며 웃으실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외웠던 것은 학습 내용이 아니라 문제의 문장 그 자체였습니다. ㅎㅎ

 

하여간에 그렇게 버스 안에서 문제를 외운 후엔 하루 종일 시간 날때마다 머리속에서 문제를 곱씹으며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문제를 풀어냈지요. 물리와 수학공부에 주로 활용했는데 제 경험상으론 아주 효과가 좋았습니다. 

 

암산력도 많이 좋아지고 무엇보다도 문제를 통째로 외웠더니 문제가 제시하고 있는 상황을 크고 넓게 바라볼 수 있어서 상황을 이해하는데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은행 스타일의 활용도 어찌보면 변형된 형태의 카드시스템이라 볼수 있을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장점밖에 없을것 같은 카드시스템이지만 사실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용하는 학생이 어느정도의 수준과 기본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생이 어떠한 과목에 어떠한 챕터들이 포진해 있고 각 챕터마다 대략 어떠한 내용들이 들어있다는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활용이 가능하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디에 무슨 카드가 있는지 몰라 이리 저리 뒤적거리기만 하다가 포기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기껏 열심히 카드만 만들어 놓고 정작 써먹을 시기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하지만 수준을 갖춘 학생이 공들여 자신만의 카드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 할 것임이 자명합니다. 

 

또한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위에 카드시스템을 덧 입히는 것도 한가지 활용 방법이 될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효과적일수도 있지요. 예를들어 제대로 만들어진 마인드맵의 말단 셀(cell) 마다 코드를 부여하고 그 코드를 최상위 코드로 하는 카드시스템을 만든다면 전체적인 큰 그림과 세부적인 개념의 정리를 동시에 이루어서 두마리 토끼는 물론이고 토끼굴까지 통째로 들어내는 최적의 학습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을겁니다. 

 

예제문제

 

이번엔 학생들이 어떠한 종류의 노트를 만들어 활용하던지 그 효율성이 배가될 수 있는 Tip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심지어는 제가 1편에서 그렇게 그만두라고 말했던 유효성 빵점의 노트라 하더라도 이 방법만 사용한다면 최소한 도움이 되는 노트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겁니다. 

 

그 신기방기한 방법은 바로 예제문제을 첨부하는것 입니다.

 

별거 아니라 생각하는 학생들고 있을거고 겨우 고까짓것 나도 안다 라며 코웃음치는 부모님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예제문제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나누어주시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과정별 전년도 기출문제에서 학생이 정리한 노트에 연관되는 문제를 찾아 기록해 놓는 것입니다. 

 

문제라고 다 같은 문제가 아닌것이 시험문제들은 일반적인 연습문제와는 달리 커버하는 범위가 넓고 문장이나 지시사항에 오류가 극히 적습니다. 한마디로 검증된 문제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어느학교 어느 선생님이 자신의 주관을 많이 섞어 만들어낸 문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격이 높은 문제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생이 기록한 내용을 수준 높은 문제를 통해 다시 한번 되짚어 준다면 확실한 복습의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빈약한 노트를 더욱 활용도가 높은 최적의 학습도구로 탈바꿈 시킬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3편에 걸쳐 학생들이 만들고 있는 노트의 문제점과 그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노트방법들을 소개 했습니다. 이 노트방법들은 제가 직접 사용해 본 것들 이어서 나름 그 효과가 주관적으로나마 검증되었다고 말 할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성향과 학생들의 성향이 다르고 저의 지능과 학생들의 지능이 다르니 어느것이 옳다 라고 딱 잘라 말할수는 없을듯 합니다. 다만 많고도 많은 노트법들 가운데 이러한 것들이 대략 효과적이니 한번쯤 시도해 보면 좋을것 같다.. 라는 정도의 소개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라기는 우리의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성향과 능력에 맞는 효율적인 노트시스템을 찾아내서 길고도 긴 학습의 도상에 좋은 동반자를 삼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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