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오르면 진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약 오르면 진다

0 개 1,860 명사칼럼

어릴 적에 보았던 연속극의 한 대목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어떤 큰 부자가 집사에게 큰일을 해결하고 오라고 파견하면서 한 말이다. 

 

“약 오르면 진다.” 심리적으로 동요하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동요는 상황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생긴다. 그런데 상황은 언제나 복잡 미묘하고, 자기 뜻은 자신에게 항상 분명하다. 분명한 것과 복잡 미묘한 것이 정면 대결을 펼치면 어떻게 될까. 

 

복잡 미묘한 것은 언제나 변통 무궁하여 칼끝의 방향과 모양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연히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진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품고 있는 가장 큰 그릇이 나라다. 

 

그래서 노자는 나라를 알기 어려운 신기한 그릇(神器)이라고 표현한 후,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 분명함에 빠지면 신기한 그릇을 다루는 일에서 쉽게 패배한다고 강조한다.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를 지배하는 기준이나 신념 등과 같이 ‘확고한 마음’ 이다.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분명하고 명료해지는데, 그것이 분명할수록 판단은 날렵하고 예리하며 전체적으로 성급해진다. 진위나 선악에 대한 판단도 모두 거기에 의존한다. 

 

문제는 선악 판단이 명료해지면서 이것이 도덕적 우월감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일은 적을 하나 줄이고, 친구를 하나 늘리면서 해나가면 성공한다. 하지만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순간, 친구가 하나 줄고 적이 하나 늘기 쉽다. ‘확고한 마음’은 팽창력보다 수축력이 강한 탓이다. 따라서 미래적이기 어렵고 과거적이기 쉽다. 

 

도덕적 우월감은 자신이 조작한 것이다. ‘확고한 마음’도 조작물이다. 조작물에 의해 자신이 지배된다면,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처지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은 조작물의 대행자로 존재할 뿐이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조작물의 수행자나 대행자로 존재하며 분열되어 있으면 진실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쉽게 자기 밖의 무슨 물건이나 자기 밖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정당화하곤 한다. 

 

어떤 학생이 시험 중에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었다. 진실하게 존재하는 학생이라면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것이다. 잘못을 자신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대행자로 존재하며 스스로 분열되어 있으면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도 그랬는데, 왜 자기만 잡느냐고 항변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삼는데서부터 진실은 힘을 얻는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는 한, 진실은 흔들린다. 남보다 좀 더 나은 것이 핵심은 아니다. 내가 나에게 자랑스러운가가 진짜 핵심이다. 

 

‘확고한 마음’으로 무장하여 뿌리를 깊이 내린 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되는 질문에 취약하고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지식이나 이론을 배달하는 대답에 익숙하다. 

 

대답이 기능하는 곳에서는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느냐의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원래 모습’은 시제가 과거형이고 굳건한 기준이다. 이 기준에 맞으면 참이고 맞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당연히 대답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그 사회의 논쟁 대부분이 과거 논쟁과 진위 논쟁으로 채워진다. 이미 있는 문제를 다루는 데에 빠져 있으면서 세계 변화에 맞는 새롭고 적실한 문제를 창출하는 일에 취약해진다. 가공에 강하고 창의에 약해진다. ‘확고한 마음’이 진정성과 도덕성의 외투를 입고 있음에도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미래적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성숙해 가려는 수양은 모두 다 ‘확고한 마음’을 줄이거나 소멸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무념무상’ 이니 ‘무아’니 ‘관조’니 ‘무소유’니 하는 것들이 다 그렇다.

 

‘확고한 마음’이 사라지면 폐쇄적인 틀도 함께 사라져서 자신이 온전한 자신으로 드러나고, 그렇게 되어야 세계를 보고 싶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세계를 수용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다. 세계를 수용하는 능력이 힘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래야 ‘약 오르다 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e723c2f5cd5472fdef8235a8584fa70d_1556072491_9324.jpg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9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3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