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와 ‘보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보여주기’ 와 ‘보기’

0 개 1,559 명사칼럼

‘보여주기’는 자신을 소진하고 ‘보기’는 충전하는 행위

대표적 ‘보기’ 습관인 독서ㆍ여행ㆍ산책은 영혼의 충전소 

 

우리의 일상은 ‘보여주기’와 ‘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령 외모를 가꾸고 꾸미는 일은 자기만족적인 측면도 있지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의 의식적ㆍ무의식적 표현이다. 우리는 늘 타자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며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한다. 

 

이 ‘알리고 과시하는’ 행위가 ‘보여주기’다. 보여주기에 몰두하는 자아는 그만큼 타자에게 인정받지 못했거나, 실제로는 인정받고 있으나 아직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아다. 충분히 인정받은 사람들은 보여주려고 구태여 애쓰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보여주기의 이면은 늘 다양한 형태의 열등감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또한 ‘보여주기’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보기’의 존재들이다. 우리는 세계를 바라본다. 세계는 우리의 동공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자극한다. 에고(ego)는 생존에 유리한 자극들은 받아들이고 생존에 방해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자극들은 거부한다. 

 

여기에 에고의 판단이 항상 개입하는데 이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가령 우리보다 ‘잘난’ 타자들을 볼 때 우리는 그 타자를 거부할 수도 있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거부하는 것은 생존경쟁에서 그 타자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며,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잘남’을 모방하고 배우는 것이 우리의 생존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보여주기’는 소비하는 행위이고 ‘보기’는 저축하는 행위다. ‘보여주기’는 자산을 밖으로 내어놓는 행위이므로 소비하는 행위다. 동일한 대상들에게 같은 자산을 반복해 내놓을 수는 없다.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해진다. 마침내 더 보여줄 것이 없을 때 깊은 열등감이 생겨난다. 반면에 ‘보기’는 축적하는 행위다. 많이 볼수록 우리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선택할 자원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많이 볼수록 에고의 선택ㆍ배제의 기준도 더욱 깊어지고 그 기술도 향상된다. ‘보기’는 우리를 성숙시킨다.

 

‘보여주기’가 사회 단위에서 극대화할 때 ‘스펙터클의 사회’(기 드보르)가 형성된다. 스펙터클이 ‘잘못된 재현물’인 이유는, 그것이 현실을 뒤로 미루고 가짜 이미지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스펙터클의 사회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이미지들을 생산함으로써 대중을 압도하고 기만한다. 그것은 대중을 ‘구경꾼’이자 이미지의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앞에서 ‘보여주기’가 열등감과 연관이 있음을 이야기했거니와,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가난한 사회일수록 ‘보여주기’에 몰두하고 스펙터클의 생산에 몰두한다. 

 

따라서 구호와 현수막이 많을수록 문화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성숙한 자아는 ‘보여주기’ 보다 ‘보기’를 좋아한다. ‘보여주기’를 통해 가난해지기보다 ‘보기’를 통해 풍요로워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보기’의 여러 가지 예가 있다. 가령 산책하는 것도 좋은 ‘보기’의 한 예다. 

 

산책의 시간은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축적하는 시간이다. 산책을 통해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지독한 산책 중독자였던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글을 쓰다 말고 종종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곤 했다. 그때마다 그가 걸어간 거리만큼의 이야기가 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도 19세기 런던의 스산한 겨울을 통과한 외로운 산책의 결과였다.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걷는 동안 난 머릿속으로 글을 쓰면서 웃다가, 흐느끼다가 또 흐느끼곤 했지.” 산책은 이렇게 무정형의 외부가 한 인간의 내부로 와서 서사(敍事)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책읽기도 ‘보기’의 한 방식이다. 고독하고도 느린 독서 속에서 영혼은 천천히 성장한다. 홀로 하는 여행 혹은 말수를 줄인 여행도 ‘보기’의 한 예다. 여행은 이런 의미에서 자기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보여주기’를 통해 가난해진 자기를 ‘보기’를 통해 다시 보충해주는 행위가 산책이고, 책읽기고, 여행이다. 많은 ‘예외적 개인들’이 산책과 책읽기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

■ 오 민석: 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영문학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교수로 문학 이론, 현대사상, 대중문화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학 연구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 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 평론상> 등을 수상하였다.

 

b94e689254b8e5037e95a0e1e4addfda_1557878504_8843.jpg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37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52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72 | 3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5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0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3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9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8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7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4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4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0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